산골식당
산골식당
  • 김경순
  • 승인 2023.08.10 09:57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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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어귀 둥구나무 밑에 자리잡은 산골식당

구판장을 기억하시나요? 동네 어귀에서 막걸리, 과자, 간단한 음식을 팔던 곳이지요. 그곳은 동네 사랑방이자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던 자리이기도 했지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고 구판장도 자리를 감추었지요. 그런데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리운 산촌마을 어귀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식당이 있답니다. 바로 산골식당(☎043-543-3365)입니다.
보은군 내북면 이원곰골 2길 6. 동네어귀 둥구나무 밑에 자리잡은 산골식당 대표 음식은 ‘능이백숙’입니다. 정제된 옻 육수에 엄나무 등을 넣어 푹 삶고 원기회복에 좋은 부추와 버섯, 마 등을 듬뿍 넣는답니다. 토종닭 위에 문어 한 마리와 전복을 넣으면 여름철 보양식으로 만점이지요.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능이백숙은 벌써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산골마을을 북적이게 합니다. 담백한 국물에서 피어오르는 능이향과 쫄깃한 닭고기는 식감을 자극하지요. 먹고 나면 몸이 든든해지는 느낌이 들지요?
또 하나의 대표음식은 청국장입니다.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콩으로 직접 띄운 청국장은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와 먹는 음식이랍니다. 대전의 메니아들도 단체로 와 먹곤, 식구들을 위해 집으로 포장해 가지요.
짜그리도 빼놓으면 서운하지요. 매콤·얼큰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의 짜그리는 돼지고기를 양념해 절이고 육수 붓고 끓이면서 감자를 넣고 마지막에 양배추와 애호박을 넣어 식감을 살려낸답니다, 고기를 깻잎 짱아치에 싸 먹으면 감칠맛이 나지요.
산골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은숙(50)씨다. 한 대표는 마을 터주대감인 한동철(78) 김영순(70)씨 사이의 맏딸로 태어나 이원에서 자란 토박이다. 바로 옆 이원초등학교(폐교)와 내북중, 보은여고를 졸업했다. “음성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향수병이 도졌어요. 엄마 옆에 있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2011년 동네 안쪽의 도쟁이골에서 식당을 열었다. “그때 참 잘됐지요. 그런데 식당허가가 안 나요. 하는 수 없이 식당을 접고 내려왔지요. 그리곤 2018년 동네입구 약방, 슈퍼 자리를 임대했는데 우울증이 왔어요. 가게를 방치하고 집에 칩거하는데 동네 어른들이 자꾸 나와서 식당을 하라는 거예요. 읍내로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동네 어르신들 밥상이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직접 인테리어 해서 22년 7월 재개업 했어요. 재료는 아빠 엄마가 마을 안쪽에서 한 5천평 농사를 지으시는데, 웬만한 건 다 충당하지요. 재료가 신선하니까 맛도 나고 먹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며 베시시 웃는다. 
한대표는 손님들이 “밥 같은 밥 먹고 간다. 이야기 할 때 가장 기뻐요. 5년만 더 하고 싶은데 주위 분들이 가만 놔둘지 걱정”이라며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고1·중1을 둔 두 딸의 엄마이자 동네일에도 적극적이다. 부녀회장도 역임했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동네 회계사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이원의 대소사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 아니다. 동에 어귀를 북적거리게 만든 산골식당의 여름이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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