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생명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생명
  • 김경순
  • 승인 2023.07.27 09:29
  • 호수 6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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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윤이
산외면 대원리

비가 정말 많이, 자주 내리는 여름이다. 햇빛도 뜨겁다. 비와 햇빛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여름이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덥다가 곰팡이가 집안 곳곳에 필 만큼 습하기도 하다.  
사건 사고가 많은 때다. 신문을 보면 좋은 소식(good news)이 없어 보인다. 폭우로 인한 피해와 사상자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신림동 묻지 마 폭행 등의 사회 사건뿐 아니라 영부인의 리투아니아 명품관 방문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정치적인 사건들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소식이 참 안타깝다. 집중호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궁평2지하차도에 갇힌 차들 안에 있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다. 분명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한다.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고, 미호천이 범람해 침수될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있었다는데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으니 엄청난 인재가 아닐 수 없다. 결혼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신혼의 여교사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어떠한 일로도 생명은 소중히 지켜야 하는데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을 마구 만들어내 자연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아닌가. 근본적으로 기후위기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우리가 자연에 돌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연재해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의 죽음은 어떠한가? 자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책임이 없는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몬 것은 아닌가? 고인의 사망 2주 전애 쓴 일기장이 유족의 허락을 받고 공개됐다.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00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는 일기였다. 그리고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심한 압박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학급 안에서 여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교사 혼자 중재하고 처리하기엔 무리다. 또 언제부터인가 교사들이 교과 수업 준비보다 과도한 서류 처리와 보고용 업무로 더 바빠졌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고 현직 교사들에게서 여러 번 들어왔다. 교사들의 주된 임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어 가르치는 일보다 다른 업무가 많다면 안 될 일이다. 
이번에 전국의 교사들이 고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들고 일어났다. 그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교사들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제대로 된 훈육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부모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자기 자식 소중한 줄 안다면 또 누군가의 자녀인 교사들도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한다. 어리다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일은 뉘우치고 사과하게 하고, 또 어떤 때는 누군가를 용서하기도 해야 한다. 부모는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함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자세는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이기적인 자세다. 이러한 때에 누구 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우리 모두가 지켜내지 못한 생명에 대해 미안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보완과 학부모의 민원을 선생님들에게 짐 지우지 않고, 합당하게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교육부와 교육청, 일선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대안과 대책을 찾아가면 좋겠다.
신림동 묻지 마 폭행은 사회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화풀이를 한 사건이다. 자신만 불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하고 싶었다는 범인의 말은 기가 차지도 않는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행위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 이 또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세상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한 켠에선 소외되고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돌보기도 해야 할 것이고,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새로이 만들고, 수정하고 보완해나가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는 우리에게 이타심이 필요하다. 남을 먼저 생각할 수는 없어도 나와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며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 생명이라도 무고하게 스러져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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