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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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7.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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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짜그리의 원조’랍니다, 발산가든의 이유 있는 항변

깻잎장아찌에 고기와 느타리버섯과 호박꼬지를 올려놓는다. 둘둘 말아 한입에 쏘옥 넣고 꼭꼭 씹는다. 느타리버섯의 부드러움과 호박꼬지의 쫀득한 식감 그리고 고기의 담백함이 깻잎 향에 젖는다. 걸쭉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목젖을 가로지른다. ‘아~아~’소리를 토해낸다. 보은짜그리 원조를 자처하는 발산가든(보은군 수한면 안내보은로 1263. ☎043-542-9566) 짜그리 맛이다. ‘보은짜그리’의 특징은 국물이 있다. 국물은 넉넉함이다. 
발산가든 김순애 대표(66)는 15년 전 짜그리를 배우러 청주의 유명한 식당을 소개받아 갔다. “국물없이 짜끌짜글 끓인 고기를 상추에 싸먹는 거예요. 맛은 좋은데 가격을 보니 9천원 인거예요. 당시 보은에는 돌솥밥이 유행했고, 20여 가지 반찬을 내어주고 8천원을 받았지요. 남편과 상의를 하고, 들에서 일하는 농촌현실을 감안해 상추는 빼고 국물은 넉넉하게 만들어 끓였지요. 가격도 6천원으로 시작했어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보은에 짜글이 음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제가 ‘보은짜그리’의 원조랍니다”라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치찌개 또한 예사롭지 않다. 3~4년 숙성된 김치를 사용한다. 보관창고에 한 해 1천500포기 김장을 해 보관한다. 오래 숙성된 김치는 약간 무르고 군등네가 난다. 너무 무른 것은 버리고 양념해서 살짝 볶아 놓는다. 볶은김치와 돼지고기를 함께 푹 끓이다 두부와 파를 넣으면 속풀이가 최고인 발산가든 표 김치찌개가 탄생한다. 오래된 옛 맛을 간직한 김치찌개의 시원한 맛의 비결은 ‘김장에 새우젓을 듬뿍 넣어 담는다.’ 대표음식중 하나인 제육볶음은 주민들이 부담 없이 농번기의 고단함을 풀며 간단한 식사와 술 한잔 할 수 있게 만든 음식이다. 대표음식 외에도 삼겹살, 오리 닭백숙 등 다양하다.
김대표의 식당과 인연은 단순하다. 먹고 살기위해 고기집 등 식당에서 일하며 배운 지식으로 15년 전 교사리에 한솔식당을 차렸다. 9년간 돈을 벌어 수한면 발산리 현재의 자리로 이사를 왔다. “3억원에 매입을 했어요. 1억5천 대출을 받았지요.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저 일만했지요. 남편은 농번기 하루 평균 약 100인분 들밥을 배달하고,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했지요. ‘빚을 다 청산했다’고 좋아할 겨를도 없이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손님이 뚝 끊겼지요. 다시 소상공인 대출 3천만원을 받아 유지하다 이젠 다 갚았어요.”라며 그간의 역경을 회상한다.  
남편 강철규씨(72)는 내북면 상궁리 출신이다. 어릴 적 학교 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비만 오면 또랑이 범람해 학교를 빠지곤 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일찍이 서울로 상경하여 직장생활을 하다가 95년 보은으로 내려왔다. 둘은 지인소개로 만나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아내는 주방에서 남편은 들로 음식을 배달하며 발산가든을 지켜왔다.
“이제는 아무 걱정 없어요. 애들 다 커서 자기 밥벌이해요, 우리 둘만 건사하면 되요. 접고 싶어도 이곳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과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보은읍 주민들, 수한면민들이 고마워서 접을 수가 없어요.”라며 특별한 사람을 소개한다. 발산가든의 홀을 지키는 정현주(31)씨다. 그녀는 한솔식당에서 인연을 맺어 지금껏 홀을 책임지고 있다. “제 딸이나 마찬가지죠. 홀이 비면 주방에 들어와 뒷설거지도 다해요. 감사하고 고맙지요.” 정씨는 김 대표와 오랜 인연을 유지하며 발산가든의 마스코트로 오늘도 묵묵히 음식을 나른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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