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들
웃기는 사람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7.06 09:14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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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살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어느 상황, 어떤 순간에서도 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숨어 있다. 재미가 있으면 웃음이 난다. 그런데 재밌는 일과 웃기는 일은 분명 다르다. 웃기다고 재미있는 건 아니다. 웃기다는 ‘어떤 일이나 모습 따위가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는 뜻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웃기다는 그런 의미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아직도 무슨 일이든 잘못된 건 모두 전 정부 탓만 한다. 전 정부가 못했으니 잘 해보라고 뽑아 줬다는 걸 전혀 모르나 보다. 웃기다. 전 정부가 잘해서 지금 결과가 나오는 건 무조건 자신들의 성과라며 빨간 현수막으로 도배를 한다. 웃기다. 한직으로 떠돌던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만들어 줬던 정부를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반국가세력의 수장과 무리들을 구속하고 기소하며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땐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역시 웃기다.
국민의 혈세인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말씀으로 시민단체와 노조를 겁박한다. 자신은 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 시 사용했던 혈세 146억 원을 포함한 특수 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영수증이나 서류를 감추거나 지우는 등 은폐하기에 혈안이 돼있다. 정말 웃기다.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크고 반대가 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적극 찬성하며 국민을 설득시키고자 쌍심지를 켜고 다니는 무리들의 모습은 태평양을 헤엄치고 다니는 어류들도 웃을 일이다. 그들은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오염수 방류는 절대 안 된다고 목청껏 외쳐 됐다. 돌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직 한 사람의 말 한마디와 결정이다.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는데 안전성을 검증하고 증명한다며 뜬금없이 횟집 먹방을 다닌다. 웃기다. 심지어 다양한 물고기가 의원 나리들의 혀에 감기기 전 잠시 머무르는 수족관의 물까지 퍼마시며 서로 안전하니 먹어보라고 권하는 일까지 일어날 줄이야.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행위에 수족관의 광어와 우럭도 어처구니가 없어 눈만 꿈뻑인다. 엄청 웃기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취학 연령을 1년(만 5세)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라고 지시했는데 반대 여론이 들끓자 교육비서관을 경질하고 교육부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주 69시간 노동 발언으로 젊은 세대 및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남 얘기하듯 ‘재검토’를 지시하며 얼렁뚱땅 넘어간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모의고사에서 출제했다며 수능을 불과 5개월 남짓 남겨두고 교육부 대입 담당국장이 교체되고,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임했다.
대통령의 수능 발언으로 혼란이 일어나자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입시 비리 사건을 수사한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라고 두둔했다. 그냥 웃기다.
노조와 시민단체와 사교육 업계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며 ‘우리는 반 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최대의 이권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과 금융 마피아다. 그들의 탐욕은 반 카르텔 정부의 보호 아래 여전히 굳건하고 신성하다. 부패 카르텔 척결을 외치는 순간에도 이미 확정된 고속도로 노선이 처가 쪽 땅이 있는 지역으로 갑자기 변경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마냥 웃기다.
현 검찰총장은 주가 조작을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패가망신 등의 말을 써가며 엄벌에 목소리를 높였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가 짙은 대통령 부인은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진짜 웃기다.
오래전 범죄혐의로 감옥에 수감됐다 출소한 재벌 회장에게 기자들이 국민들께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직접 보고 듣고도 믿기지 않은 뻔뻔함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런 식으로 웃기면 안 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웃기고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그 웃기는 언행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만 웃으면 웃기는 줄 안다. 그래서 더욱 웃기다.
정치와 행정은 국민들의 삶을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제발 부탁이다. 더 이상 웃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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