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마을로 가는 길
행복마을로 가는 길
  • 김경순
  • 승인 2023.06.29 09:17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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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올해 우리 마을은 충북 행복마을사업 1단계에 선정이 됐다. 충북 행복마을사업은 저발전지역 7개 시·군(제천, 보은, 옥천, 영동, 증평, 괴산, 단양)을 대상으로 마을 주민의 참여와 협동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2019년에 시작해 5년째 들어섰고, 올해 20개 마을이 선정되었다. 1단계에서는 꽃길 조성, 소규모 환경정비사업 등 주민 화합과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 우리 마을도 분리수거가 안 되어 쌓여간 쓰레기를 치우고,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마을 입구에 달맞이꽃과 바늘꽃, 구절초를 심었다. 풀과 함께 자라고 있긴 하지만 마을 입구가 환해진 듯하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기 쉽지 않았는데 행복마을사업으로 매달 한 번씩 모여 행복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모임이 끝난 후 식사도 함께하니 서로 더 가까워진 듯하다. 조별로 마을 그림지도를 그리고, 우리 마을의 장점과 단점, 개발할 요소들을 함께 찾아가고, 미래 우리의 마을을 함께 상상하며 사진을 오려 붙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같이 하면서 어르신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른 이웃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동안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 마을과 어르신들에게 너무 관심을 가지지 않았나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마을도 비슷하겠지만 우리 마을은 기존에 사시던 어르신들뿐 아니라 귀농, 귀촌한 가정이 많다. 대원리에 귀농한 지 14년이 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 같았는데 지금은 함께 사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대해 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마을 잔치가 있으면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이나 식사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대체로 젊은 40-50대 귀농귀촌인들이 앞장서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오래 하셨으니 이제는 우리가 어르신들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비록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식사를 준비해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해주시고, 몸이 불편하거나 사정이 있어 오시지 못하는 분들에게 남은 반찬들을 나눠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우리 마을에는 연세가 많으셔서 무릎과 허리가 안 좋고 거동이 불편해서 마을회관까지 오시기 힘든 어르신들이 많은데 음식을 챙겨드리면 자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고 생각해서인지 고마워하신다.  
구부러진 허리와 절뚝이는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찡하다. 어쩌면 나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식들을 위해 척박하고 돌 많은 대원리 땅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허리가 구부러지신 것 같다.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아내셨을까? 
어르신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들어드리면 좋을 텐데 짬 내기가 쉽지 않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담아낸 책 한 권씩 써서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의 한가운데를 걸어오셨던 그분들의 삶이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또 사시는 날까지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할 일은 태산이지만 조금 더 힘을 내어 마을 어르신들을 섬겨야 할 시간인 듯하다. 어르신들이 대원리에 오래 사셨기 때문에 지금의 대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원리에는 4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한때는 우리 마을 안골과 체목, 높은점이에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았다고 한다. 그때는 집 한 채 짓기도 어려운 때여서 한 집에 두세 가정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러니까 방 하나에 온가족이 모여 산 것이다. 지금도 어떤 집은 남의 땅에 집을 지어놓고 해마다 도지세를 내며 사시는 분들도 있다. 대원리에 아주 오래 사셨지만 땅 한 평 없이 사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 마음이 짠하다. 
이렇게 힘들게 사신 어르신들과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우리는 어떻게 행복마을을 이뤄갈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 입구의 꽃밭에 난 풀을 뽑는데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다. “행복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네.” 
살아온 시간들은 다르지만 이제부터 함께 살아갈 시간을 공유하면서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싶다.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이 자꾸 오고 싶게 만드는 마을,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찾아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천혜의 자연과 행복한 삶을 사는 주민들의 미소 속에서 치유함을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마을, 무엇보다 이 마을에 사는 우리가 행복한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가진 것은 적지만 우리가 땀 흘려 일해서 얻은 농산물과 자연이 거저 주는 것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인가. 
우리 마을 연못가에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무 한 그루에 얼마나 많은 보리수가 열리는지 모른다. 마을 주민들이 오며가며 보리수를 따먹어도 아직도 빨간 보리수가 남아 있다. 많은 주민들이 따먹을 수 있는 풍성한 보리수처럼 우리 마을에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들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넉넉하고 풍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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