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의 톱질행정
탁상의 톱질행정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6.29 09:16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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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사전적 의미는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분야를 법의 규정하에 국가의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행하는 국가기관의 능동적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 행정의 영역은 구체적 내용까지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가 점진적으로 다원화 세분화 복잡화됨에 따라서 행정의 수요가 증대하고 새로운 영역의 행정수요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행정은 공익의 목적 수행을 위해서 규제를 가하기도 하고 강제성을 띄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사회의 상식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 보은군의 가로수 관리에 대한 행정처리를 보노라면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개탄스럽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 보은은 유일하게 벼슬목 정이품송을 갖고 있으면서 역설적으로 민선때마다 보호수와 가로수에 대한 흑역사가 있다. 밤하늘아래 별빛 은하수가 흐르는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원정리 느티나무는 사진작품과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했지만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고사당했다. 2007년 대추나무 가로수 조성을 명분으로 임한리 앞 4킬로미터의 수십년생 은행나무 가로수를 보은군이 나서서 베어버렸다. 당시 필자를 비롯한 몇몇 주민들이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무시되고 말았다. 그 가로수를 제거하지 않았더라면 전국적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임한리 소나무숲과 함꼐 지금은 대한민국의 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 군정때는 삼년산성 입구의 아름다운 느티나무 가로수 터널을 제거했다. 그곳을 지날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며칠전 죽전리 대장간앞에서 50년생 느티나무 제거작업이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작업자에게 여쭤보니 그 느티나무 밑이 청소년들의 비행과 우범지역이라는 민원이 제기되어 나무를 제거한다고 했다. 그말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보은군 당국자에게 묻겠습니다. 그 나무를 제거하면 보은 청소년들의 비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의 아이디어입니까? 참으로 한심한 탁상행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살을 방지하겠다고 번개탄 생산공장을 없애겠다는 내용과 똑같은 발상이다. 
보은군의 가로수 관리는 완전히 낙제점 수준이다. 이웃 청주를 보면 가로수를 조경수처럼 예술작품 같이 전정을해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다. 반면 보은읍 서다리 부근의 은행나무 가로수 전정은 마치 전봇대처럼 서있는 모습이다. 똑같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왜 우리는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가? 벤치마킹도 못하는가?
공직사회는 우리사회 공공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집단이다. 공공의 민원 문제는 공동체안의 갈등을 다루는 일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간에 최소 합의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생각보다 어려운일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속에서 발생하는 여러관계를 상대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제의 해결방법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힘을 갖고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민원 행정분야도 철학적 사색이 필요할 때가 있다.
김승종
(보은읍 삼산리, 전 민원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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