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情을 요리하는 ‘보은정’
보은의 情을 요리하는 ‘보은정’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6.22 10:30
  • 호수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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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남다르다. 깔끔하고 시원하며 칼칼한 국물이 입에 짝짝 붙는다. 무릎살의 쫄깃한 질감과 2년 숙성된 김치의 시금탈탈한 맛이 함께 어우러진다. 푸짐한 냄비 바닥 긁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 계산하려고 작은 실랑이를 벌인다. “잘 먹었습니다. 내일 또 올께요” 합창을 하며 손님들이 나간다. 보은정(情) 풍경이다. 보은정은 보은읍 보은로 160-5 (043-544-4445. 교사리)에 위치해 있다. 주인장은 홍희기씨(62)다.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홍대표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푸짐하게 대접 할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 김치찌개를 생각했지요.”라 말한다. 짜그리 또한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짜그리는 김치가 들어가지 않고 버섯 등과 함께 짜글짜글하게 끓어가며 소주한잔을 부르는 서민의 대표 음식이다.  
홍대표의 음식과의 인연을 각별하다. 홍대표는 경기도 용인출신으로 고향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었다. 20여 년 전 보은에 아는 언니를 보러 왔다가 연을 맺었다. 용인 옷가게를 정리하고 가게를 계약했는데 이중계약이 되어 처음부터 큰 낭패를 보았다. 그러던 중 언니랑 밥 먹으러 갔다가 만난 인연이 지금의 남편 서정희(60)씨다. 서정희씨는 지금 용진환경에 근무하고 있다.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인연을 쌓아갔다. 그 길은 혹독했다. 돈도 벌어야 하고, 남편의 빚도 갚아야 했다. 남편은 잠깐의 일탈로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밤·낯으로 일했다. ‘보은한우’에서 2년의 근무는 식당을 운영 할 용기를 주었다. 천안에 짜그리 잘한다는 식당 소개를 받고 한겨울 손이 부르터가며 설거지를 해주고 받은 레시피는 무용지물이었다. 처음부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요리 했는지 몰라요. 이정도면 어떤가? 해서 제가 다니는 목양교회 지인 등을 모시고 시식했더니, 뭔가 하나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다시 끓이기 시작했죠. 그리곤 지금의 짜그리가 탄생했어요. 나만의 레시피 ‘파기름’이 비결이지요.” 그녀의 특별함은 삼겹살에서도 나타난다. 고사리와 콩나물, 묵은지를 고기판에 같이 올려 함께 구어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질감이 풍요로운 고소한 삽겹으로 다시 태어난다. 
‘손만 대면 맛난 음식이 뚝딱 만들어 진다’는 마이더스의 손 홍대표는 여름 별미로 막국수를 내 놨다.  “막국수가 대박이예요. 하루 100을 벌면 그중 70이 막국수예요”라며 싱글벙글이다. 막국수의 비밀은 야채와 과일을 이용한 육수다. 여기에 나만의 건어물을 넣어 온유하게 오랫동안 끓인다. 손님들은 ‘막국수 전문점으로 하면 대박이라.’ 말한다. “힘들어도 이렇게 할래요. 따뜻한 밥이 소중한 사람이 있어요.” 개업 날 제일먼저 찾은 두 명의 청년이야기다. “얼마나 신경 썼는지 음식을 내고 주방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손님이 나가고 남편이 그릇을 가지고 왔는데, 찌개고 반찬이고 싹 비운 거예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게 고마워 엉엉 울었어요. 당시 캡스 다니는 친구들 지금까지 짜그리를 먹으러 와요”
이제 남편 빚도 다 갚았으니 여유를 느끼며 여행도 하고 싶다는 김대표의 꿈은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르신들이 쓸쓸해 보이고, 다 부모 같아요. 그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보답하는 것이 엄마·아빠를 위한 일이겠지요.”라며 눈을 훔친다. 개업 전 꿈에 ‘친정엄마, 시부모님 등 수많은 조상님들이 가게를 다녀갔다’는 김대표는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과 남편과의 여유로운 여행을 그리며, 오늘도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보은의 정(情)을 요리한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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