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가 펼쳐놓은 농요축제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가 펼쳐놓은 농요축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6.22 09:39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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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고 모내기하고 새 참 먹고 노동을 축제로 승화 추억도 소환

과거 농사는 순전히 사람의 노동에 의존했다. 소에도 의지했지만 사람이 아니면 농사를 짓지 못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들에는 사람이나 소가 노동력의 중심이었다. 경운기가 등장한 것도 80년대이다.
이후 트랙터가 등장하고 다양한 작업능력을 갖춘 농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수월성과 함께 편의성, 일의 능률을 올리고 있다. 기계가 일을 하는 시대에 만약 사람의 손모내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농사체험이나 재미있게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퍼포먼스, 이벤트일 정도로 손모내기는 까마득한 옛날의 모습이다.
그런 옛날 농사문화가 고스란히 재현된 행사가 최첨단 시대에 펼쳐져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바로 장안농요축제다. 지난 6월 17일 장안면 개안리 들녘에서 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원들이 공연하는 농요축제가 펼쳤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장안면 주민들뿐만 아니라 충북 등지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동호인들이 몰려들었다. 회남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읍면 중 가장 적은 장안면을 전국적인 출사지로 만들었다. 사진작가, 동호인들은 농요축제의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아낙들은 새참으로 무쇠가마솥에 감자를 찌고 무쇠 솥뚜껑에 철질을 해서 김치와 부추, 당근 등 채소를 썰어넣고 고추장을 풀어 장떡을 지져냈다. 이 장면에도 아낙네들은 창부타령 조의 ‘장안면 부녀 요(謠)’를 부르며 농사철 고달픔을 달랬다.
장안농요축제는 모내기를 위한 행렬이 장안면전통민속보준회(회장 남기영)와 보은군 깃발을 앞세우고 구불구불한 논두렁길을 누비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내기를 해야할 논에 당도한 행렬은 모를 찌고 줄 맞춰 모를 낸다. 허리 구부려 모를 심으니 허리가 얼마나 아플까. 여기저기서 아이구 허리야 하며 쉬어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먹을 것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새참을 가져오는 아낙들을 반갑게 맞으며 새참을 받아들고 장떡에 찐 감자로 입맛을 다시고 걸쭉한 농주로 피로를 가셔내며 마저 모내기를 끝낸다.
중간중간 김재규(65) 회원의 구성진 선소리에 맞춰 구부렸던 허리도 펴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며 피로를 잊는다. 고된 노동도 농요로, 춤으로 승화하며 일의 능률을 끌어올리는 옛날 농부들의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는 북잡이 남기영(77) 회장의 장단에 김준호(85) 회원의 선소리가 구성지게 이어지며 벼의 성장을 방해하는 풀을 없애고 벼 포기 사이사이의 논바닥을 평평하게 매만져 주는 이듬 논뜯는 소리가 진행된다.
이같은 구성으로 진행되는 장안농요는 노동집약적인 논농사의 특색이 잘 갈무리돼 있다. 품앗이, 놉, 고지 등으로 불리는 공동노동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구현하면서 협동하고 무엇보다 노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7, 80대 노인들이 펼치는 대형 뮤지컬 같은 농요축제가 끝나자 출연진뿐만 아니라 구경꾼,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어우러져 들밥인 비빔밥을 먹으며 장안농요축제의 여흥을 담소로 풀어냈다.
옛날 박 바가지에 보리밥에 나물을 넣어 쓱쓱 비벼먹던 비빔밥의 그릇이 박 바가지에서 대접으로 바뀌었을 뿐 맛, 정서 등은 그 옛날과 같다. 노인들은 향수를 소환했고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세대들에겐 짠한 감동을 불러냈다.
해마다 청주에서 온다는 김미자(64)씨는 “올해는 여동생하고 친구와 함께 왔다”며 “시골에서 모내기 하는 것을 보고 자랐는데 나이많은 노인들이 모내기하고 들밥을 이고가는 모습을 보니 꼭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며 감정이입이 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닌 어르신들이 장안농요를 잊지않고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밤마다 연습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무척 고마웠다. 지금 우리가 농요 재현을 볼 수 있는 것도 다 그 덕분인 것 같다”고 말하고 “친구가 황곡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박명숙씨인데 그 친구 소개로 장안농요축제를 처음 본 후 축제가 열리면 열 일 제쳐두고 농요축제를 보러온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미자씨는 “손주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토요일 수업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다. 어린 세대들은 저렇게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쌀이 어떻게 해서 생산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음에는 꼭 같이 올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남기영 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장은 “2017년 처음 주민들이 모여 장안면의 전통농요를 재현하고자 노력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이 축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자리를 잡은 장안농요축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장안면을 넘어 보은군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가 되어 보은군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장안농요축제 개막식에서 최재형 군수는 강병선(오창1리)·고옥진(장안2리)·정진우(봉비리) 회원에게 표창패를 주고 남기영 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장은 이영한(장안1리)·장민정(서원리) 회원에게 감사패를 주며 전통민속보존회원으로서 장안농요 전승에 협조해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장안농요축제는 2016년 보은군민속예술경연대회어서 대상을 수상하고 2017년 장안농요로 충북민속예술축제에 보은군 대표로 출전 대상을 받고 2018년 충북대표로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한 이후 매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농요축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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