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무주산골영화제 관람기
제 11회 무주산골영화제 관람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6.22 09:34
  • 호수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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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부터 6일까지 전북 무주군 무주읍에서 무주산골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5일간 26개국 88편의 영화들과 관객과의 대화시간, 인디 밴드와 가수들의 공연, 이벤트가 진행되었고 유·무료 관객 3만2천여명이 무주를 찾았습니다. 2023년 제 11회 무주산골영화제는 자연 속의 문화예술 체험이 주제인 작은영화제로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볼 때 무주는 보은보다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은 작은 동네입니다. 이런 작은 동네에 며칠간 3만명이 모이고, 20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생기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지난 3일 토요일,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 무주로 출동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무주IC를 통과하니 보은읍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분명 영화제 기간인데 주변이 너무 고요합니다. ‘이런데서 영화제를 한다고?’ 살짝 의심을 품으며 이동을 하니 점점 많아지는 인파와 차량이 보입니다. 영화제 홍보 현수막이나 이정표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했지만 행사장으로 갈수록 북새통을 이룹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행사장에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영화제 행사장은 무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이라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쉬웠습니다.
무주등나무운동장과 무주예체문화관, 한풍루 일대가 영화제 장소입니다. 4개의 상영관과 행사장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기대보다 행사장은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작지만 10년간 차곡차곡 다져졌을 내실을 생각하니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보통 하나의 상영관에서 하루에 3~4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2022, 일본)을 관람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야케 쇼’ 감독의 작품입니다. 감독이 내한하여 상영 후 무주의 관객과 만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질문과 감독의 답변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영화제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토킹시네마, 산골토크 등 관객과 영화 관계자가 만나는 자리가 다양하게 마련되었습니다.
잔디밭 위에 마련된 외부 행사장에는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부스와 여러 기관과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체험·홍보부스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키즈스테이지는 유아동 완구 브랜드의 지원으로 어린이들이 알록달록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공간입니다. ‘노키즈존’이 아닌 ‘노어덜트존’이 되어버린 어린이들만의 공간이었습다. 연초록의 잔디밭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보니 그 해방감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영화제 기념품샵에는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한 컵, 뱃지, 아크릴 키링, 엽서, 화분 등이 있었습니다. 가방이나 옷깃에 꽂아 장식할 수 있는 뱃지는 행사 시작 이틀 만에 품절 되었습니다. 실제로 폐막 전에 다시 방문 했을 때는 대부분의 기념품은 품절이었습니다.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하는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는 야외상영과 공연을 합니다. 방문했던 토요일은 저녁 7시에 시작할 유명 가수의 공연을 위해 오전부터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관객들이 보였습니다. 더운 날씨와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더위를 잊은 채 좋아하는 가수를 기다리는 설렘은 새로운 영화를 탐색하는 일과 닮아 있겠죠.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붉은 노을과 저녁 샛별, 흰 달 그리고 등나무만 남은 시간이 되면 공연이 시작됩니다.
관객들이 쉬어가며 간단한 간식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음식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사용용기에 제공됩니다. 반납은 따로 합니다. 업체에서 수거해서 세척하고 소독해서 다시 쓰입니다. 한때 보은에서 재사용 용기 사업을 고민을 하던 때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간식은 지역 상인들이 판매하며 ‘바가지 씌우기’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대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와 영화 밖에서 단 한 번이 아닌 다음을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자연과 문화와 미래가 만나는 낭만적인 영화제의 정수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무주로 모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많은 지역 축제나 행사들이 코로나19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예술과 산업의 속성을 지닌 영화를 하나의 공통된 지역, 주제, 소재를 통해 축제형식으로 관람객이나 주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금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된 전국의 크고 작은 영화제는 200개가 넘습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 후 지자체에서 관광성 축제로 초점을 맞춘 영화제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많은 영화제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관객이 찾는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에 의지하고 있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도 도비와 군비,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9회까지 무료로 운영하다가 2022년 10회째부터는 무주등나무운동장 입장료와 실내상영을 유료로 전환하였습니다. 작년보다 상영 작품 수도 줄었고, 상영관과 횟수도 줄였으나 질적인 면은 더욱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되는 극장의 위기와, 멈출 줄 모르며 성장하는 OTT를 보며 펜데믹이 쓸고 간 자리에는 전과는 다른 모습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공유 할지 모색하는 자리가 제가 나고 자란 보은군에도 생기길 바랍니다. 주말 하루의 무주가 아쉬워서 며칠 후 다시 찾았습니다. 우리 보은군에도 ‘이런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보은군에도 군민영화관 같은 훌륭한 시설과 장소들이 있습니다. 잘 갖춰 놨으니 어떤 콘텐츠로 채우고 향유 해야 하는지 모두가 같이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황지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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