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나(Ⅱ)
소는 누가 키우나(Ⅱ)
  • 편집부
  • 승인 2011.10.27 09:28
  • 호수 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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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청주대성초교장, 산외면 탁주)

소는 누가 키우나(Ⅰ)에 이어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1986년 남미의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995년부터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설립으로 노동집약적인 우리 농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이농현상과 고령화는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은 축산업까지도 몸살을 앓게 하고 있다. 게다가 연이은 국제자유무역(FTA)에 따른 농축산업의 타격은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해마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고 있는 '기상 이변’도 농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업의 위기라고도 한다.

지난주 한·미 FTA에 관한 법률이 미국 상하 양원에서 통과 되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서명을 하여 이제는 우리 한국 쪽으로 바톤이 넘어왔다. 모든 FTA의 협상이 그렇듯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가 협상의 관건인데 우리나라의 농업이 노동집약적이고 영세 농업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FTA협상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자유무역협정을 안 하거나 마냥 미루기도 그렇다. 국가 전체로 보면 이익이 되는 일인 줄 알고 있지만 손해를 보는 분야가 농촌이라고 생각하면 농촌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을 여행하다 그 넓은 들판에 수백 마리의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소를 키운다고 보기보다는 소가 저 혼자 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풀을 뜯고 풀을 뜯다 지치면 나무 그늘에서 쉬고(?), 물을 먹고 싶으면 물이 있는 곳으로 간다.  관리비와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농촌에서 수입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과는 경쟁이 되질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촌에서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묻고 싶다.
농촌에서는 소를 키우는 일 말고도 다른 농업을 하는 것도 많이 힘들어 졌다.
그 옛날 농사만 지어도 아이들 학교를 보낼 수 있었던 때는 아주 좋았는데, 이제는 농사만 지어 학교에 보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쌀 한 가마에 15만원이라고 한다면, 10가마에 150만원, 100가마면 1,500만원이다. 하지만 농촌에서 100가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농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다. 100가마에 1,5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대부분 영농 경비와 토지 이용료 들어가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씨앗대금, 비료와 농약대금, 인건비, 농기계 사용료 및 수리비, 기타 잡비 등이 해마다 올라 영농의욕조차 상실될 지경이다.

지난번에 이야기 한 것처럼 270만원을 주고 산 황소를 비싼 사료를 먹여 2년을 넘게 키웠는데도 400만원도 못 받는 다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모든 국민이 농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고 상생의 길을 찾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FTA의 모든 협상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불이익을 농민들이 감수해야한다면 '소는 누가 키우나?’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농사, 자라면서 배운 것도 농사일이고, 할 수 있는 것이 농사일 밖에 없는 농민들이다(죄송?). 모든 것을 정리하고 차라리 도시로 나가고 싶어도 익숙하지 않은 도시생활, 고물가, 비싼 전세와 학원비 등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농촌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는 FTA가 되었으면 한다.

그 동안 농촌에 많은 투자가 되었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투자만 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투자와 함께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 명실상부한 살기 놓은 농촌으로 거듭나서 제 1, 제 2의 FTA가 온다 해도 끄떡없는 '선진농촌’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으면 '소는 내가 키운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참아라, 기다려라’가 아니라 과감한 투자로 농축산업과 농촌의 생활과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의 농촌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 함께 우리 집 소를 키우는 심정으로 우리의 농촌을 선진 농촌으로 만드는데 전 국민이 동참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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