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찾은 우리동네 맛집기행 … 별난식당
시민기자가 찾은 우리동네 맛집기행 … 별난식당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6.08 09:47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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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애는 열심히 공부해 요리연구가가 될 거예요

“다음 생에는 열심히 공부해 요리연구가가 될 거예요.”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387-22>에서 별난식당을 운영하는 박미란(50)씨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니 기쁘면서도 고되다.” 며 음식과 고단했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별난식당의 대표음식은 육개장과 쫄면이다. 육개장은 빨간 국물에 고기와 야채가 듬뿍 담겨있고, 위에 계란이 자리를 잡고 있다. 큰 대접에 군침이 돌만큼 선명한 빨간색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걸죽하다. 과음으로 니글거리던 속이 편안해지면서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며 청양고추를 듬뿍 넣는 것도 지혜다. 쫄면 또한 보는 순간 군침이 돈다. 쫄깃한 면발과 양배추 그리고 양념장이 맛의 하모니를 만든다. ‘에이 시골에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도시의 여는 분식집 이상의 깊은 맛이 있다. 이런 깊은 맛의 원천은 어려서 부터 엄마에게 물려받은 DNA 덕분이다. 엄마는 이태원, 부천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특별히 배우진 않았지만 몸에 스스로 체득되었다.
박대표는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했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도 참 많이 다녔다. 경상도 말투도 그 영향이다. 19년 전 울산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30이 넘은 나이에 자상한 모습을 보고 결혼해 보은으로 왔다.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초수급자 생활을 하며 버텨나갔다. 남편의 노름과 외도는 그나마 버티던 삶을 절망으로 밀어버렸다. 애들을 차에 태우고 삼가저수지로 갔다. 함께 죽을 요량이었다. 그 순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하면서 한번더 참아보자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이혼 소송을 냈다.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자식들 양육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혼자 2남 1녀를 키웠다.
그런 와중에 만나 것이 별난식당이다. 아는 언니가 6개월 운영하던 분식집을 ‘인수 할 의향이 있냐’고 연락이 왔다. 보증금 100만원에 20만 원짜리 월세방을 구하고 식당을 인수했다. 이불하나 냄비하나 없이 맨몸으로 시작했다. 떡볶이, 라면, 튀김 등 많이 팔려도 한계가 있었다. 객 단가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육개장이다. 포장육개장을 시작했는데 맛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끓였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육개장 탄생의 비결은 짭뽕에서 시작했다. 줄을 서서 먹던 천봉짬뽕집에 주방 설것이로 들어가 음식 만드는 것을 유심히 살피고 집에서 몇 번이나 실험을 해 국물 내는 법을 익혔다. 그와 더불어 순두부찌게 요리 과정을 접목해 탄생했다. 쫄면도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하루는 손님이 찾아와 “아내가 임신했는데 쫄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면서 쫄면을 사러 왔다. ‘이거다’ 싶었다. 젊은 시절 분식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스 만드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또한 ‘맛있다’ 하면 찾아다니면서 먹던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쫄면이다. 육개장과 쫄면은 사람을 모았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작년 말 바로 앞으로 확장해 옮겼다. 장소가 넓으니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좋으나 육신이 고되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계절별미를 마련했다. 여름에는 냉면과 아나고 회, 겨울에는 선지해장국과 간천엽이다. 저녁 술안주로 제육볶음, 골뱅이무침, 닭도리탕도 추가했다. 손님들이 “아주 좋아 맛있어” 라며 ‘엄지척’을 해줄 때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집에서 농사짓는 야채를 이용한 채수와 진하게 우려낸 고기육수를 혼합해 만들어내는 별난식당의 음식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박대표에게 새로운 삶을 이어온 활력소이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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