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 시 읽기를 시작하며
오장환 시 읽기를 시작하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4.05 19:31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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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 수
속리산면 만수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우리 고장에서 나고 자란 문화 예술계의 자랑스러운 인물을 꼽으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오장환 시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1918년 보은 회인에서 태어난 시인은 1930년대 ‘시단의 3대 천재’와 ‘시의 황제’로 불리며 문단에서 활동하고 수많은 작품을 쓰고 큰 족적을 남겼다.
  시인은 보은에 사는 많은 분들의 자부심이 되어주었고, 20 여 년 전부터 그를 기리기 위한 오장환문학제를 통해 널리 시인의 업적을 알려온 바 있다. 그러다 몇 년 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오장환 문학제가 중단되고, 같이 진행되어 온 오장환문학상도 사라지게 되었다. 이는 보은군민들 뿐만 아니라 시인을 사랑하는 문단의 작가와 독자들에게도 큰 상실감을 준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 오장환문학제가 다시 진행되고, 오장환문학상도 부활된다는 소식이 들려와 반가운 마음이 매우 컸다.
  이에 보은사람들에서 ‘오장환 시 다시 읽기’를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시인의 작품세계와 그의 생애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기회를 함께 가져보려고 한다. 시인의 존재와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많이 계시는데 반해, 막상 그의 시를 접하게 되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를 통해 오장환 시인의 시를 만나고, 100년의 시대 차이를 넘어,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통해 그의 시정신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보은에 살고 시인으로서 오장환시정신의 계승에 한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시인과 독자를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오늘은 첫 작품으로 그의 유명한 동시 ‘해바라기’를 읽어보기로 하자.

   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전문)


  짧고 쉽게 쓴 동시이지만 울타리를 사이에 둔 해와 해바라기의 상징과 은유를 가지고 있는 시다. 이 동시는 시인이 등단하기 전 학교에서 습작한 시였을 텐데, 작가가 의도하였을 리는 없지만, 그의 작가로서의 미래를 예감할 수 있는 정서가 엿보인다. 울타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햇볕, 암울한 시대적 위기상황의 희망과도 같은 해를 보기 위해 키가 자라는 해바라기를 소재로 하였다. 앞으로 만나게 될 시인의 많은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적 감수성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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