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마로면 한중리
(63)마로면 한중리
  • 김경순
  • 승인 2023.03.30 09:20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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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노래가 절로 나오게 하는 시골 향이 가득한 한중리 마을

보은의 끝 동네라고 할 수 있는 한중리를 소개한다. 
한중리는 보은읍 남동쪽 약 35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경상북도 중눌리와 접경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달콤한 꽃향기가 살랑 코끝을 스치니 나그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을 입구에 있는 회관엔 일 철이 돌아왔는지 주민들은 보이지 않고, 경상도로 넘어가는 차량 들만 분주히 오고 간다. 마을 뒤 호랑이굴이 많았다는 벌 뜸 산은 마을을 지켜보는 듯 웅장하게 서 있다. 마을 앞을 오고 가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던 주민 한 분이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냐고 궁금해하신다. 마을 이야기를 쓰려고 찾아왔다고 하니 우리 마을은 사람이 많이 없답니다. 현재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지금은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고 마을엔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서, 이 마을에 들어 온지 40년이 되었다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하신다. 마을 뒷산 이름을 물어보니 산의 형태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라 벌 뜸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마을엔 오래된 약물 탕이라고 부르는 샘이 있는데요. 그 우물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낫고, 몸을 씻으면 피부병이 잘 낫는다고 전해지는 우물이 있답니다.” “지금도 있나요?” 지금도 있긴 한데 사용은 하지 않고 있답니다.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 100년 넘은 노간주나무가 있는데요. 그 아래 작은 우물이 있답니다. 주민이 알려주는 데로 마을 안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니 작은 우물 자리가 나오고 샘 위로 100년은 넘음 직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이 우물이 눈병을 잘 낫게 해준다는 찬샘인 듯 하다. 아쉽게도 샘은 덮개로 덮여있다. 샘 옆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커다란 돌로 쌓은 성벽이 보인다. 어느 시대성(城)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는 성(城)처럼 정교하게 축성된 성(城)은 아닌 듯 보인다. 아마도 굴봉산 주 성의 1차 관문으로 활용된듯하다. 

#마을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하며 충절(忠節)을 마을의 자랑으로 간직하고 있는 한중리 마을
“우리 마을은 옛 전통을 지키고 있는 마을이랍니다. 지금도 상여를 매는 풍습을 지키고 있지요.” “그래서 마을 뒷산에 목 상여집이 있었군요. 요즘엔 현대화되다 보니 우리의 전통장례풍습인 출상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이 마을엔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군요.”하고 필자가 되물으니, “우리 마을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마을 사람들이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축복해준다고 상여를 태우는 전통이 있답니다.”
주민과 이야기를 끝내고 마을 입구에 있는 충신 윤여익 충신각(忠臣 尹汝翼 忠臣閣)을 찾아가니 새롭게 단장되어 깔끔한 모습이다. 윤여익(尹汝翼)은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보은현감(報恩縣監)을 지낸 중봉조헌 선생(中峰 趙憲 先生)의 휘하에 있던 사람으로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장 조헌을 따라 금산전투에 참전하여 700의사 와 함께 순절한 사람이다. 윤여익(尹汝翼)은 철종(哲宗)20년에 명정 되었고 충신각(忠臣閣)은 이런 윤여익의 충절을 기리고자 세운 정문이다. 충신각은 1980년대 저수지 축조 과정에서 수몰되므로 현재 위치로 옮겨 다시 지었다. 당시 기둥이나 석가래는 교체되었고 공포는 원래 것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충신각은 정면1칸 측면1칸의 겹처마이고 팔작지붕에 다포양식을 택했다. 내부에는 충신장려 충신장사랑 파평윤여익 지려(忠臣旌閭 忠臣將仕랑 坡平尹汝翼 之閭) 라고 쓰여 있고, 윤여익의 업적을 기록한 현판이 보존되어 있다. 윤여익의 충신각을 뒤로하고 마을 유래비를 찾아가 살펴보는데, 소백산 맑은 정기 한중에 서렸으니 뒷산은 일자문봉(一字 文峯)이요. 앞산은 부봉(富峯)으로 맺혀구나 마을 앞 호숫가에 회관을 건립하니 상경하애(上敬下愛) 하는 마음으로 정(情)을 나누며 대대손손(代代孫孫) 복(福)을 누리며 살리라, 라고 쓰여 있고 유래비 옆으로 흰 사슴마을이라고 하는 백록동을 가리키는 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백록동(白鹿洞)은 흰 사슴처럼 하얀 바위가 있다고 전해지는 마을로 도시 사람들에게 휴양마을로 잘 알려진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
마을 앞 백록 저수지를 따라 잘 포장된 길을 따라 한참을 휘돌아 서니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작은 선돌이 필자를 맞아준다. 마을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여기저기 농사일에 바쁜 농부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밭을 가는 트랙터와 거름을 나르고 있는 노인들, 산기슭에서 나물을 뜯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옛 시골 풍경이다. 필자가 백록동(白鹿洞)을 찾은 것은 15년 만이다. 여기도 세월의 변화에 적응하는지 새롭게 지어져 있는 집들이 깔끔한 모습이다. 백록동(白鹿洞)은 흰 사슴처럼 생긴 흰 바위가 있다고 해서 백록동(白鹿洞)으로 불리 운다고 한다. 백록동 입구에서 밭에 거름을 주고 있는 주민에게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자신의 집은 부산이고 주말에만 들어와 농장 일을 가꾼다고 하신다. 한중리는 주변 환경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마을로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도시 사람들에게 주말농장으로 안성맞춤일 듯하다. 넓은 저수지가 마을 앞에 있고 역사와 전통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선한 사람들이 살고있는 한중리와 백록동은 자연의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휠링 장소로는 최고의 적지라는 생각을 하고 왔다.
양화용 시민기자                              

한중리 마을입구.
한중리 마을입구.
백록동 전경.
백록동 전경.
한중리 마을안길
한중리 백록동 선돌
한중리 백록동 전경
상여집.
한중리 성터
한중리 성터
한중리 성터
한중리 영모제
한중리 마을유래비
한중리 윤여익 정려각
찬샘과 향나무.
한중리 충청 경상 경계석
한중리 마을회관
흰색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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