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일흔여섯 구옥남 할머니의 젊은 야망
②일흔여섯 구옥남 할머니의 젊은 야망
  • 심우리
  • 승인 2023.01.12 11:54
  • 호수 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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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못했던 공부 미련이 남아 중학교에 입학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진학해 국문학 박사가 되는게 목표야”

“어린 나이에 집안이 어려워 배움이 부족했다. 나이가 들고나니 배움에 미련이 남았다. 망설임 없이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올해로 76세에 접어든 구옥남 할머니의 말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어렵사리 보은여자중학교에 입학한 구옥남 할머니는 그 어렵다는 중학교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보은여중의 졸업반 학생이다. 
마로면 관기리에서 태어났다는 구옥남 할머니는 어린시절 보덕초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학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구옥남 할머니는 혼인 후 상주로 넘어가 살다가 고향인 마로면 관기리로 돌아왔고, 이후 연로해진 몸 때문에 3년 전부터는 실버복지관에 입주해 살고 있다고. 구옥남 할머니가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실버주택에 입주하면서 어린시절 공부하지 못했던 것이 미련이 됐던 구옥남 할머니는 복지관의 고은자 관장을 졸라 보은여자중학교에 어렵사리 입학을 하게 됐다. 연로한 나이에 입학을 하려고 하니 절차가 복잡해 고은자 관장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어렵게 입학할 수 있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어린 시절 공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까? 구옥남 할머니는 보은여중에 입학하면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보은여자중학교에서의 공부는 참으로 즐거웠다. 나이든 할머니가 교실에 있으면 아이들도 선생님도 쉽게 다가가지 못할 법도 한데 보은여중을 다니는 3년 내내 그런 불편함 없이 선생님도 아이들도 먼저 다가와준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구옥남 할머니는 “가끔 옛날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이 나한테 물어보곤 했어. 내가 옛날 일은 잘 아니까 그걸 알려드리면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한테 내가 말했던 옛 일들을 전해주곤 했지”라며 학교 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연로한 나이에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지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구옥남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어릴 때 배우던거랑 너무 다르니까 힘들어. 특히 영어랑 수학이 힘든데, 수학도 하다보니 영어가 나오고 하니까 머리가 복잡해져서 힘들더라고”라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꾸준히 차근차근 하다보니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졸업을 앞두게된 구옥남 할머니. 하지만 구옥남할머니의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고등학교도가고, 대학교도 가고 박사까지 하는게 내 목표야. 그때까지는 열심히 공부하는게 내 꿈이야” 라며 웃어보이는 구옥남 할머니. 연로하지만 학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는 구옥남 할머니의 젊은 야망(?)을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보며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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