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서울대 합격생이 가진 3가지 사연
3명의 서울대 합격생이 가진 3가지 사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12.22 12:57
  • 호수 6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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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여고 두 번째 서울대 합격생 김하람 양
보은 삼산리 출신 지교숙씨 아들 김민준 군
보은읍 이평리 정유훈씨 딸 정해린 양

행복은 분명 성적순이 아니다. 그리고 성공의 잣대가 학교성적이 좋아서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는 것도 분명 아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가수 보아는 초등학교때 학업을 이어가는 대신 가수를 선택해 그 길을 걸었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정규학력 과정을 얻었지만 성적이 월등하게 우수하고, 좋은 대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님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다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거나 좀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우수한 대학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학생들은 2023학년도 대입시험결과 모두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이다. 학교수업을 마치면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비싼 강의료를 내는 학원을 뺑뺑이 하며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던 학생들이 아니다. 비싼 학원수업을 받지않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한 실력 향상으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학생들, 그 사연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김하람양과 아버지 김도언씨.

■김하람, 보은여고 역사상 두 번째 서울대 합격

김하람의 아버지 김도언(53)씨는 “수도권에 있으면 뻔하다. 자식들을 학원 뺑뺑이 돌리며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들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싫어서 애를 데리고 부모님의 고향 보은으로 왔다”며 “다행히 아이가 본인의 의지대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교 합격까지 해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도시에 있는 공장이 보은으로 이전할 때 자녀교육을 이유로 거주지를 보은이 아닌 도시로 선택하지만 하람양의 아버지는 정반대의 코스를 선택한 것. 아이가 자연환경을 보고 생활하게했다. 이처럼 아이의 교감능력이나 정서함양, 여기에 실력까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김도언씨는 “보은으로 이사온 후 아이가 걱정돼서 보은으로 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여기 애들이 서울 애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더 정겹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생활은 어떨가 싶어 선생님들께도 물었더니 적응을 잘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도시에서 자녀교육이 꼭 정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정초등학교를 거쳐 속리산중학교를 졸업한 하람양은 보은고가 아닌 보은여고를 선택했고, 3년 내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실력을 쌓았다.
하람양과 아버지 김도언씨는 내신은 좋은데 수능성적이 낮으면 결국은 우물안 개구리일 것이라며 진짜 하람양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전국단위 모의고사가 중요했기 때문에 모의고사에 비중을 둬서 공부했고 수능성적도 잘 나와 하림양이 목표로 했던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하람양의 아버지 김도언씨는 도시의 치열한 입시지옥에서 딸을 꺼내 시골로 왔지만 대입결과가 기대했던 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딸이나 가족들이 원망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물으니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람양은 대학교 졸업 후에는 미국 유학도 계획하고 있다. 하람양의 아버지 김도언씨와 외사촌간인 미국 연방정부의 차관보 현상진씨 등 진외가쪽의 가족들이 미국에서 뿌리를 내려 어릴 때부터 미국유학에 대한 꿈은 자연스럽게 키웠다고 말했다.
수한면 소계리 출신으로 서울에서 생활하다 하람양과 함께 고향으로 귀촌한 하람양의 조부모도 하람양의 서울대 합격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한편 하람양의 아버지 김도언(53)씨는 속리산면 중판리에서 오렌지캠프 상호의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고등학교, 외대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학 석사인 김도언씨는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근무했다.

■군청 다녔던 지교숙씨의 아들 서울대 경제학과 합격

보은 삼산 까막샘거리 마을에 살던 지교숙(46, 인천시 계양구)씨는 법적으로는 보은읍 교사리 지현구·서정희씨의 큰형님의 딸, 조카이다. 하지만 지교숙씨는 시집가기 전부터 작은엄마와 작은아버지를 친 부모처럼 의지했다.
왜냐하면 교숙씨가 중2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품에서 자라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오갈데 없었던 교숙씨와 오빠와 여동생까지 3남매는 작은 엄마와 작은 아버지가 거뒀다.
서정희씨는 “1남1녀인 내 자식과 층을 두지 않고 조카들도 똑같이 키웠어요, 작은 엄마 밑에서 살면서 구박받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사실은 우리 애들보다 더 애지중지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정희씨는 “그렇게 키워 시집 보내 얻은 외손자가 이번에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했다.
손자를 자랑하고 싶다고 말한 서정희씨는 전화하는 내내 조카딸을 친딸처럼 부르며 사위 손자를 부르는 말속에 사랑이 뚝뚝 묻어났다.
서정희씨는 “손자 민준이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중학교 3년 동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인천외고에 들어가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며 손자 자랑으로 입에 침이 말랐다.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둬 원서를 넣은 서울대 경제학과,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에서 모두 합격통지를 받았는데 민준이가 선택한 곳이 서울대 경제학과”라고 밝혔다.
서정희씨는 “우리 손자가 공부도 잘하는데 키도 크고 인물도 좋다”며 “나중에 커서 한 자리 꼭 하면 좋겠다”고 기대를 가득담은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동광초등학교와 보은여중고를 졸업한 교숙이와 교숙이 오빠도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아주공대 4년을 가르쳐 결혼시켰다”고 말한 서정희씨. “캐나다로 이민간 교숙이 오빠, 그리고 전도사를 하는 막내까지 모두 친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교숙이가 참 잘한다”며 “우리집을 친정이라고 하고 사위도 장모님, 장인어른 이렇게 부르고 자주 오고 안부전화도 자주한다”고 말하고 “내가 딸을 참 잘 키운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정해린양, 아빠 정유훈씨와 엄마 문은주씨.

■보은군 학예사였던 정유훈씨의 딸 정해린 서울대 불문과 합격

초등학교때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선정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과 연관된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를 보는 독서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여 을미서점, 모임 이름도 아이들이 만들었다. 이 모임에 청소년문화의집에 다녔던 문은주 선생님과 그의 딸 동광초 6학년 정해린 학생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외교관을 꿈꿨던 그때 그 어린 정해린 학생은 보은여중을 졸업하고 한국교원대 부속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데 이번에 서울대학교 불문학과에 합격했다.
2년간 계속된 독서모임은 많은 활동을 했고 이 활동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하게 했고 자기의 꿈과 희망, 진로를 결정하는데 부모님의 기대나 의지가 아닌 스스로 정하게 했다.
엄마 문은주씨는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부모품을 처음 떠나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걱정됐어요. 1학년 들어가서도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보자는 소리 한 번 하지 않았어요. 을미서점 활동의 내공(?)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이를 믿었죠.”라고 말했다. 조바심 날 수도 있지만 기다려준 엄마에게 해린양은 서울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보인 것. 
중학교 때부터 베이스기타를 치며 밴드활동을 했던 해린양은 고등학교에서도 밴드활동을 이어갔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의 경쟁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는 학원수강이나 과외수업보다는 중학교 때부터 했던 밴드활동을 이어가며 스트레스를 푼 것.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아도 공부대신 밴드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도 해린양을 믿었던 엄마에게 해린양은 2학년때 부터 성적표를 보여줬다. 이 정도의 성적이면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를 밟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만한 성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엄마 문은주씨는 딸의 행동을 해석했다.
중학교 때도 그랬지만 고등학교 때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또 많은 활동을 하면 거기서 얻은 경험이 너가 하고자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생선배 같은 조언을 한 것이 엄마로서 해야할 역할이었다고 문은주씨는 스스로 고백(?)했다.
그러면서 해린이가 이렇게 큰 데는 어려서부터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에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 영상매체 노출로 읽기 문화가 실종되고 인터넷이 더 익숙한 세대이지만 해린이는 을미서점 모임을 하면서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읽은 후에는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또 사고력이 깊어진 것 같다는 것. 읽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해린양은 보은군 학예사였던 정유훈(49, 영동군)씨와 보은군청소년문화의집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충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센터장인 문은주(49)씨의 둘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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