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정치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게 만들었나
누가 이들을 정치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게 만들었나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10.06 10:02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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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무대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정치철학과 소신은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주 이용희 의원의 3남 이재한 씨를 따라 자유선진당을 떠나 민주당에 입당한 보은지역 도·군의원들은 정치철학도 소신도 없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자유선진당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인 한나라당보다도 더 보수적인 정치색채를 보여주고 있는 정당이다. 반면 민주당은 어떤가.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정당이다. 보수보다도 보수적인 정당에서 중도개혁 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면 이에 대해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자유선진당 행을 택한 이용희 의원을 정치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이들에게서 정치철학적인 설명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일지도. '정치철학도 없이 오로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보스의 지시에 따른 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비아냥거림이 그 설명을 대신하는 듯하다.

정치철학이 없다면 정치적인 소신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1명의 도의원과 4명의 군의원이 당적을 옮기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상의도 없었고 기자회견도 없었다. 무슨 죄라도 진 것처럼 조용히 쉬쉬하면서 옮겼다. 이에 대해 소신 있는 답변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여지없이 실망하고 말았다.

도·군의원들은 당적변경 배경에 대해 '자유선진당의 약한 당세를 지적하며 힘 있는 야당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힘이 필요하다면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옮기면 될 것 아니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힘없는 자유선진당의 공천을 왜 받았느냐, 4년전 통합민주당에서 힘없는 자유선진당으로 왜 당적을 바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소신있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옮겼으니, 소신있는 답변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 아닐런지.

그럼 누가 이들을 이렇게 정치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는 도·군의원들로 만들었나. 지역구 국회의원.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선거 때만 되면 특정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우리들의 정치행태가 보은군민을 대표하는 도·군의원들을 국회의원의 시녀로 만든 것이다. 보은군을 위해 해놓은 것이 없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갈아치우고, 새 인물을 찾아야 함에도 우리는 수십년간 무조건적이고 지시에 의한 투표행태를 보여 왔다. 이런 우리들의 투표행태가 특정인과 특정정치세력에는 막강한 힘을 실어주었지만, 도·군의원들에게는 그만큼의 힘이 실리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이 정치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는 도·군의원들을 만든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치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이 정치쇼를 보여주는 도·군의원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들 자신부터 반성하고 잘못된 투표행태를 고쳐나가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한숨을 내쉬는 의원들을 만들지 말자.

“지방의원들은 공천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시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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