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살리기는 역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시장 살리기는 역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10.06 09:44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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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를 만들고 주차장을 정비하는데 막대한 돈을 썼지만 효과는 얼마나 될까.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뀐 세상에서 현대적으로 정비한다고 해도 구매자는 여전히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이 옛날의 활기를 되찾을 수는 없을까?

시장활성화에서 그 시장을 이용하는 대상 목표를 지역 주민과 외지 관광객으로 구분해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지역주민을 타깃으로 할 경우 재래시장을 주민들이 교류하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아이들을 맡아주는 탁아기능을 하는가 하면 작은 도서관, 안되면 문고라도 만들어 아이들과 어머니가 함께 도서관에서 뒹굴며 책도 보고 자녀 숙제도 봐주다가 시간이 되면 시장을 봐 집으로 돌아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

마을 경로당이나 다문화복지센터, 여성 문화센터 등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여성단체 회원들의 모임 장소로 상인회 사무실을 제공하고 가끔 시낭송회도 하고 유치원생들의 학습 발표회도 여는 등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시장을 들락날락 거리게 해야 한다. 시장방문횟수가 많을수록 시장에서 지갑을 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외지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활성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관광성수기인 가을 단풍철 속리산을 찾는 주말 관광객은 하루 2만여명에 달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만명 중 1만, 아니 5천명이라도 보은시장을 찾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들이 보은장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그 미끼는 무엇이 좋을까?

그것은 먹거리다. 먹거리는 이미 장흥한우 성공사례가 입증하듯이 거의 백발백중이다. 시장 안이나 시장 주변에 맛있는 먹거리가 있다면 속리산 구경도 하고 보은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은 후 보은 시장에 들러 싱싱한 채소며 과일을 사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말나들이 코스로 정착될 수도 있다.

서울 등 외지에서 순대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을 정도 유명한 우리지역의 대표적 먹거리인 순대는 시장냄새를 풍기는 먹거리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보은막걸리 또한 맛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여기에 최근에 제조된 대추막걸리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순대와 막걸리만으로도 시장표 먹거리는 이미 개발된 셈이다.

우리콩으로 빚은 두부는 먹거리에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큰 유인책이 된다. 두부하나로 대박난 경북 용화의 한 식당의 예에서 이는 증명된다. 두부를 만드는 일이 번거롭겠지만 우리콩으로 두부를 만든 고소한 우리콩 두부라면 그 집 두부를 사기 위해 줄을 지어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두부 만드는 과정을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시간제한을 둬 두부만들기 체험이 추가된다면 손님끌기는 따놓은 당상이다.

여기에 4계절 팔 특산품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대추판매장이 시장 안에 있긴 하지만 아직 외부인을 견인하지는 못한다. 대추뿐만 아니라 더덕, 도라지, 인삼, 표고버섯, 보은 황토한우고기 등 고품질 특산품이 판매품목으로 자리를 잡으면 시장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

볼거리 또한 사람을 모으는 큰 힘이 된다. 지난해 시장 안에서 펼쳤던 대장간체험이나 짚풀공예 체험은 두고두고 얘기할 정도로 볼거리로서 만족감을 줬다.

하지만 아무리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를 갖췄다고 해도 상인들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장변화는 필수다. 시장 바닥에, 그것도 박스에 물건을 아무렇게나 담아놓는 것과 같은 진열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 가지런하게, 차곡차곡, 보기좋게 진열하는 것이 마트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들쑥날쑥 아무렇게나 있는 것이 재래시장의 맛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또 점원들이 달라붙어 옷을 골라주고 무엇이 어울리겠다고 권하는 백화점 같은 과잉 친절은 아니더라도 관심이 필요하다. 물건을 사든지 말든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전기담요를 틀어놓은 자리에 붙박이로 앉아 손님이 와서 물건을 고르던 말던 일어나지도 않는 경우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먼 길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실천한다면 최소한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시장의 모습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달걀 한판 두부 한 모를 사는데도 의례적으로 마트를 찾는 주민들이 시장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재래시장이 정말 살아남기 힘든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하루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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