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단 탐방(1)-보은농협 풍물단
풍물단 탐방(1)-보은농협 풍물단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10.06 11:46
  • 호수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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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소리가 나면 문을 열어놓아라! 잡귀가 물러간다!”

꽹과리, 장구, 북, 징, 나발, 태평소, 소고 등을 치거나 불면 신명나는 소리가 귀에 꽂힌다. 주로 농부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문화 ‘풍물놀이’. 보은군에는 읍면마다 고유의 풍물단이 있다. 오랜 전통을 지키고 또 앞으로 지켜나갈 풍물단들을 만나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난 7월에 열린 속리산 신화여행 축제 민속놀이 경연에 보은읍으로 출전해 1등을 차지한 보은농협 풍물단의 모습.<br>
지난 7월에 열린 속리산 신화여행 축제 민속놀이 경연에 보은읍으로 출전해 1등을 차지한 보은농협 풍물단의 모습.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는 지신밟기는 구정이 지나고 15일 안으로 한다고 한다. 안녕과 번영을 위해 잡신을 물리치는 쇳소리를 내는 것이다. 풍물놀이는 농민의 놀이이자 의식이었던 셈이다.
보은 읍내의 한 가게 앞, 닭 튀기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지난 9월 27일 그곳에서 보은농협풍물단 정정화 회장과 양경순 상쇠를 만났다. 각 읍면마다 있던 풍물단이 보은읍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가 없어졌다. 이장들이 관리하던 풍물단이 관리가 소홀해져 없어진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 보은농협에서 고향주부모임과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을 모아 주부대학 취미교실(풍물반)을 열었다. 1999년 3월 취미교실 수료 후 보은농협풍물단을 창단했다. 창단 뒤 한마음대회, 경연대회 및 행사에 나갔었는데, 다른 마을은 풍물단이 다 있는데 보은읍에만 풍물단이 없어 보은읍 소속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보은농협 풍물단은 50대에서 70대로 이뤄져 어느덧 30~40명의 회원이 모였다. 그 중엔 남성 회원도 있다. 처음엔 여성들로만 이뤄진 풍물단이었지만 점차 풍물단이 커지며 남성 회원도 들어왔다. 보은농협 풍물단엔 연령 제한도 성별 제한도 없다.
보은농협 풍물단은 지난 속리산 신화축제에 보은읍풍물단으로 참여해 1등을 차지했다. 정정화 회장은 “한 달 동안 연습하는데 날이 더워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보은농협 풍물단은 보은읍 주민자치회와 연계해 상반기, 후반기로 나눠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받고 있다. 또 보은농협에서 연습실을 제공하고 악기 보관장소도 제공해주고 있다. 보은농협 풍물단은 이렇게 보은읍과 농협과의 협력을 통해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난 뒤 행사가 많이 열렸다. 양경순 상쇠는 “코로나가 끝나고 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풍물놀이를 부르는 곳은 점차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장구 난타와 같은 것들이 유행하는지 풍물놀이는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지신밟기를 하고 나면 기금이 조금씩 나오는데 악기를 충당하고 오래된 옷과 기를 바꾸는데 돈이 많이 든다. 
정정화 회장은 “이번 속리산 신화축제에서 지신밟기를 하고 받은 기금의 두 배가 들었다”며 한탄했다. 부족한 돈은 회비로 간신히 충당했다. 그런 와중에도 보은농협 풍물단은 연탄 나누기 봉사도 하고 복지관에서 행사에 초청하면 재능기부도 하며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제천에서 열린 도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 보은농협 풍물단은 그때 인원을 무척 많이 동원했다고 회상했다. 보덕중 취타대와 이장님들을 동원해 보은군 대표로 참여했다고 한다.
보은군의 유일한 취타대는 보덕중에 있는데,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 양경순 상쇠는 “보은군풍물연합회가 취타대를 설립해 취타대와 함께 협력해서 풍물과 취타대의 전통을 계속 살려 나가고 싶다”며 “단순히 취타대와 협력만 이뤄질 것이 아니라 장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육시설은 자리가 없고, 문화원은 다른 사람들이 시끄럽다며 싫어한다. 그들은 눈치 보지 않고 연습할 장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풍물놀이는 농민의 얼이고 보은군의 풍물단은 각 마을의 오랜 역사다. 시대가 변해도 지켜야 하는 오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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