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도락가는 아니다. 술을 한 잔 해도 안주를 별로 밝히지 않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핀잔을 받는 편이다. 그런 내가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내가 맛집을 찾아낸다면 그 집이 진짜 맛집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광고비를 많이 투자한 집들이 앞 다투어 눈에 들어온다. 되도록 광고 노출이 심하지 않은 숨어있는 보은 맛집들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편집자주)

찌는 듯이 더운 여름이다. 햇살이 뜨겁다. 숲 속 시원한 계곡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피서가 있을까? 
속리산면 도화리에 가면 그런 피서를 할 수 있는 카페식당이 있다. 도화리는 삼가터널을 지나 비룡저수지를 끼고 구병산 쪽으로 가다 삼가1리 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2km 정도 올라가면 나타난다. 속리산 천왕봉 아래 자리 잡은 청정 마을이다. 한때는 '대한민국 오지'라고 검색을 하면 '도화리'가 떴었다. 마을 전체 가구 수가 20여 가구도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천왕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의 맑은 물은 그냥 떠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이곳에서 이장을 맡아 열심히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정근씨. 그는 2017년, 지금 운영하고 있는 '천왕봉 가는 길에' 펜션에 놀러 왔다가 펜션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펜션을 덜컥 인수해버렸다. 한 때 의류판매업으로 큰돈을 벌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을 실천에 옮겼다. 펜션을 운영하다 보니 음식을 준비해주기 원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해서 아예 식당을 따로 지었다. '히든 밸리' 아름다운 계곡에 딱 어울리는 이름!
금슬 좋고 다복한 정근씨 부부는 예쁜 딸 넷을 키웠다. 아내 신미경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음식 솜씨가 늘었다. 아내가 잘 하는 음식 중에 대표 메뉴를 정했다. 북어찜과 닭도리탕! 인심 좋은 미경씨의 북어찜에는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물엿 등 갖은 양념으로 무쳐놓은 콩나물과 두부가 수북이 올려진다. 미경씨의 북어찜은 한 마디로 푸짐하고 화려하다. 잘 졸여져 쫀득쫀득 하면서도 부드러운 북어찜은 씹는 맛이 그만이다. 
닭도리탕은 갓 잡아온 토종닭을 한 번 삶아낸 후, 다진 마늘에 하루 푹 재워 요리를 한다. 마늘 향이 은은하게 스며든 쫄깃쫄깃한 토종닭과 감자에 갖은 양념을 더해 졸여낸 진하고 깊은 맛의 토종닭도리탕은 한 마디로 맛이 끝내준다. 토종닭백숙에는 황기, 양파, 대파, 엄나무, 인삼, 대추 등 각종 한방 약재에 더해 특별히 칡순을 넣어준다. 칡순은 천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여성들의 갱년기 중상인 골다공증 및 관절염을 예방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기관지를 보호하고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각종 약재의 진한 국물로 끓여낸 닭죽은 술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미경씨가 직접 담은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메추리알 조림, 고추장아찌, 나물 등 각종 밑반찬 솜씨는 반찬가게를 해도 될 정도이다.
식당 음식은 맛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뛰어난 음식 맛에 더해 멋진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도화리! 이름처럼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복사골! 신선들이 산다는 무릉도원! 푸르른 숲 속에서 머물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신선이 되어 보시길!
*메뉴 : 토종닭백숙 70,000원 / 토종닭도리탕 70,000원 / 북어찜 대 38,000원, 소 28,000원 / 삼겹살(200g) + 공기밥 + 된장찌개 18,000원 / 아침식사 백반 10,000원  
*아메리카노 커피 2,500원
*토종닭 등 모든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므로 최소한 2-3일 전에 예약해 주시기 바람. 
*예약전화 : 043-544-5249, 010-8861-2813(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천왕봉길 257)  
*펜션 예약도 가능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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