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지방소멸위기 청년에서 답을 찾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청년 목소리, 지역에 희망내려놓기 전 귀 기울여야
[기획 : 지방소멸위기 청년에서 답을 찾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청년 목소리, 지역에 희망내려놓기 전 귀 기울여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7.07 10:57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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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고 답답한 보은 언젠가 떠날 것” 그러나 “그런대로 불편 없다”는 의견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젊은 인구가 적은 보은은 상주인구의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청년들은 취업이나 대학재학, 군입대 등을 이유로 주소지만 보은에 두고 대부분 외지에 실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청년 한 명이 소중한 보물일 정도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청년 인구가 소중한데 보은 군정에서 청년정책은 매우 취약하다. 청년 관련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이에 근거한 보은군의 자체 사업이 없다. 인구가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 보은군과 같이 소멸위험 평가를 받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쳐 지역의 활력을 찾고 있다. 본보는 청년들의 정착으로 활력을 찾은 지역엔 그 영향력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서 보은군도 청년정책을 추진해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청년들에게 보은은 희망의 땅인가?
2. 괴산의 젊은 농부들 뭐하농에서 뭐하삽니까?
3. 공주시 원도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재생
4. 신안 안좌도에 몰려든 해적 청년들 작은 섬 들었다 놨다
5. 소멸위험 의성군 청년들은 이웃사촌 마을로 몰려든다

지방소멸이라는 농촌지역이 처한 현실에서 인구는 지역의 하나의 무기이고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다. 심각한 고령화 지역은 젊은 인구 유입이 안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처해있다. 그래서 소멸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지자체마다 청년들의 이탈을 막고 외부 청년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 해법을 청년 정착으로 보고 있는 것.

2022년 6월말 현재 인구 3만1천798명 중 65세 이상은 1만1천707명. 고령화 지수 36.8%에 달하는 보은은 심각한 고령화 지역이다.

청년인구는 5천194명으로 전체 인구의 16.3%에 불과하다. 보은군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엔 매우 허약한 인구구조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청년인구가 지역에 정착하고 외지의 청년들이 유입될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보은에 사는 청년들의 살아있는 목소리

과연 우리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은의 현실에 만족할까? 기자는 이번 기획을 위해 보은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1살 청년 2명과 26살, 27살 청년(여성) 6명, 그리고 20대 후반과 30대 초중후반 청년 농업인 6명을 만났다. 청년들은 보은에서 미래를 설계 할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언젠가는 떠나기 위해 자금을 비축하는 중이다

보은에 동갑인 친구들이 2, 30여명이 살고 있다고 말한 26살 청년 박수인(보은 장신)씨는 대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외지로 나가지 않고 3년간 보은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보은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냥 돈을 벌기 위한 곳 정도로 생각하고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있었던 회사이고 회사의 성장목표는 있지만 이곳에서 청년들이 갖고 있는 꿈을 펼치는 것은 거의 0%인 것 같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을 청년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꼭 필요한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데 그런 일자리가 아니니까 돈을 벌기 위해 그냥 기계처럼 일을 하는 것 같다"

"청년들은 직장이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짜 자기가 품고 있는 어떤 것들을 펼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그런 꿈을 버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도시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친구들이 보은에 살면서도 언젠가는 나갈 거라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수인씨는 "보은은 바뀌는 것 없이 거의 똑같잖아요. 카페를 가더라도 맨날 똑같은 가게이고 만나는 사람도 거의 다 아니까 너무 답답하고 지루하잖아요. 골목골목 카페가 많은데 청년들에게 보은의 카페는 그냥 친구를 만나기 위한 장소에 불과해요. 도시에 나가면 음료가 담긴 컵이나 라떼 아트,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를 사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것을 즐겨요"

"월급의 5% 많아야 10% 정도 소비하고 대부분 도시에서 소비를 하고 있어요. 그만큼 보은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닌 곳이죠. 하지만 도시는 몇 개월 전에 갔던 곳인데 다른 가게가 오픈했고 사람이 바뀌기도 하죠. 청년들은 그런 것에서도 조금 더 시원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가끔 청주, 대전을 나가는데 유동인구도 훨씬 많고 시설도 다양하니까 그곳에서 하는 경험의 폭이 훨씬 넓어져 생활의 활력이 돼요. 조나 친구들이 도시에 나가서 그런 맛을 느끼고 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수인씨는 "저희 부모님도 보은에만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경험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시로 나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그것이 너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문화기반 취약, 친소지역의 한계 등이 거주외면 하기도

청년들의 도시 지향에는 소지역이 갖는 한계가 작용하는 면이 크다. 박수인씨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일단 청년들이 독립을 하고 싶어도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곳인 행복주택이 있지만 보은읍 도심과는 거리가 멀어 자차가 없는 경우 이동이 힘들다는 것. 이는 면단위에 살고 있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왕래하는 버스가 많지 않고 1시간에 한 번 운행되거나 하루 2, 3차례 운행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매우 불편하다는 것.

자차가 없는 경우 인접 도시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 하면 전날 시험장소 인근에서 1박을 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는 것.

또 청주나 대전만 해도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대이고 작은 평수는 임대료 10만원대의 원룸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뿐만 아니라 문화시설 등 여러 기반이 도시에 비해 크게 열악한 보은의 원룸이 보증금이 500만원 월세 35만원, 40만원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보은은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로 친소로 연결돼 있는 지역공동체적인 특성이 작용한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튀는 행동하는 경우 쉽게 노출되고 또 누구의 딸 , 누구의 아들 등 한 사람 건너면 대부분 누구인지 알 정도이기 때문에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꾸리며 살아가고 싶지만 다른 모습이나 의견을 갖기라도 하면 입소문이 나서 공무원 시험 준비나 취업준비를 위해 잠시 본가에서 지낸 경우를 제외하면 보은에 정착한 청년을 찾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녀교육, 의료부문 불편하다

전인덕(37, 보은 신함), 심영욱(26, 탄부 석화), 이병준(36, 산외 원평), 양상철(38, 탄부 하장), 김동현(26, 보은종곡), 김한수(32, 마로 갈평)씨는 모두 후계농들로 자영농들이다. 부모가 경작하는 논밭농사와 부모의 지원으로 한우를 사육해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은 덜한 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시작으로 보은에서 했거나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부모의 권유로 부모의 곁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이들이 보은에서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고 보은에서 생활하는데 대체적으로 만족하지만 가장 크게 불편한 점으로 꼽은 것은 자녀교육과 의료분야다. 이들은 보은에서의 교육과 청주에서의 교육간 아이들이 누리는 것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리니까 큰 차이를 못 느끼지만 여기에서 아이들에게 투지하는 것과 청주에서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다른데 그 자체가 차이를 만들어서 자녀교육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의 마음이 다 같긴 하지만 특히 엄마가 자녀교육에 더 집중하는 부분이 커서 청주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시작을 일단 청주 택지 개발할 때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되면 엄마랑 아이들부터 나가고 그다음 남편이 나가고 직장인들처럼 청주에서 보은까지 출퇴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부분의 경우 어린 자녀를 둔 경우 대부분 청주에 주치의처럼 소아과 병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보은에 국비를 지원받아 소아과 전문의가 있지만 보은은 임시방편으로 이용하고 또 아주 긴급을 요하는 응급상황이 아니면 청주로 나가 진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26살 김동현씨는 올해 보증금 2100만원에 월 5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삼승 행복주택으로 독립을 했다고 말했다. 김동현씨는 자본금이 많지 않은 청년들에게 행복주택은 독립하는데 상당히 좋은 조건이지만 대기자가 많고 또 설사 입주를 했더라도 거주기간이 4년밖에 안돼 다음을 걱정해야할 판이라며 자본이 취약한 청년들이 독립해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행복주택이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동현씨는 결혼하는 경우 3, 4년 돼야 한정이 되는데 아기가 생기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4년 있으면 행복주택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그럼 진짜 흠들어진다며 그래서 청주로 나가야지 하는 식으로 된다며 보다 장기간 살 수 있는 행복주택으로 정책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바람도 밝혔다.

#보은에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21살 동갑인 이재웅씨와 최지웅씨는 배달일, 아르바이트, 공장 등 찾으면 얼마든지 일자리가 있는데 쉽고 편한 자리를 찾다보니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2021년 11월부터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오전 10시에 일을 시작해 새벽 1시가 돼서야 일이 끝나지만 답답한 도시보다는 현재 보은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은에서 50만원 지출하면 생활할 수 있는데 도시로 나가면 100만원 이상이 지출되는데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정말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면 도시에 나가도 아르바이트나 배달, 공장 등에서 일을 할 것인데 무엇 하러 도시로 나가느냐며 청년들이 도시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같이 대답했다.

향후 가게 임대업을 하고 또 애견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이들 청년들은 다만 보은에서 사는 불편한 점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옷이나 음식의 종류가 적은 것 등을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로 나가서 색다른 음식도 맛보고 브랜드 옷이나 신발을 사기도 한다며 보은에서 살고 있는 현재의 생활에 큰 불만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보은,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청년들의 머릿속에 보은은 노인이 많은지역으로 굳어져 있고 군의 대부분의 사업도 그쪽으로 맞춰져 있는 답답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선거결과를 봐도 그렇고 변화하지 않는 보은에서 청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소리를 내도 지역 이미지가 고착화 돼 있는데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체념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으로 보은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바랬다.

그 일환으로 청년주도사업 공모전이나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저극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갖기 때문에 많은 긍정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튀는 행동이나 의견으로 인해 입소문이 날 수도 있어서 보은에서 이런저런 신경안쓰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만약 청년위원회가 구성이 되면 참여해서 조금씩의 지역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도 말했다.

보은에서 살면서 불편한 것으로 병원을 꼽았다. 응급상황이 아니면 청주 지역 병원을 찾는다며 의료시설 확충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이와함께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용공간 확충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시골에서 희망이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도시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보은이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청년정착, 청년을 유입시킬 수 있는 정책 실현을 위한 군의 의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금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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