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써레와 번지이야기2
(11) 써레와 번지이야기2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5.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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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잘게 부수거나 땅을 고를때 쓰는 도구인 써레의 모습이다.
흙을 잘게 부수거나 땅을 고를때 쓰는 도구인 써레의 모습이다.

써레는 소와 연결하는 나루채의 길이에 따라 짧은 써레와 장써레로 구분하였는데, 짧은 써레는 90㎝ 정도의 나무 체에 봇줄을 연결하여 사용한 반면, 장써레는 250㎝정도로 봇줄 대신 나무로 체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짧은 써레를 사용하였으나, 경기 일부 지역과 북한에서는 예전부터 장써레만 사용하였다. 밭 써레는 써레 몸통을 2∼4개를 잇대거나 여러 겹의 나무틀에 나무 또는 쇠로 된 발을 박아 흙덩이를 보다 능률적으로 부술 수 있도록 만든 평상써레를 사용하였는데 보은에서는 직경 10cm정도의 통나무 6-7개를 엮어 소가 끄는 봇줄에 연결하고 작업자가 평상써레에 올라타고 작업하였으나, 현재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통상 5-6월 모내기를 할 때는 쟁기로 논을 갈아 물을 채운 후 흙이 부드러워지면 써레로 잘게 부수고, 써레의 발 앞에 번지를 연결하여 번지질을 하면서 논바닥의 높낮이를 고르고 모내기를 하였다. 번지는 각 농가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관계로 크기나 모양이 다양하였으나, 보은의 경우 폭 30cm에 길이 160-180cm의 판자를 이용하였다. 
보은읍 중동리 서찬범(88)씨는 '모 심을 때 무릎까지 빠지는 물 논에서 번지질을 하고 나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가도 논둑에 앉아, 새 참으로 광주리에 이고 온 국수 한 그릇과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고, 그 모습이 우리의 농촌풍경이었다.'고 옛날을 그리워하신다. 번지는 소와 써레에 연결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바닥을 고르는 일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농가에서 모내기 할 때 묘를 공장에서 구입하거나, 직접 육묘할 때에도 이앙기에 맞도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육묘 상자에 씨를 뿌려 비닐하우스 안에서 어린모를 키우지만, 옛날에는 집집마다 논 한 귀퉁이에 모판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비닐을 덮어 모를 키워 본답에 이앙하였다. 이때 모판을 만들면서 높낮이를 고르기 위하여 번지에 연결된 끈을 잡고 뒤로 가면서 번지를 발로 밟아 묘판이 똑같이 물에 잠기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번지는 보은지방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기능이 다른 여러 종류의 번지가 있었다. 써레처럼 생겼으나 발이 서너 개로 두둑이나 고랑의 흙을 부수는 살 번지, 살 번지의 가운데 발을 빼내고 날을 달아 김을 매는 매 번지, 극젱이에 넓은 보습을 달아 김매기를 하는 밀 번지, 쟁기의 술바닥에 나무토막을 넓게 길이 방향으로 덧대서 쟁깃밥을 부수거나 김을 매는 통 번지가 기능이 다른 번지들이었다. 써레와 번지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 동안 사용하다보니 써레에 관련된'써레 씻기'라는 민속도 생겨났다. '써레 씻기'는 써레를 씻어 벽에 걸어둔다는 의미로 이는 봄철의 힘든 일이 끝났음을 표현하는 것으로'호미 씻기'와 같은 의미의 민속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써레를 씻어 걸어둔다는 뜻인데, 힘든 노동이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호미씻이' 풍속도 같은 의미이다.


서성범 시민기자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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