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소줏고리 이야기
(5)소줏고리 이야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3.31 09:15
  • 호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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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면 구병리 기능보유자 임경순님의 송로주 체험현장의 모습이다. 송로주는 여러과정을 거쳐 소줏고리에서 고아낸 훌륭한 보은의 전통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에는 안동소주, 진도 홍주 등 곡주를 소줏고리로 증류하여 만든 높은 도수의 소주들이 있었고, 보은지방에도 속리산면 구병리에서 기능보유자 임경순 님이 만드는 송로주(松露酒)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면서 보은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고, 많은 사람들이 보은을 찾아오면 송로주를 찾아 메밀꽃 축제로 이름난 구병마을을 찾았다. 송로주는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을 섞은 후 소나무 복령과 관솔을 첨가하여 막걸리를 빚은 다음, 청주로 만들어 소줏고리에서 고아낸 40도의 훌륭한 보은의 전통주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전통주를 만드는 소줏고리는 기원전 2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향수나 약을 제조하기 위해 시작되어 몽골이 아랍지역을 점령했을 때 도수가 낮아 변질되기 쉬운 마유주(馬乳酒)을 증류하였으며, 고려를 침략했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물(100℃)과 달리 에칠 알코올은 78℃에서 일찍 끓어 휘발되는 차이를 이용해 소주를 얻는 용도로 사용하는 소줏고리는 만드는 재질에 따라 오지로 만든 토고리, 쇠로 만든 쇠고리, 동으로 만든 동고리로 불리 운다. 소줏고리는 허리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장구 모양의 그릇으로 아래 그릇은 뻥 뚫려 있고, 위 그릇은 찬 물을 담을 수 있게 윗부분이 움푹 패여 있고, 내부에는 증류된 소주를 모아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게 밑으로 경사진 주둥이가 달려 있다. 가마솥에 발효주를 담고 소줏고리를 올려놓은 뒤 김이 새 나가지 않도록 밀가루나 쌀가루를 이겨 솥과 고리의 틈을 막고 밑에서 불을 때어 끓이면, 발효주에 있던 알코홀은 증기가 되어 올라갔다가 위 그릇에 담긴 찬 물 때문에 물방울로 변하여 물 담긴 그릇의 바닥에 응결되어 내부에 있는 주둥이를 통해 한 곳으로 모아진다.
소줏고리는 지방에 따라 전라도는 고조리, 제주도는 고소리로도 불리기도 하고, 형태가 조금씩 다르고, 형태에 따라 맨 위의 찬물 교환 횟수나 냉각 효과가 달라 만들어지는 소주의 양에 차이가 난다. 역삼각형인 전라도 소줏고리는 소주가 많이 만들어지고, 아래통이 넓은 경상도 소줏고리는 모양이 안정해 보인다. 그러나 요즈음, 세월의 변화로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 안동소주와 진도 홍주를 만들고, 보은의 송로주를 빚어내던 소줏고리는 2013년 8월에 전주술박물관에서'소줏고리 특별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모두, 시대의 변화로 스테인리스로 만든 공장에 일자리를 내어 주고, 처량한 신세로 단지들을 모아 놓은 구석에 쳐 박혀 사라질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고, 우리는 향수어린 전통의 맛을 잃어버렸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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