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석
추 석
  • 편집부
  • 승인 2011.09.08 09:45
  • 호수 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진 시인(보은읍 종곡리)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남(男)을 풀이할 때 열(十) 입(口)을, 즉 십 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힘을 남자라 했으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나이를 남자의 상징으로 보았을 것이다.

백로(白露)는 24절기의 15번째로 양력으로 9월 7일 내지 8일에 해당하는데, 금년도에는 8일에 태양환경이 165도가 되는가 보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했으니 장마가 물러가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절기를 뜻한다 하겠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가서 여름비에 무너진 무덤도 살피는 등 정성껏 보수하며 햇곡으로 준비한 정갈한 음식을 1년 농사의 고마운 뜻으로 바쳐 올린다. 성주, 터주, 조상단지 같은 집안신들도 햇곡식으로 추석음식을 올리는 전통의 민속이 전해 내려와 소중한 민속자료가 되고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 요즈음엔 많이 변화되어 가고 있어 미풍양속 보존에 걱정이 된다.

아무쪼록 이번 추석엔 풍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오고 즐겁게 정을 나누기를 바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고 빈다.

명절엔 어른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있는데 현세의 우리 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런지 효(孝) 사상이 점점 흐려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들 하는데 한번쯤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효는 덕(德)의 근본이라고 한다. 효(孝)는 자(子)가 노(老)를 업고 있는 형태의 글자라고 본다.

내 부모만을 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모든 젊은 사람들이 내 부모뿐이 아니라 다른 모든 노인분들을 업어줄 수 있는 참된 정신과 실천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리고 업어주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물론 아껴주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敬)의 정신이 동시에 깃들어야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부모에게 생활상의 근심을 끼치지 않는 것이 효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경애하는 마음씨야 말로 효의 근본인 것이다. 물론 각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비싼 과외 하지않고, 턱없는 레슨비 쓰지않고, 재수하지 않고 명문대학에 들어가 주면 엄청난 효도라 할 수 있겠으나, 그에 못지않게 내 부모를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씨, 그럼으로써 남을 결코 업신여기지 않고 깔보지 않는 태도, 그것이 갖추어졌을 때 훌륭한 사회인,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추석이 그 어느 해보다 뜻있고 보람된 해가 되도록 노인들은 노인답게 젊은이는 젊음이다운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거듭 빌 뿐이다.  

세상에는 말끝마다 과학을 내세우고 합리성을 강조한 현대사회의 장점만을 설명하며 남들을 자기만의 철학의 길로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은 이들 중에는 과학적인 미신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조상 대대로 전통화되어온 미풍양속에 갈등을 주입시켜 꼭 지켜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질서에 흠을 주는 경우가 있다. 반성할 일이다.

인간이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어 스스로 만족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하늘의 변화라든가 자연의 변화로 인한 홍수가 일어난다거나 가뭄이 심한 경우에는 최선을 다한 일들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의 사망이나 나라의 지도자가 유명을 달리하면 슬픈 정이 마음속에서 일어나 곡을 하는데 이러한 진정한 행동까지를 종교적인 비교성을 내세워서야 되겠는가? 미풍양속을 보존하며 명절을 맞이하여 효(孝)의 중요성이 마음에서 일어났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