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경북 봉화 전통시장:경매 있는 시장에 문화를 입히니 손님이 들락날락
④경북 봉화 전통시장:경매 있는 시장에 문화를 입히니 손님이 들락날락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9.08 09:22
  • 호수 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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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사람이 들락날락 거리며 시끄러워야죠"

 글 싣는 순서
 ①  문화공동체로 변신하자 시장은 승승장구 - 수원못골시장
 ② 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  - 수원 조원시장
 ③ 대형마트 공격 최대 방어는 끊임없는 변신 - 대구 서남신시장
④ 경매 있는 시장에 문화를 입히니 손님이 들락날락 - 경북 봉화 전통시장
 ⑤ 관광객을 지역경제 중심으로 끌어들인 전남 곡성기차마을 토요장터/ 전남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
 ⑥ 사람구경하기 힘든 골목시장, 살길은(간담회)

 침체된 전통시장 살리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정부 지원으로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은군도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조성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보하는 등 쇼핑환경을 새롭게 조성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왕래가 뜸하다. 이러다간 재래시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형마트로 쏠리는 대도시에서도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사업을 실시해 대형마트로 가던 손님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대형마트 틈바구니 속에서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당당히 살아남고 있다, 홀로서서 재래시장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는 곳도 있다. 토요장터를 개설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지자체도 있다.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말장터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보은군과 지역의 시장이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1967년 12만명에서 2011년 8월말 현재 3만4천352명으로 줄어든 경북 봉화군은 1970년대 인구 12만명에서 8월말 현재 3만4천782명으로 감소한 보은군과 매우 비슷하다. 행정구역은 11개 읍면인 보은군보다 적은 1읍 9개면이지만 면적은 서울의 두 배가 될 만큼 넓다. 5일장은 봉화장과 춘양장 2개가 남아있지만 매 2일과 7일 5일 장이 서는 봉화 상설 장 규모는 보은보다 크다.

봉화도 보은군처럼 젊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떠나 점차 위축되어 가는 상황에 놓여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이 많고 장날을 제외하면 평소엔 대낮 시장골목을 다니는 사람도 적다. 1980년 봉화읍 내성리 지금의 자리에 조성돼 내성시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봉화장은 한 때 멀리 영월과 삼척, 울진 등에서도 장을 보러올 만큼 활성화 되어 들락날락 내성장이라 불릴 정도였다고 상인들은 회고한다.

중소규모의 마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봉화군도 2004년과 2006년 봉화 상설시장에 56억원을 들여 비가림시설 등 현대화 사업을 벌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사람 대신 물건만 있어 파리를 쫓느라 상인들이 팔을 휘휘 내젓던 한산했던 봉화장은 2010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만난 후 일대 변신했다. 특히 5일장은 전국 여행사의 투어 대상지로 선정되는 등 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됐다.

봉화장터에서 만난 상인들은 80년대 보다 훨씬 못했지만 그래도 전통시장 살리는 사업이 진행되고 그나마 시장이 좀 살아나고 외지에서도 구경꾼들이 많이 오니까 앞으로는 봉화장이 더 잘될 것 같다며 기대에 차있었다.

현재 139개 점포 중 134명이 상인회에 가입한 봉화장은 처음 기성복 시장과 채소시장 골목으로 형성됐다가 집주인이 바뀌고 또 세입자가 바뀌면서 취급 품목이 바뀌어 업종이 다양해졌다.

 

◆시장에 아트를 입히다
봉화장의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2010년 6억원, 2011년 4억8천만원을 지원받아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문화체험의 공간이자 일상의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영주에서 문화사업을 하다 참여한 조재현 단장은 사람이 와야 시장이 산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상인만 있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없으면 상인들은 그곳을 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인담? 프로젝트를 수행할 사람들의 고민은 거기에 있었다. 시장과 어울리지 않고 농촌과 어울리지 않는 문화예술을 입히면 분칠이 겉돌아 보기 흉한 얼굴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봉화시장 문화단은 바로 이름난 예술가들을 봉화로 끌어들이면서 철저히 지역화 시키고 농촌화 시켰다. 봉화장의 모든 글씨를 통일시킨 바우솔체 서예가 김진호 선생을 얻었다는 것도 상인들에겐 행운이고 봉화 주민들은 대한민국 장승 명인인 김종홍씨의 장승 퍼포먼스를 장터극장에서 보는 행운도 누리고 있다. 봉화와 이웃하고 있는 영주로 귀농한 초보농사꾼 캐리커처 작가 임원규씨를 끌어들여 상인 개개인의 얼굴을 캐리커처 한 명함을 선물로 받는 영광도 누렸고 김영미 화가가 봉화장 이야기 지도와 장터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케치해 펜, 색연필, 물감으로 색깔을 입힌 수채화 같은 봉화장 스케치북을 제작한 것도 문화예술인들이 봉화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뤄진 것들이다.

이들에게 봉화시장 상인들이 문화예술을 배우고 나아가 지역주민들도 그 동맹에 합류시켰다. 시장 내 문화공간이 만들어지고 쌈지극장이 생기고 아트 쉼터가 생기고 다목적 창조의 공간인 시장 문화의 집이 생기면서 각종 문화활동이 시장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상인들은 문화활동에 참여하면서 자기개발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고 자존감도 회복해 즐거운 영업활동이 가능해지고 일반주민들도 문화예술 취미활동에 동참하는 기회가 생기는 등 시장안의 문화공간은 여러모로 기대효과를 높였다.

전문 예술인들과 함께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상인회원 50명, 어린이 10명, 일반 주민 40명 등 90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여가를 내기 어려웠던 상인들은 미술 지도를 받아 작품활동을 하고 또 그 작품을 전시하고 문화교실을 통해 색소폰을 배우고 기타를 배우고, 모둠북을 배워 공연을 하고, 고전무용과 탈춤을 배우고, 연희극을 하고 목공예를 배운다. 이같은 문화예술활동이 상인들에게 끼친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 이동춘(59, 서울 혼수방) 상인회장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하루 종일 가게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문을 닫고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집에 모여 문화생활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며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시오 라고 백번 외치며 친절교육을 하는 것 보다 상인들이 즐거워지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할 때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웃으면서 대하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문화활동으로 매출증가
시장 상인들은 볼거리가 시장의 매출 증가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다. 각종 공연과 함께 시장 상인들의 전통 씨름대회가 열리고 동지 팥죽을 쑤어 주민과 함께 나누고 단옷날 쑥을 넣은 찰떡을 주민들의 함께 떡메치기로 찹쌀떡을 만들어 역시 주민과 함께 나눈 것은 주민들에게 재래시장과 함께 해야한다는 의식을 심어줬다.

또 고려 31대 임금인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봉화 청량산에서 3개월간 머물렀던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상인들은 공민왕, 노국공주, 신하, 장군으로 분장해 장을 돌며 봉화장의 번영을 비는 공민왕 시장 행차 행사는 주민들의 눈으로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봉화장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전국 최초 민속품 경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경매를 통해 민속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이 몰릴 정도다. 시장을 외부에 알리는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

봉화읍내 5개 마트가 운영되고 있는데 종전 마트로 향하던 발길이 봉화전통시장으로 몰려 이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동춘 상인회장은 “마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슈퍼마켓인데 시장에 소형 슈퍼마켓 3곳이 있는데 매출이 늘어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시장 매출이 5%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현상유지가 된다고 해도 인구가 주는 것에 비춰보면 시장명맥은 이어지는 것인데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비전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1년에 30개 이상씩 시장이 없어지고 있고 정부는 2013년 전국 1천516개 시장 중 500개를 선정해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원을 중단해 자생력이 있는 시장만 끌고 간다는 계획이어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봉화장과 비슷한 정선시장이 부럽다"며 "봉화역을 활용, 열차를 이용해 봄 산나물, 가을 송이와 한우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관심을 촉구했다.

 

◆상인들의 참여의식 싹터
잘되는 시장엔 상인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뒤따른다. 봉화장도 마찬가지다. 365일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철시를 하지 않은 게 상인들의 인식인데 교육을 해야한다고 하면 문을 닫고서라도 상인 교육장에 나와 몇 시간이고 좋은 사람들이 전하는 장사 잘하는 법, 사람들을 잘 끄는 법,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법 등을 머릿속에 넣는다.

지난해 6월에 실시한 강원도 주문진 시장탐방에는 단 한 번도  가게 문을 닫지 않았던 부부가 과감히 탐방길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매운탕을 파는 어부촌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장사를 한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식당 문을 닫고 외출을 감행했을 정도다.

시장 탐방으로 상인회원들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시간이 됐다. 효율적인 쇼핑이 가능하도록 제한선을 지키고 점포 간판이 통일돼 있어 눈에 띄는 점, 시장 매출 20% 증가를 가져온 공동쿠폰제 운영, 가격표시와 원산지 표시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는 것 등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상점들을 주의깊게 살펴 각자 점포에 반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그래서 상인회에서는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 좋은 시장 환경만들기 사업으로 친절, 봉사 희생의 정신을 갖자고 독려하고 상품 진열을 고급화하자, 환경 위생관리를 위해 매월 15일 대청소를 하자, 정찰제 및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하자, 주차질서를 확립하자, 시장 내 황색실선을 지켜 점포 제한선 밖으로 물건을 진열하지 않아 손님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말자, 산용카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규칙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점포주 연령이 평균 50대 후반으로 그전 의식이 몸에 배어 있어 변화가 빠르지 않았다. 상인회에서 하는 일에 매우 배타적이었으나 쇼핑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마인드 변화 등으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상인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상인대학을 운영하고 지난 8월23일부터 25일까지는 정보화 교육도 실시했는데 상인회원 대부분이 교육을 받았다. 역시 교육의 힘이 크다는 것을 믿고 있는 이동춘 상인회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 봉화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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