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주현미
김대중과 주현미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2.09 19:46
  • 호수 626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니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김대중 대통령과 가수 주현미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제압하고 집권한 전두환 군부 정권은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기 위해 '언론기본법'이라는 악법을 제정했다. 전두환 독재 정부는 언론기본법을 통해, 정기간행물에 대한 등록·취소와 편집인이나 광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 등을 규정하여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통제했다. 하지만 1987년, 불같이 뜨겁게 타오른 6.10 민주화 운동에 밀려 언론기본법은 폐지되었다. 언론기본법이 폐지됨에 따라 수많은 출판사가 새로 탄생했고, 다양한 신문 · 잡지가 쏟아져 나왔다.
필자도 다니던 직장을 사직하고 친구와 함께 '돈 포트폴리오'라는 대중경제지를 창간, 편집인을 맡았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부동산과 증권 시장이 들썩이고 '재테크'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는 데 착안했다.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 돈이라는 표현 보다는 비용, 자금, 자산 등등의 단어로 돈을 표현할 때였는데, 돈(Money)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으로 돈 버는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는 장안의 화제가 되었었다.
잡지의 전반부 반은 돈에 얽힌 사람들과 사회 현상에 대한 흥미 위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를 들면 '복권을 맞은 사람들은 무슨 꿈을 많이 꾸었을까?' 또는 '대통령부터 고층건물 유리창 닦이까지 100가지 직업의 수입 내역' 등이었다. 후반부는 증권, 부동산, 금융 돈을 벌고 늘리는 실질적인 방법과 정보를 제공했다.
명색이 경제지인 만큼 잡지의 첫 장은 유명 기업 경영인과 연예인, 두 사람이 돈에 관한 이야기만을 주고받는 방담 형식으로 꾸몄다. 창간호에는 당시 잘 나가던 기업 '진도모피'의 김영철 부회장과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 엄마, 김수미 배우의 방담을 실었다. 창간호 방담을 기획하면서 대개의 기업인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호 방담의 주인공은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대표와 인기 절정이었던 가수 주현미로 잡았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섭외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나의 예상이 들어맞아 쉽게 성사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필자의 김대중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인 면이 강했다. 이북이 고향인 조부모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언론의 영향이 매우 컸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 어용언론들은 박정희의 정치적 경쟁자인 김대중을 줄곧 부정적이고 선동적인 이미지로 보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전두환 정권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불순분자들의 폭동으로 조작, 김대중을 폭동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심지어는 북한과 내통하고 있는 '빨갱이' 이미지까지 덧씌웠다. 언론들은 총칼이 두려워 이에 순응하고 동조했다.
하지만 주현미와의 방담을 진행하면서 내가 갖고 있던 그런 조작된 김대중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TV에서 항상 보던 찡그리고 화난 표정과 과격한 몸짓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이 해맑게 웃는 표정과 구수한 호남사투리는 방담 내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자료 없이 진행하는데도 화교인 주현미 가수의 집안 내력과 중국 성씨인 주씨들이 한국에 오게 된 시기와 역사적인 배경들을 연도까지 정확히 짚어내며 이야기해, 그의 해박한 지식과 기억력에 놀라는 한편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후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론들이 앞 다투어 대통령 후보자들의 엄청난 양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하에서 언론들은 독재자의 총칼에 굴복하여 김대중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 정치 인사들의 이미지를 조작, 왜곡하고 탄압하는데 동조했었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작금의 상황에서, 언론들은 총칼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자와 정치 집단 그리고 기득권의 입장에서 왜곡되고 거짓된 기사와 정보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필자가 오래 전, 추억이 되어버린 김대중과 주현미의 방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언론을 무작정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후보자 한 명 한 명을 직접 만나서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언론의 보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벌 언론들은 국민에게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후보자들이 살아온 과정과 능력, 그들이 밝힌 정책 공약과 토론 내용 등을 직접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후보자들의 관련 기사와 영상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위해 단 1시간만이라도 투자를 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이 되었다.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 위대한 국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성과이다.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현명한 선택으로 대한민국의 멋진 미래를 열어 줄 최선의 지도자가 탄생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정숙 2022-02-14 21:21:14
전설같은 옛 얘기들
감사합니다

조정신 2022-02-12 21:31:57
공감합니다

신부장 2022-02-12 15:04:46
마농님, 글은 쓸수록 는다더니 점점 더 회수가 지날수록 주옥같은 글들이 나오네요. 보은사람들에서 고료를 매년 백프로씩 올려줘야 맞는 것 같습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정재성 2022-02-11 21:27:05
형님이 제 선배시라 참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