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일
마을의 일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1.27 10:25
  • 호수 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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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막연하게 지방자치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결정한다는 취지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전제에 오류가 있음을 느끼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최근 받아본 전단지는 이를 확인시켜주는 듯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197억짜리 다리, 116억짜리 묘지, 40억짜리 주차타워, 188억짜리 군부대 이전, 24억짜리 데크 사업. 첫 번째 놀란 것은 어마어마한 액수였고 두 번째 놀란 것은 그것들이 하나같이 이곳에 거주하는 '나'의 삶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백억짜리 야구장이 대부분의 주민과는 상관이 없듯이 말입니다. 세 번째 놀란 것은 분명 세금으로 운용될 사업일텐데 세금을 낸 주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이런 사업을 원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했으며 설명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영문도 모른 채 불친절한 공사판이 차려진 현장을 마주합니다. 꽤 당황스럽지요.
언젠가부터 지방자치제도가 독단적 운영으로 탈바꿈되기에 너무나도 쉬운 제도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과 허탈함이 번지고 결국 이는 지역에 대한 만족도 하락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 작은 촌락에서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수억 이상의 대형 사업을 계획하고 승인하는 과정에는 주민들의 일정 비율 이상 찬성이 기본적으로 수반이 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반대가 우위일 경우 사업이 무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의 주인으로서 그럴 권리가 충분하며 또 그래야 합니다. 주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믿고 맡겼던 것이 실은 편의주의였을 수 있습니다. 기대로 출발했던 편의주의는 바쁜 삶과 실제적 견제 도구의 부재로 인하여 차츰 무관심으로 변했고, 결국 낙담과 포기 또는 편승으로 나뉘어 종착하게 된 것 아닐까요.
학교 또한 자치적인 기관입니다. 예전에는 교장의 독단적 운영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현재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각각 학교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기를 적극 권장하는 시대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세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대입니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모든 학교에 학부모회를 필수적으로 구성하라고 하기도 하며 교사회와 학생회, 학부모회의 구성과 참여는 모두 직접민주주의에 가깝습니다. 대표가 있으나 독단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협의하고 설득하며 의견을 도출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학교에는 우리의 지방자치에서 결여된 '협의'가 있습니다. 
지역의 일을 지역에서 결정한다는 구호도 그 범위가 너무 큽니다. 좀 더 줄여서 '마을의 일은 마을에서 결정한다'는 구조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마을이 얼마나 많은지요. 수십억짜리 덩치의 불필요한 사업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쪼개어 각각의 마을에 권한을 넘겨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공을 군청 중심의 중앙자치에서 면 단위의 마을 자치로 넘겨야 합니다. 마을의 대표가 선출로 세워져야 하고 대표의 교체 또한 임기와 상관없이 주민들의 손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군림하는 대표가 아니라 섬기고 봉사하는 대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 중심의 정치와 행정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귀하게 여기고 청장년의 창업과 귀농귀촌을 적극 지원하며 사람이 돌아오는 곳, 로컬푸드를 소중히 여기는 곳, 마을 자치가 동작하여 주민이 소속감과 존중감을 느끼는 곳, 모 아파트의 분양 문제와 같은 주민들의 거주 위험에 적극 개입하여 해결해주는 곳, 결국 먹고 지내고 입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와 권리가 불안하지 않은 곳이 되면 무척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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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2022-01-27 16:11:05
보은의 가치실현을 군민의 돈으로
치장하는 현 군정 상황이 그대로 이해되는
말씀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주권주체인 민간을 무시하는
작금의 보은행정은 지탄받아 마땅함에
동의하며 정당히 세금내고 알권리 내권리를
주장할수있는 지방자치로 돌아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에 군관은 서스럼없이 정보공개를 하고
사업의기초부터 마무리까지 군민과 이를
대표하는이들에게 낱낱이 보고할수있어야합니다. 군민위에 민간의 대표위에 존재하는 관의 공무님들이 아닌 부지런한 심부름꾼으로 한번쯤
거듭나 보면 어떨가요
나는 보은군민입니다
비록 타지역을 고향으로 두고있지만
지금 내가선땅 이곳의 아름다운 생활과 삶의질을
누릴 군민의 한사람 이지만 단한번도 그런 느낌받지못한 타향인으로 살아갑니다
보은을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