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에게 투자할 것인가? 산 자에게 투자할 것인가?
죽은 자에게 투자할 것인가? 산 자에게 투자할 것인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2.09 09:55
  • 호수 6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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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속리산면 삼가2리에 속리산 수정초등학교 분교 삼가초등학교가 있었다. 2012년 봄. 그 학교 학부모와의 인연으로 삼가분교 살리기 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전교생 수는 8명! 학교는 곧 폐교될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처음에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교육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며 더욱이 내 자식은 이미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의 의미는 매우 컸다.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은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삼가분교의 존재와 폐교 위기 상황을 알리고 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폐교를 막기 위해서는 일단 학생 수를 10명 이상으로 늘려야 했다. '속리산 산촌유학캠프'를 오픈했다. 사계절마다 캠프를 열었다. 음악회도 매년 개최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ㅅ람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그들의 큰 도움이 있었다. 언론사들이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은 학부모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효과적인 학생 수 늘리는 방법이었다. 그들을 위해 주거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제공해주었다. 그 결과 학생 수가 12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학생 졸업 숫자를 유치 숫자가 따라잡지 못했다. 학생 수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은 운동을 시작한지 5년 만에 학생 수는 5명으로 줄어들고, 학교는 폐교되어 본교인 수정초등학교로 통합되고 말았다.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교육청의 이중적인 태도였다. 겉으로는 시골을 살리고, 작은 시골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떠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행정편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경제논리로 어떻게 하면 빨리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역 주민들과 그 학교 졸업생들 즉 동문들까지도 행정 당국의 교묘한 설득-아이들을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사회로의 적응을 위해 큰 학교로 통폐합해야 하고, 통폐합하면 본교에 수십억 원의 돈을 지원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빠져 폐교를 지지하게 되는 데에 이르러서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논리대로 삼가분교는 본교 수정초등학교에 통폐합 되었다. 하지만 본교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80여 명에 이르던 학생 수가 현재는 40여 명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통폐합이 시골학교 살리기의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은군의 인구감소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3만2천명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9월말 3만2천명대가 무너졌다. 8월말 3만2천4명에서 9월말 3만1천893명으로 111명이 감소했다. 문제는 출생아수가 미미하고 사망자수가 5, 6배 더 많고 또 외지에서 보은군으로 전입해오는 인구수보다 보은군에서 외지로 나가는 인구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보은군이 밝힌 인구통계에 의하면 9월 한 달 동안 태어난 아기는 5명에 불과한데 사망자수는 40명이다. 외지에서 보은군으로 들어오는 순수 전입인구는 135명인데 보은군에서 외지로 나가는 순 전출자는 214명이다. 어느 것 하나 보은군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희망적 지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행전안전부가 지난 10월 18일 보은군 등 전국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1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정부가 직접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인구소멸지역의 인구 증대를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 것인가? 나는 가장 실질적인 지역 인구 증대방안을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방으로 와서 살면서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를 보내고 싶어 하는 젊은 부모들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주저하는 가장 걸림돌은 주거지 문제였다. 대개의 고소득자들은 시골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골을 원하는 젊은 부부들은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지친 평범한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가진 재산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시골로 내려오고 싶어도 땅이나 집을 살 형편들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시골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거주지를 제공한다면 많은 젊은 부부들이 시골로 내려오리라 확신한다. 그들에게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주택을 제공하고 교육시설을 살려 주는 것이 지역 인구 증대와 학교 살리기의 최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은의 경우 2명의 자녀를 둔 부부가 편하게 살 수 있는 20여 평의 아파트 실 가격이 5천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관리비만 부담하게 하고 주택을 제공하라! 100가구면 50억 원, 1,000가구면 5백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면 최소한 4천 명(가구당 4명 기준)의 지역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 5백억 원은 인구 증대 성과에 비해 절대 큰 돈이 아니다. 더욱이 그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꺼번에 하라는 것도 아니다. 일단 100가구만 실행해 보라! 성공을 확신한다!
올해 보은군 의회의 보고에 따르면 군립 추모공원 조성사업에 국비 19억 원, 도비 2억 원(특별조정교부금), 군비 95억 원. 합계 11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물론 망자를 추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산 자를 위한, 그것도 앞으로 긴 세월 보은을 살리고 그곳에서 살아갈, 새 생명들과 젊은이들을 유치하는 사업에 더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보은을 위해서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칼럼니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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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2021-12-19 23:36:51
예. 동감합니다.. 인구 소멸지역에서 시골학교를 살리는길은 매우 중요합니다.그를 위해 주거권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이제광 2021-12-19 08:47:17
맞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바보 2021-12-19 03:44:19
글쎄말이오,..

사람을 사랑하는 2021-12-14 16:56:35
군비를 사용해 추모공원 설치도 필요하다고봅니다.
더욱 노력해야할것은 지자체장만이 떠들어서 될문제는
아니고 군민과 군에 선봉자 역활을 하시는분들이 함께해야
겠지요.현시점에서 인구증가 정책을 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유입책을 도모하는게 좋을듯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