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 편집부
  • 승인 2011.09.01 10:30
  • 호수 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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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청주대성초교장,산외면탁주리)

우리 대한민국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다.
나는 생일이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이라서 태어나면서 한 살을 먹었고, 그 다음 날인 설날 또 한 살을 먹었다. 하루에 한 살씩 이틀 만에 두 살이 되었다. 또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음력 설날 모두 다 함께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오늘날처럼 생일날이 되면 한 살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모두 설날 한꺼번에 한 살씩 나이를 먹었다. 설날 집안 어른이나 동네 어른들께 세배를 하면 '이제 몇 살이 되었지?’하면서 나이를 물었다. 떡국과 함께 나이를 먹는 다고 했다.

다른 나라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면서부터 1년이 되기까지를  0 세아라고 하는데, 우리는 태어난 날부터 한 살 이다. 집 나이란다. 지금도 대화 속에서 '집 나이로 몇 살이냐?, 만으로는 몇 살이냐?’며 나이를 묻는다. 1월 1일을 기준으로 만 6세 이상이 되는 아동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으면 여섯 살, 일곱 살이라고 한다.

여섯 살이 되고 일곱 살이 되었는데 왜 초등학교에 가지 않을까?  바로 집 나이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양력이 보편화 되면서 모두가 양력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생후, 몇 년 몇 개월을 따지지만 유독 나이를 이야기 할 때는 우리의 전통을 살린 집 나이를 이야기 한다. 아직도 뿌리 깊게 내려오는 '집 나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이것을 뿌리 깊은 우리의 효(孝) 문화에서 찾고 싶다.

정철의 옛 시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에서처럼, 나의 씨를 뿌려주신 아버님의 고마움과 10달 동안 뱃속에서 태교로 키워주시고, 산고의 고통과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배어있다.

우리 민족은 부모님의 역할을 열거하며 그 고마운 마음을 효로 승화시키는 아주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아버님 어머님 이 두 분 곧 아니시면 어찌 내가 있을 고’하며 부모님의 고마움이 구구절절 묻어나는 이 시는 분명 아직도 우리 민족을 따듯하고 사람 냄새가 나게 하며 정감이 넘쳐나게 한다.

생명이 잉태 되는 과정에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고마움을 알게 하고, 그 때부터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해 태교라는 교육을 통해 조기 교육이 시작되어, 부모가 될 아버지 어머니 모두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도 조심을 하고, 먹는 것, 눈으로 보는 것까지도 조심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왔던 정말로 슬기로움과 과학적인 생각을 하는 아주 우수한 민족이다. 그리고 뱃속에서 10달 동안 길러 주신 부모님의 고마움에 감사하는 뜻에서, 뱃속에서 자란 열 달을 한 살로 쳐서 이야기 하곤 한다. 이 세상 어느 민족이 이처럼 훌륭하겠는가? 동방예의지국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양 사람들은 나이를 이야기 할 때 생후 3개월 7일째라든가, 5년 6개월, 37년 9개월 등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이 세상으로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생일을 정한다. 요즈음은 이와 같은 나이 계산법이 보편화 되어 태어난 날을 첫날로 하여 출발을 한다. 부모님이 10달 동안 뱃속에서 길러 준신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물론 필자도 공직사회에 있다 보니 이런 나이 계산법에 익숙해져있다. 하지만 나이를 이야기 할 때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이 집 나이로 이야기 한다.

돌아오는 양력 9월 12일(월요일)은 음력 8월 15일로 추석이다. 한가위라하여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기도 하다. 연휴를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조상이나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만 효를 강조하기보다 내가 앞장서서 효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뿌리 없는 나무 없고 샘이 없는 물이 없다. 부모 형제 이웃  사촌이 모두 함께 즐기는,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고, 자식 된 사람 모두가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길러 주신’ 고마움을 표현하는 효의 추석이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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