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수원 조원시장
②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수원 조원시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8.25 10:11
  • 호수 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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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정이 상인들 대동단결 이끌어내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에 위치한 조원시장은 동네 안에 장이 들어서 있다. 시장 하면 떠오를 정도로 흔한 아케이드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상가 건물사이에 검은 차광막을 설치해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있었고 시장입구임을 알리는 아치형 간판이 없다면 시장인지 조차 모를 정도다.

전체 130개 점포 중 110개 점포가 과일, 식료품, 생활필수품 관련 업소가 입주해있는 조원시장은 70년대 슬레이트 건물이 남아있는 기존 시장 주변으로 신축된 상가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도시이지만 시골장 같은 맛이 느껴졌다.

상인회 김병곤(43) 회장은 수원시내 21개 전통시장 중 가장 열악하다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체질개선과 지역과 함께 하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대형마트로 향하던 발길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였고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사업을 만들면서 침체됐던 시장은 아주 느리지만, 그리고 소폭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경기가 나아지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시장이 발전한 핵심은 바로 '상인이 변해야 시장이 산다’였고 또 중심에 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쳐있는 상인회장의 선각자적인 시각과 희생정신이 놓여있었다.

진천이 고향이라는 조원시장내 시골밥상 대표인 하상봉(63)씨의 말에 조원시장의 어제와 오늘이 그대로 녹아있다. "마트가 들어서기 전 야채와 건어물 장사를 할 때는  2㎞밖에서 장을 보러 올 정도로 장사가 잘돼 무일푼에서 기존 재래시장 안에 점포도 사고 돈도 좀 벌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장사가 안돼 식당으로 전업을 해 현장 유지를 하고 있는데 시장활성화와 고객유치를 위한 서비스 사업으로 회장이 폐지도 모아 팔아 반찬만들기 사업에 보태고 솔선수범하니까 상인회원들도 나만 돈 벌면 된다는 개인주의에서 열심히 해보자는 동기가 부여돼 시장청소에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폐지가 나오면 모아서 회장에게 주는 등 상인회원간 유대관계가 좋아졌고 고객들도 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 가진 상인들 해보자고 나서
지금은 다 죽었지만 옛날 대추나무가 많아 대추 조(棗)자를 써서 조원동이라 했다는 조원시장도 마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주택가에 자리 잡아 재래시장으로서 크게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2007년 시장에서 5분 거리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조원1동 주민들은 조원시장으로 향했던 발길을 마트로 돌렸다.

시설이 노후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하나 없고 제한된 품목 등 마트와 비교할 때 열악한 여건인 시장은 손님이 줄었고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자 상인들은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래도 문만 열어놓으면 장사가 됐었던 영화에 젖어 상인회는 관심조차 없었다. 뒤늦게 법적 보호를 받고 시장 활성화 사업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인회 조직이 필연적이라는 말에 겨우 맘들이 움직였지만 재래시장 주변 상가까지 포함, 시장 구역을 확대해 상인회를 조직하려 하자 기존 재래시장 상인들의 기득권 주장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상인회를 조직하는데 1년여 간의 설득과정이 필요했고 2008년에서야 상인회를 조직해 각종 사업을 할 수 있었다.

2대 김병곤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 장사를 팽개치다시피 하면서까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희생하자 상인들의 마음이 차츰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김병곤 회장은 제일 먼저 상인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상인교육에 주력했다. 상인대학을 열어, 경영혁신, 유통, 서비스, 상품진열, 마케팅 전략, 고객감동 등의 교육은 물론 세무상식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번 교육에 참가한 상인들은 점포 문을 닫고 교육에 참석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입학자 전원이 졸업할 정도로 의식이 향상됐다. 교육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상인회원의 단합으로 조직력이 생겼다. 김병곤 회장은 “수원시내 21개 시장 중 매출 부분은 가장 열악할지는 몰라도 단합 조직력은 1위다"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상인회 김도훈 사무국장은 “교육으로 인해 상인들은 상품 진열부터 손님을 대하는 자세 등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인들의 의식이 바뀌고 자세가 바뀌니 지역주민들도 "우리동네에 있는 우리사장 우리가 살려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이용하던 주민들이 다시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상인대학원까지 개설할 예정이다.

 

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
교육으로 인한 상인의식개혁을 추진한 김병곤 회장이 또 역점을 둔 것은 바로 수원시의 지원을 받고 상인회가 10% 자부담해 확보한 상인회 사무실 및 교육장을 지역주민들에게 내놓는 것이었다. 그것도 미래 고객인 아이들에게 할애한 것이다. 상인 대상 교육이나 회의가 많지 않아 비어있을 때가 많은 상인회 교육장을 개방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주민들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행정적, 재정적 지원 없이 회비로 모든 것을 운영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겪고 있지만 침체되고 있는 시장과 지역을 위해서 상인들이 먼저 나섰다.

상인회 회장실은 공부방으로 쓰고 교육장은 아동센터의 학습 발표회장으로 제공했다.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독서특강 교실을 열고 아이들을 위해 무료 영화상영, 방학동안 영어, 한자, 미술, 독서논술 특강, 초등학생 체험학습 등이 이뤄지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부방을 개설하자 4, 50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봉사하는 강사는 시장 주변에서 논술지도사로 있는 선생님이 맡아주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논술지도 봉사를 하는 정순옥(47)씨는 “영화를 수업에 접목해 지도하고 있는데 불우가정의 아이들만 오면 자칫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 일반 가정의 아이들도 함께 지도하는데 시장에 와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것을 누가 상상하겠느냐"며 “상인회교육장이 아주 좋은 공부방이 되고 있다"고 호응을 보였다.

교재비 등 수업재료비는 상인회에서 부담한다. 떡볶이 가게에서는 떡볶이를 주고, 어묵 집에서는 어묵을 주고, 빵집에서는 빵을 주고, 슈퍼에서는 음료수를 주는 등 상인들도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 있다. 방과 후 공부방을 위해서는 상인들이 교대로 밤12시까지 불침번을 서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상인회원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까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보거나 집에 데려가기 위해 엄마가 시장에 오는 일이 많아졌고 엄마나 아빠들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장보기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또 시장 상인회와 지역간 네트워크 형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즉 지난 12월 발족된 조원1동 대추동이 문화마을만들기 사업에 시장 상인들을 중추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주민과 시장이 동화되게 만들었다.

사업단 위원장인 김병곤 회장은 상인회 교육장에서 모든 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인회교육장을 이용한 프로그램이 많아 주민들은 물건을 사든 안사든 자연스럽게 시장을 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시장에 왔으니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장보기로 유도하게 됐다.

김 병곤 회장은 또 상인들이 장사만 우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봉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텃밭을 임대해 고추 등 농작물을 심은 김병곤 회장은 농사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영농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텃밭을 야외체험 학습의 장으로 제공하고, 폐지를 팔아 모은 수익금으로 상인회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김치도 만들어 제공하고 반찬도 제공하고 불우가정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등 상인들이 돈만 번다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또한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해 풍물공연, 대추골 밴드 공연을 갖고 상인교육장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펼치는 미술대회, 영어연극과 노래, 오카리나를 연주, 상인들의 장기자랑 등 시장과 주민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축제 및 길거리 전시회를 개최해 흥이 살아있는 시장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특히 축제에는 연예인 대신 상인과 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을 무대 위 주체자로 만들어 자긍심까지 고취시켰다.

상인회 회원들은 “고객이 있어야 시장이 산다"는 신념을 갖고 시장활성화에 몰두해있는 김병곤 회장과 김도훈 사무국장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장활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또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원시장은 장사가 잘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고 말한 상인들은 "현재 점포 업주들은 거의 붙박이이고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조원시장에 들어오고 싶어 할 정도로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곤 회장은 "시장 기반은 아주 열악하지만 시장 내 공중 화장실이 없어 불편해 하는 고객들을 위해 현재 공중화장실 사업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시장 안 보안등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쇼핑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송시설을 설치하고, 문화관광부에 신청한 시장에 문화를 접목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고, 앞으로 확보계획인 주차장이 설치되면 그야말로 조원시장은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던 마을의 유래만큼이나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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