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보은읍 산성리,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22)보은읍 산성리,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0.14 11:29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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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가을 향 가득 담고 오장(五將)들을 스친다. 황금들판은 풍년을 예고하고 길옆 코스모스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신선들이 살 것 같은 마을, 보은읍 산성리. 산성리는 보은읍에서 청주방향으로 4km쯤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로 노고산성을 뒤로하고 있는 역사가 깊은 마을이다. 백제성으로 전해지고 있는 노고산성은 삼년성의 절반크기로 내성의 흔적이 보이는 아름다운 성(城)이고 축성시기도 삼년성과 비슷하다는 설이 있는 석성(石城)이다. 특이한 것은 산성정상에 사각형우물이 있는데, 우물은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 또한 성(城)을 좋아하다 보니 노고산성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 번도 바닥을 본적이 없는 우물이다. 산성리 입구는 이름도 아름다운 송정을 지나가야한다. 송정은 산성리 마을 입구에 소나무가 많고 정자가 있어 그리 불렀다고 전해지는 지역이다. 1700년 혜민원에서 종7품으로 재직하다 당파싸움에 밀려 낙향한 황종우 선생이 터를 잡고 후학들을 가르치기 시작하고부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정자는 6.25때 폐가 되었다고 한다. 200년은 넘음직한 소나무들이 고전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산위 노송아래 황노관선생공적비(黃魯寬先生功蹟碑)라고 쓰여 있는 아담한 비석하나가 보인다. 송포 황노관선생은 누애의 씨알개량에 평생을 바친 분으로 1966년 충청북도 잠업관계자 들이 세운 비이다.
#산성리 입구 잠두혈(蠶頭穴)자리에 살포시 자리 잡은 송정리는 우리나라 양잠의 발전을 가져온 마을
산성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인삼밭을 정리하는지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린다. 가을 삼은 황철삼이라 해서 약효가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토질 좋은 산성리 인삼은 유달리 약효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유래비가 눈에 들어온다. 
산성리는 삼국시대 신라의 삼년산성에 맞서 백제가 쌓았다는 노고산성아래 자리 잡은 마을로 잣미(栢峯)의 조선시대 때 이름으로 구리목(銅項)과 노루목(獐項)등 두개의 목과 아홉 개의 골짜기가 있다고 해서 구이목리(九二目里)라 불렀다고 한다. 또 하나는 고을북쪽 구리(九里)에 있고, 다른 곳으로 빠지는 좁다란 길목인 구이목, 안구이목, 노루목, 불목, 가장목, 난대목, 성낭목 등이 있어 구이목으로 불렀다고 한다. 
송정리(松亭里)는 조선 고종(朝鮮 高宗)때 생긴 마을입구로 잠두혈(蠶頭穴)산에 소나무가 울창하고 정자(亭子)가 있다하여 얻은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개편(行政區域 改編) 때 산성리에 편입되어 구이목과 송정은 1리로, 잣미(栢峰)는 2리가 되었고, 인의(仁義)와 충효(忠孝)를 근본(根本)으로 수신(修身)하여 사람들이 어질고 근검절약(勤儉節約)을 신조(信條)로 재가(齋家)하여 가정이 화목하고 생활이 윤택하므로 이웃 간에 다투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마을이라고 적혀있다. 괴당(槐堂) 이천개 선생의 백봉사(栢峯祠)는 마을사람들의 수신(修身)의 표상(表象)이며, 보은선비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황노관 선생 공적비는 광복전후 전국에 명성을 떨쳤던 개량누애 씨알과 뽕나무에 바친 정성의 징표로 잠업 농가의 발길을 끌어 모아 마을을 빛내었다고 한다. 1960년대 농촌개발 초기에 농기업선도(農企業善導)마을로 지정되어온 마을사람들이 어우러져 농촌근대화(農村近代化)의 기수(旗手)가 되었으니 두리봉의 웅장(雄壯)한 기상(氣像)이 정기(精氣)되어 마을을 감싸주고 다섯 장군들이 들판을 누볐다는 오장(五將)들 서린 영기(靈氣)가 마을을 보호한다고 쓰여 있다. 

#신라의 삼년산성과 대척점에 있었던 백제의 노고산성을 뒤로하고 있는 아홉 골짜기 마을
마을 유래비를 읽다보니 어디선가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마을 분들이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안녕하세요." 필자가 먼저 아는 체를 하니 "어디서 오셨나요?" 하고 궁금한 듯 마을 방문을 물어본다. "저는 마을 소개 글을 쓰고 있는 양화용입니다."하고 인사를 하니 김병규(70) 이장님께서 마을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우리 마을은 74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많이 떠나고 가구 수에 비해 사람들이 적다"고 말씀하신다. "산성리도 여느 농촌마을 사정과 다르지 않답니다. 젊은 사람이 없으니 농사지을 인력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오늘도 대추수확을 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네요." 이장님으로부터 농촌현실을 듣고 보니 한 편으론 즐겁기도 하고 한편으론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일거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있다는 것이니 즐겁고, 걱정이 되는 것은 농촌 인력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생길 수 있으니 농업군인 보은사람으로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참 걱정입니다." 옆에서 이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이순기(81)어르신께서 한 마디 거들어 주시는데, "예전엔 동네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농번기에도 그리 걱정이 없었어요. 지금은 일할 사람이 없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는 답니다. 농사는 나라의 근본인데, 특히 보은 같은 농업 군에서 농사를 포기하면 보은뿐만 아니라 도시도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옆에서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던 조정래(71)어르신께서도 한 마디 거들어 주신다. 마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가을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이야기하는 데 이장님께서 대추를 따야 한다고 급히 자리를 뜨신다.  

#마을 사람들 심성만큼이나 담장이 예쁜 골목을 가지고 있는 마을 
마을 분들과 작별을 하고 필자의 발걸음이 마을회관으로 향하는데, 예쁜 담장이 보인다. 누군가 골목 담장에 꽃그림과 예쁜 글씨를 써 놓았는데, 재빨리 사진을 몇 컷 찍고 그림을 따라 빨려들어 가듯 골목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 한분이 필자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드리니, "무슨 일 때문에 오셨나요?"  " 네! 마을회관을 찾아 왔는데, 골목이 너무 예쁘고 구이목 이란 글씨가 아름다워 저도 모르게 들어왔네요."하고 대답을 하니, "아~! 그래요. 들어오셔서 차한잔 하세요." 하며 필자를 반겨주신다. "누가 이렇게 골목을 아름답게 꾸며놓았지요?" 하고 물어 보니, "제가 했는데 괜찮나요?" "마을 가꾸기 자금을 받아서 하신 건가요?"하고 물으니, "아니요. 제 사비로 했답니다. 제가 귀촌한지 7년이 되었고 이집으로 이사 온지는 2년이 되었는데, 골목이 너무 삭막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풀 뽑고 꽃을 심었더니 이렇게 되었네요. 이리 들어오세요. 커피한잔 하시고 가세요."하며 따스한 커피를 건네주신다. "그럼 이 많은걸 모두 사비로 하셨다는 말씀인가요?" "네~!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씩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아주머니의 대답이 믿어지지 않는 필자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것이 시골의 인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고 정서 적봉사도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이었다. 국화 향 가득한 작은 정원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시골 삶을 정착한 아주머니의 여정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 산성리길은 훈훈한 인정이 아름다운 길이었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마을 골목
마을 유래비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예쁜 담장의 모습이다. 귀촌한 주민이 골목이 삭막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풀을 뽑고 꽃을 심고,예쁜 글씨를 써놓아 아름다운 산성길이 되었다.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예쁜 담장의 모습이다. 귀촌한 주민이 골목이 삭막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풀을 뽑고 꽃을 심고, 예쁜 글씨를 써놓아 아름다운 산성길이 되었다.
괴당(槐堂) 이천개 선생의 백봉사(栢峯祠)는 마을사람들의 수신(修身)의 표상(表象)이며, 보은선비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산성리의 전경이다.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개편 때 산성리에 편입되어 구이목과 송정은 1리로, 잣미는 2리가 되었고, 인의와 충효를 근본으로 수신하여 사람들이 어질고 근검절약을 신조로 재가하여 가정이 화목하고 생활이 윤택한 마을이다.
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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