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은군의 오장환문학상 조례 제정을 비판한다
[기고] 보은군의 오장환문학상 조례 제정을 비판한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8.19 12:00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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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 수 시인,전 보은문학회장
서 성 수 시인,전 보은문학회장

보은군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브랜드 중 오장환문학상은 매우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2008년 처음 제정 된 이후 최근 13회의 수상자를 배출하기까지 문단의 중요한 문학상으로 자리하였다. 시인의 문단 활동 시기에 한국의 3대 시인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상금 액수의 규모와는 별개로 현재 우리 문학계의 지명도와 권위에 있어서 3대 문학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문학상이다. 보은이라는 작은 지역의 지자체에서 이처럼 전국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최근 보은군에서 오장환문학상에 대한 조례를 제정한다고 입법 예고하였는데, 그 내용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되었다. 사전에 문학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군의 입장문 또한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조례 제정의 내용 중 논란이 되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문학상 응모 자격 기준을 군민과 출향 인사로 제한하는 규정과 시상 부문을 다양화하여 초.중등 일반부 등으로 확대한다는 조항과 군수가 문학상운영위원장이 되어 직접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문학상 수상대상자의 지역 제한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심각한 문제로 그간 이어온 오장환문학상의 존재 이유를 일순간에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이다. 이번 조례 제정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공무원과 이러한 조례 제정을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하고 방관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천박하고 편협한 문학관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다른 예술 문화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학은 지역이라는 공간을 뛰어넘는 국가적인 활동이다. 시는 심지어 전 지구적 공간에서 그 존재의 빛을 발현하는 인간 정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기본적 개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장환 시인과 그 문학상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대해 조금의 이해가 있다면, 지역 제한이라는 규제가 보은군 홍보라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을 짐작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규정으로, 시상분야를 다양화하고 학생부 등을 두는 것은 기존에 오장환문학제의 행사로 해온 백일장을 확대 개편하여 진행하면 되는 일로 이는 오장환문학상과는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오장환문학상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한국 문단에서 오장환 시인과 같은 시정신을 가진 시인을 발굴하여 시상함으로써 한국문단의 발전과 시인의 업적을 이어가게 함에 있음이다.
하나 더 언급할 것은 군수가 직접 운영위원장을 맡고 운영 위원을 선임하는 규정이다. 전국적 명성을 가진 대부분의 문학상이 문학관련 민간단체에 자율적인 권한이 주어져 운영되고 있다. 보은군이 문화 예술분야를 관의 통제라는 틀 안에 가두려고 하는 정책 방향은 어리석음을 자초하는 일이며, 시대착오적 발상임을 밝혀둔다.
이번 조례 제정에 대해 잘못된 방향을 비판하는 한편으로, 이번 기회에 다음의 대안을 제시해 보려한다.
하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전국 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장환문학상 본상에 집중해야한다. 문학상 본래의 취지를 강조하며 문학상의 역활과 권위를 더욱 높이는 일이다. 학생 일반부 혹은 지역민 부문과 디카시, 신인상을 모두 삭제하고 오직 오장환문학상 본상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도록 지원해야한다.
둘, 군민들만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이 필요하다면, 예를 들어 '보은문예대상'을 만들어 기존에 문학제에서 진행하고 있는 백일장을 확대 개편하고 보은문예지 발간과 통합하여 운영하면 될 일이다. 이런 상에 오장환문학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시인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고 보은 문학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셋, 독립적인 문학상 운영에 관의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허용되지 않아야한다. 이는 문학상 운영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구시대적 이념논쟁에 따른 문학상에 대한 차별은 더욱 더 용인될 수 없다. 이러한 편견과 오해를 사전에 막을 제도적 장치를 위해 문학상을 운영할 민간사단법인에게 위임하는 방안도 논의해야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장환문학상은 그 동안의 성과에 더해 앞으로 더욱 발전된 문학상으로서의 면모를 지켜나갈 수 있다.
보은은 오장환 시인의 고향이라는 것으로 오장환문학상을 제정하고 시상하는 권리를 가졌고 이는 다른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 권리를 누리는 한편으로 똑같은 이유로 오장환문학상이 가지는 한국문단에서의 권위와 명예를 지키고 발전하고 계승시켜 가야할 의무도 가져야한다. 이는 오장환시인의 고향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가져야할 자랑스러운 부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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