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보은읍 장신1리, 교육청 등 관공서 밀집 아름다운 행정주거 복합마을
(15)보은읍 장신1리, 교육청 등 관공서 밀집 아름다운 행정주거 복합마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8.12 11:23
  • 호수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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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날 오늘도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낮 밖의 날씨는 30도가 넘는다. 이런 날이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다. 쇠죽 끓이는 가마솥처럼 세상은 태양의 열기에 녹아내릴 것만 같다.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1주일을 바쁘게 보낸 무력인은 7월 마지막 주말 선풍기 바람에 온몸을 맞기고 시원한 죽부인과 함께 망중한을 즐긴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높고 파란하늘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가끔 보이는 뭉게구름사이로 고추잠자리한마리가 휭하니 어디로가 급히 날아간다. 잠자리 날아간 방향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자니 매미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말복이 지났고 입추절기도 지나갔으니 여름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듯하다. 점점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으로 가을의 향기는 더욱 짙어질 것 같다.
높고 푸른 하늘 뭉게구름사이로 날아간 잠자리를 보았던 로맨티스트는 어느덧 가을을 기다리는 남자가 되어있다. 긴 머리 휘날리며 달려가는 멋진 가을남자가 느티나무 아래 아름다운 여인의 손목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요란한 싸움닭 소리가 들린다.
"성우아버지 3시에 누구만난다면서요! 시간 다 됐어요. 늦기 전에 빨리 일어나 나갈 준비하세요!" "아~이런" 점심 먹으며 반주로 맥주한잔 마셨는데 취기가 있어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에~휴! 눈치 없기는 세상에서 최고일 것 같은 우리집 서열1위 마누라 잠 깨우는 소리가 7~8월 마른장마에 천둥번개소리보다 더욱 요란하네" 하고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일어나는데, 또 한 번 눈이 번쩍 뜨는 소리가 들려온다.
"요즘 날도 덥고 코로나가 심한데 누가 그렇게 대낮부터 술을 마셔요? 약속 있다며 얼른일어나 나가세요." 하~! 좋았던 로맨티스트는 현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는 그저 그런 남자였다.
보은읍 장신1리 박성수(69) 이장님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하고 마을회관을 가기 전 잠시 집에 들러 더위를 피하는데, 피곤했는지 깜박 잠이 들었는가 보다. 비록 꿈속이지만 가슴속 한구석에 남아 있는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지 청춘 꿈을 꾸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약속시간이 다되어 간다. 부랴부랴 필기도구를 챙기고 마을회관을 찾아가는데 몇 년 전 다녀갔던 장신리가 아니었다. 한참을 헤맸다. 회관 입구에 다다르니 어르신들 목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어이구 양 선생님 어서 오세요." 하시면서 박순례(83)어르신이 먼저 필자를 맞는다.

#청동기부터 유구한 역사가 있고, 돌다리, 섶다리, 현대다리로 급격히 발전한 마을
"보은사람들 신문에 연재하는 마을소개 글을 잘 읽고 있다"고 하시면서 박순례 어르신이 먼저 필자의 방문목적을 옆에 계신 주민들에게 소개해주신다.
"감사합니다. 장신1리 어르신들께 마을소개를 듣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하고 다시 인사를 올리니 남복녀(86) 어르신께서 장신마을은 여러 관공서가 많이 있는 마을이라고 하신다. "어떤 기관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국토유지관리사무소가 있고, 교육지원청, 경찰서, 한국전력, 국유림관리사무소, 위 센터가 있고, 적십자 회관이 있어 사실상 보은의 행정관서 대부분이 장신1리에 있다"면서 "마을을 한번 둘러보라"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한 마을에 이렇게 여러 가지 기관이 있는 마을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과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다보니 박성수 이장께서 들어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마을 현황 등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박성수 이장은 장신1리는 70년대 초 80호 정도가 살고 있는 조용한 동네였는데, 80년대 들어 다세대주택이 들어서고 부터 급속하게 발전했고, 현재는 약500세대, 1천2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소개를 듣고 계시던 김재순(88)어르신께서 "옛날 내가 시집올 때는 저 불로천을 돌다리로 건너서 시장을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가 마을이 커지고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나무로 만든 섶다리가 생겼고 이후 지금의 다리가 놓였답니다."라며 불로천에 놓인 다리의 변천사를 말씀해 주셨다.
님복녀(83) 어르신은 "우리 마을은 80년대 홍수 피해가 크게 난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답니다. 그 당시 내가 부녀회장을 보면서 봉사활동을 했지요." 하시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신다.
"아~ 그러셨군요. 그 때하고 지금을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하고 필자가 여쭈어 보니 "예전에는 보은의 뒷전이라는 선입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공서가 많이 들어서고 또 다리와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조용해서 주거지역으로는 안성맞춤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지요."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외지사람들이 우리마을로 들어오려고 많이들 찾아오신다"고 덧붙였다.

#장에 올 때면 오지랑 다리 건너 인심 좋은 주막집 내외가 주는 구수한 술국이 있던 마을
"장신1리의 오랜 숙원사업인 중단된 도로계획이 잘 풀릴 것 같아요." 박성수 이장님께서 말씀을 이어가신다. "우리 마을은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어요. 지금 추진되고 있는 도시계획도로 개설문제만 잘 해결되면 우리 마을은 편리한 교통과 깨끗한 환경 때문에 주거지역으로는 최고로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답니다. 장신1리 마을의 미래는 아름답고 자연환경이 잘 어울리는 쉼터공원마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청주나 대전, 수한을 가려면 오지랑 다리(국토관리사무소 옆)를 건너 다녔습니다. 다리를 건너가면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수한이나 회인 등 보은을 오고가던 사람들이 주막(오지랑 다리건너 3거리)에 들러 막걸리 한잔에 술국 한 대접으로 배를 채우고 다녔지요. 주인내외 인심도 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찾아오곤 했는데, 지금은 옛 추억이 되었다"고 옛날을 회상했다.
박성수 이장은 "현재의 마을 회관자리는 마을주민이었던 김원앙, 김용수씨가 마을에 부지를 희사해서 회관을 지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박 이장은 "그만큼 장신리 마을주민들은 이웃을 생각하고 마을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고, 주민들은 그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지금도 그분들을 기리는 차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시는 옛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덧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서둘러 회관을 나와 마을을 둘러보는데, 대신농기계수리 간판이 보이고 마을주민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염치불구 가던 길 멈추고 공업사 사장님과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짜고짜 마을소개를 부탁하니 앞에 있는 낡은 방앗간을 가리킨다.
17년째 이곳에서 공업사를 하신다는 김한목(68) 사장님은 "저 장신방앗간은 약 100년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찾아와요.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방앗간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찾는 이가 많지 않답니다. 아마도 현대화된 정미소가 많이 있다 보니 그럴 것입니다." 하시면서 부채를 더욱 세게 부치신다. 세월의 변화가 방앗간의 변화보다 빨랐나 보다.
지금도 가끔 방앗간이 돌아간다고 한다. 아직도 옛 방앗간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한나절 뜨거웠던 태양은 어느덧 석양이 되어 긴 그림자를 만들어 준다. 경운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너는 오지랑 다리를 지나 옛 주막집이 있었다는 삼거리에 차를 멈추고 그 옛날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던 인심 좋은 주막집 내외는 어떤 분이었을까 하고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술국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손가락이 빠르게 핸드폰 숫자를 두드리고 있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저 넘어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예! 형님 안주 다됐는데요 빨리 오세요!" 알았다 금방 간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장신1리 마을회관부지를 희사한 김원앙, 김용수 주민공적비.
마을주민이었던 김원앙, 김용수씨가 마을에 부지를 희사해서 지어진 장신1리 마을회관의 모습이다.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100년은 족히 된 장신방앗간.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보은의 교육을 담당하는 보은교육지원청의 모습. 행정관서의 대부분이 장신1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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