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머릿속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우울증, 머릿속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8.12 10:35
  • 호수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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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비는 지치지도 않나 보다. 밤새 쉬지 않고 퍼붓는다. 그래도 해는 뜨나 보다. 해는 빗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 보다. 허옇게 창이 밝아 오는 것을 보니 또 하루가 시작된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빗줄기는 지치지도 않나보다. 사나운 빗줄기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을 떠야 하는데! 일어나 벌떡 두 발로 서야 하는데! 해는 중천에 떴는데 일어날 수가 없다! 일어서야 하는 데 일어서야 하는데, 이불 속에 처박힌 몸뚱아리는 병들어 누운 황소처럼 방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뻐꾸기는 뻐꾹뻐꾹 소리 내어 우는데 나는 숨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숨소리조차!>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던 어느 중년 남자가 자신이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던 순간을 표현한 글이다.
주위에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아마도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감기 같은 것이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괴롭고 위험한지 알지 못한다. 우울증의 증세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든 것에 의욕이 없고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하게 되며 사람도 만나기 싫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작가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중에서 작가의 경험에 근거해 우울증에 관해 쓴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울함을 느낄 때 당신의 사고는 부정성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그런 때는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를 어둡고 침울한 용어로 지각한다. 당신의 정서에 혼란을 일으키는 부정적 사고에는 거의 언제나 커다란 왜곡이 포함되어 있다. 그 비합리적이고 뒤틀린 생각이 당신 고통의 중요한 원인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대개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고 초라하다는 자기 비하, 근거 없는 죄의식과 자괴감, 아무 일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등 끊임없이 솟아나는 부정적인 마음의 착각 현상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로부터 야기되는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운동이다. 우울증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이다. 눈을 뜨면 힘들더라도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 그리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라. 40분 정도 땀을 흘릴 정도로 걸으면 머리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이 나오기 시작한다. 엔도르핀은 기분을 좋게 해주고,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약인 모르핀 보다 100배나 강한 물질이다. 엔도르핀이 머릿속에 박혀있던 부정적인 생각의 뿌리를 뽑아준다. 
둘째는 대화다. 자신의 이야기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대화하라. sns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가족은 되도록 피하라. 가족은 대개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오히려 나의 자괴감을 키워주는 적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자연과 예술 치유이다. 자연은 인간의 욕심을 없애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미술과 음악, 연극 등의 예술 역시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스스로의 자기 치유 노력이 도저히 불가능 하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꼭 약을 먹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우울증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가오는 마음속의 지독한 감기이지만 특히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노인들은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경제적인 어려움, 배우자의 죽음, 건강의 악화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은 자살에 이르고 만다.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현재 OECD 국가 중 1위이다.
보은군의 노인 비율은 30%를 훌쩍 넘어섰다. 보은군도 노인복지관 운영,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노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그런 지원 사업에서도 소외되어 있을 수 있다.
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혹시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없는지 서로서로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까!

칼럼니스트 이만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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