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보은읍 교사2리, 반농반도(半農半陶)의 전형적인 농촌 도시
(10)보은읍 교사2리, 반농반도(半農半陶)의 전형적인 농촌 도시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7.01 10:53
  • 호수 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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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의 기풍이 전해져오고 향약이 마을전통을 형성하는 배경이 돼

도심 속 전원마을 보은읍 교사2리(이장 장지석)의 특징은 반도반농의 전형적인 농촌 도시의 특색을 보여주는 마을이다. 시외버스 북부 매표소가 있는 교사 4거리에서 보은읍 시내 쪽을 보면 우측은 농촌마을이고 좌측을 보면 도시의 모습이 보이는 좌도 우농의 정겨운 모습이다.
마을 경계도 옛날 수로를 따라 이어지다 보니 골목골목 찾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이곳저곳 한참을 찾다 보니 옛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옛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마을경계선은 삼산4리, 6리, 교사1리와 연접되어 있고, 마을회관은 정문고개를 넘어가는 고개입구 옛 보건소 뒤 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마을회관문은 굳게 잠겨있고 마을 유래비만 어르신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하루 빨리 코로나 정국이 끝나고 어르신들이 북적이는 마을 회관으로 돌아 왔으면 좋겠다.
장지석 이장님께 마을 소개를 부탁하고자 전화를 드리니 바쁘셔서 시간 내기가 어려우신가 보다. 몇 번의 통화에도 만날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로나 시국에도 바쁜 사업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은 소식이었다. 이웃 어르신들에게 이장님댁을 물어보니 교사2리 경계선에서 동명알루미늄 새시 사업을 하신다고 했다.
마침 이장님댁을 찾아가는 도중에 삼천리자전거포가 있어 사장님에게 인사도 할겸 들어가니 몇 분이 더 계셨다. 이곳은 항상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 기준으로 삼천리자전거 사장님은 보은의 산증인이다. 사장님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고 항상 인자하신 모습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교사2리의 내력을 여쭈어 보니 교사2리는 옛 수로를 따라 경계선이 이어지다 보니 찾기가 어려울 거라 하시며 자세히 말씀을 해주신다. 어르신들에게 마을의 내력을 듣고 이장님 댁을 찾아가니 문이 잠겨있다. 워낙 바쁜 이장님이신가 보다하고 돌아 나와 교사2리에 살고 있는 후배 박호범씨에게 전화를 하니 반가운 목소리다. "형님 어쩐 일이세요?"하고 묻는 후배와 만나 한바탕 웃고 점심을 먹으며 마을 유래를 말해보라 하니 술술 나온다. 

마을주민들의 쉼터로 활용되는 교사2리 마을회관의 모습
마을주민들의 쉼터로 활용되는 교사2리 마을회관의 모습

#효와 열이 있는 선비마을
교사2리 마을 회관을 찾아가니 문은 굳게 잠겨있고 마을 유래비만 어르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마을 유래비를 살펴보니 교사리는 마을언덕에 전(前) 호장(戶長 : 향리의 직급을 말함) 이휴의 부인 김소사 효문 과 관노 청손의 처 춘덕의 열녀문(烈女門) 두개가 나란히 있어 정문고개라 부르던 곳이고, 마을 주산인 사산(천주교 보은성당이 위치한 산) 안쪽 따뜻한 골짜기 따라 골목을 이룬다고 해서 골안마을, 관속 등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전송할 만큼 넓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번 마루마을, 정문고개의 뜻을 가진 정현 마을, 교동마을, 사례동, 보촌리라 부르는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14년 일제가 단행한 행정구역 통폐합시 교사리로 통합했고 이후 교동과 사례리, 보촌리 일부를 교사1리로 분할하고 정현리와 보촌리 일부를 2리로 정했다고 마을의 유래를 적고 있다.
1966년 동광초등학교가 개교를 하고 주위 마을이 번창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교사2리 마을사람들은 소박하고 근면하며 정현리의 효(孝)와 열의 정신이 깃든 마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충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살아가는 도농마을
마을 유래비를 유심히 보고 있는 필자가 이상했는지 지나가는 어르신이 교사2리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 "향교의 선비들에게 충효와 예의를 으뜸으로 본받고 살아가는 교사2리는 향약의 4대 덕목중 하나인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으로 코로나정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서로 위로 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지나가신다.
"어르신 혹시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하고 여쭈어 보니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하시면서 바쁘게 지나가신다.
다시 옛 길을 따라 마을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또다른 어르신 한분이 다가온다.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하시면서 필자에게 관심을 보이셨다. "아~예! 어르신 마을 소개 글을 쓰려고 자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하니, "우리 마을은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예전에 이곳은 효와 열녀문이 있었지." 하신다. "혹시 성함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하니 "김홍길이여" 하시면서 집으로 들어가신다.
그 옆집 사시는 김동호(90)어르신께서는 "우리 마을은 예전부터 다툼이 없었어요" 하시면서 "나는 국가 유공자여. 화랑훈장을 받았지" 하시면서 문패를 가리키신다. 호국 보훈의 달에 국가를 위해 청춘을 불태우신 유공자 어르신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아~! 예 어르신 고생하셨네요. 저희 아버지도 국가 유공자시거든요" 하니 어르신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우리 마을은 향교가 있어 옛날부터 향약정신이 남달랐지 좋은 일은 서로가 권하고 나누며 살았어" 하신다. 아마도 덕업상권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가 함께하고 함께 슬퍼했지요" 환난상휼을 말씀하신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게 우리 교사2리의 정신이야!" 필자가 마을회관 앞에서 보았던 유래비 내용이 어르신의 말씀에서 확인 되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옆집에 사시는 김홍길 어르신이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한 말씀 보태신다. "우리 교사2리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세는 향교선비들에게서 보고 배웠던 예의범절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배어 있어. 우리도 그분들이 했던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지 삶이란 그런 거야. 이 세상에 나 혼자 살수 없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길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이해하고 돕고 사는 거지 그게 인생살이야" 하시면서 가던 길을 재촉하셨다.

옛 보건소 자리. 여성들의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옛 보건소 자리. 여성들의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향약 4대 덕목이 살아 있는 마을
교사2리는 보은에서 보기 드물게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시설이 있는 마을이다. 옛 보건소 자리는 여성들의 권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과 운영하고 있으며, 보은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는 여성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보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또는 복지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지역사회복지서비스를 연구하고 제공하는 보은군 사회복지협의회가 자리하고 있다.
보은군기초푸드뱅크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먹거리를 연구하고 보은의 특성인 고령농업인들을 위해 지역 농, 특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직접 연결하는 윈윈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교사2리는 옛 선비들의 정신이 깃든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등 4대 덕목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시골 속 도시마을이다.

보은 최초 연립주택이었던 곳으로 현재는 상가들이 들어서있다.
보은 최초 연립주택이었던 곳으로 현재는 상가들이 들어서있다.

#발전가능성이 있는 보은(報恩)마을 교사리
이번 교사2리를 탐방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보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것은 보은이라는 지명에서 나타나듯 은혜를 알고 보답하며 묵묵히 효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는 것이다.
나보다는 이웃을 생각하고 나를 희생할 줄 아는 보은속의 작은 마을 교사2리는 어느 마을 못지않게 발전가능성이 충분히 잠재되어 있는 마을인 듯 보였다. 보은읍 외곽이라고 생각했던 교사리는 향교를 중심으로 충과 효, 열의를 담고 있으며, 이를 콘텐츠로 삼아 보은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고 청소년들과 각종 사회단체 기업 등 기관단체들에게 전인교육장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보은지역 경제 활성화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고, 지역발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마을이 교사리라고 생각했다.
요즘 전국 각처에서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범죄의 저변에는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이 제대로 안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이 절대 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가정에만 맞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나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전인교육을 통해 선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 또는 공공교육기관에서 체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예의범절이 도외시 당하는 사회에서 건전한 시민이 나올 수 없고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없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없음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보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다. 필자가 교사리 탐방을 하며 여러 번 느낀 것은 사림들의 정절과 올곧은 유림들의 정신이 아직도 보은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DNA처럼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150년 전 보은에서 집회를 열었던 동학농민들의 사회변혁바람은 어쩌면 지금도 보은에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충과 효 그리고 열의를 프로그램화 하여 보은을 알릴 수 있는 모멘트를 잡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예의 교육을 프로그램화해서 전인교육사업으로 보은의 경제를 살릴 수 있게 정책을 편다면 침체된 보은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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