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석장승
(14)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석장승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7.01 09:56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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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실 수호신, 이젠 도로변 조형물로 전락
사람머리 형상을 만들어 동네 어귀에 세워 마을을 지키던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석장승의 모습이다.
사람머리 형상을 만들어 동네 어귀에 세워 마을을 지키던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석장승의 모습이다.

 

돌이나 나무에 사람 머리 형상을 만들어 세운 장승은 먼 옛날 신라시대부터 동네 어귀에서 마을을 지키고, 사찰의 입구에서 경계를 표시하며, 풍년을 주관하고, 동네에 들어오는 액운을 막아주고, 주민들의 소원을 성취해주는 역할의 주관자로 우리민족과 함께 오래도록 살아 왔다. 무서운 듯 인자해 보이고, 익살스러움까지 보이지만 신앙의 대상으로 신성시되어 왔으나 세월의 변화로 점차 신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이번 주 석 장승을 주제로 했다.
장승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석장승, 목장승, 복합장승으로 구분되며, 석장승은 선돌모양, 비석 모양, 돌무더기 모양의 복합형태로 만들어 왔다. 이름도 다채로워 충청도와 경기도는 장승으로, 평안도나 함경도는 당승, 돌미륵으로, 제주에서는 육지에서 석 장승이 들어간 듯 돌하르방, 우석목(偶石木)으로 불리었다. 모습 또한 사람의 얼굴이나 미륵(彌勒), 남근(男根), 문, 무신의 모습 등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그동안 석 장승은 매년 음력 정월 보름 경 온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무사 안녕을 비는 동제(洞祭)의 제장(祭場)이 되었고, 마을에 들어오는 액운을 막아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으나, 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일어난 미신타파 운동으로 파괴되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의 민속신앙에 대한 인식 변화로 신성성이 퇴색해 점차 신성을 잃어버린 조형물로 변질되어 외로운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근래까지 보은군내에서 석 장승의 제장(祭場)이 가장 많았던 아치실을 찾았다.
아치실은 120년 전까지만 해도 청산군의 월경지역이었다가 1906년 보은군에 편입됐고,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회인군 동면 신흥동 일부를 병합해 아곡리라 하고 내북면에 편입된 마을이다. 아치실에서는 옛날부터 산 중턱에 있던 산제당과 마을 입구에 4기 등 모두 7기의 석 장승에 음력 정월 보름을 전 후하여 동제를 지내 왔으나, 산제당은 6.25 전쟁 후 공비토벌 명목으로 산 밑으로 내려오고, 마을 입구의 석 장승 4기중 1기는 도난당하고 1기는 허리가 끊어지는 상처를 입었으며, 수해 등으로 없어져 이제는 동네에 있는 1기를 포함하여 4기의 석 장승만이 남아 있다.
아치실도 동제의 절차나 방식은 다른 마을과 같이 매년 음력 정월 보름 경 지내는 동제를 지내기 위한 일자와 제주(祭主)를 선정하면, 제주는 15일간 부인과 별거를 하면서, 매일 한겨울임에도 동네에 있는 찬 샘물로 목욕을 하고 산제당과 석 장승의 제장에서 동제(洞祭)를 성대하게 지내 왔었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로 주민들의 석 장승에 대한 신앙심이 얕아지고, 동네 젊은이들이 없어 8년 전 정영이(64) 이장이 마지막 제주를 맡아 마지막 고유제를 지내고 동제를 끝냈다고 한다.
정영이 이장은 "지금까지 장승님들의 음덕으로 마을이 평안하게 잘 지내 왔는데, 주민들이 오히려 장승을 도난당하기도 했고, 동제마저 지내지 않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마지막 고유제를 지낸 후 동네의 몇몇 주민들은 오랜 기간 지내온 동제를 없애 한때 불안한 마음들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잊고 다들 평온하게 살고 있어요.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에 대한 이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비록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믿음의 대상에서는 물러났지만 앞으로도 계속 동네 입구를 지키며 아치실의 안녕을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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