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으로 밤내내 비가 내렸다
속리산으로 밤내내 비가 내렸다
  • 편집부
  • 승인 2011.08.04 10:10
  • 호수 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진(시인, 보은읍 종곡리)

밤을 지새며 두런두런 속삭이다가, 아귀다툼을 벌이는듯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듯 내내 비는 내렸다.
듣는 소리들은 할아버지 말씀이기도 어머니 한숨소리인듯 아버지 큰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언듯 산골짝을 헤메이다 이 동무 저 친구를 애절하게 목청껏 불러대던 소리가 메아리로 살아나기도 했다.

“투둑"하고 뚝. 그친것도 소리로 이어져 가기도 했다.
쭈죽 쭉 흙을 파고 들어가는 소리기도 이 세상을 하직하며 훌쩍거리는 까칠하니 혼절한 환자의 신음소리기도 했다.
그렇게 지새운 밤은 길기도 했는데 왁자지껄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모여들 땐 한마당 가득 빗물이 고였다.

-동산마루에 소리없이 펼쳐진 운무가 보이고-
자연과 함께 그 한모퉁이에서 조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을 발견한다.
 밤은 길기도 긴 세월이었고 아침은 짧은듯 아쉬운 아침이 어느새 지나가는듯 했으나 한나절은 길기도 했다.
삶이 언제나 즐겁기만한 것도 슬프기만한 것도 또한 아닐진데
어제는 그렇게 굳게 잡고 동행을 했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았다.
주변 사람들과 비틀고 비틀며 동아줄을 만들어낸 두터운 정이었는데 남북으로 동서로 갈라앉아 보이는 곳만 바라보며 서로를 원망하는 세태를 살아가고, 어머니 아버지와 이세상에서 애절하게 헤어질 때 동기간에 우애있게 살겠다고 언약한 맹세를 어찌 고할꼬?

-하늘은 언제나 햇살이 가득하기도, 비가 내리기도, 눈이 내리기도 한다.
밤하늘 가득 저마다의 얼굴을 뽐내며 모여든 별들을 본다.
아버지의 의젖한 자태를 들어내기도, 어머니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인듯한 달을 보며 시름을 잊기도 했다.
세속을 떠나온 속리산!
동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냇가를 거닌다.
속세에 묻어난 때를 말끔히 씻어내니 솔향기 진하게 품어내는 곳
세속을 떠난 신선들의 길 새날을 맞이할 길로 쓸며 걷는다.

마음은 언제나 풋풋하며 인생길은 즐거운데 흙먼지를 일으키는 바람을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매서운 바람이 언제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밤내내 빗소리도 듣고 목욕을 하며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길을 가야 하기에 걱정이 산이나 상상은 언제나 궁금증만 보태게 되어 있다. 들과 산과 강을 가봐야만 알리.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경험과 지혜를 정리하고, “정신 바짝 차려라."고 호통을 치신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세심하게 “언제나 어진 마음을 간직하고 행하라."라는 어머니 분부를 받들고 살아가리. 출렁대며 반짝반짝 노을 따라 흘러가는 빗물을 본다. 산바람 따라 어둠을 뚫고 오늘의 이별을 아쉬워하여 울며 떠나가는 잡새들도 본다. 내일을 향한 만남은 희망이어야 한다. 온갖 꽃들과 쭉쭉 뻗어 오르는 갖가지 나무들, 햇살을 따라 냇물을 타고 오르는 은빛의 고기떼들이며 길을 따라 이어져 자라나는 잡초들, 우리가족인 뭇 동물들은 사람들과 함께 길동무가 아니겠는가. 룏습’에서 태어나는 습생이나 '알'에서 깨어나는 난생이나 룏태’에서 나온 태생이며 '환’생에까지 이 모두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야 할 동행자가 아니겠는가. 

그 누구도 그 어느 것도 천하고 귀함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다만 살아가야 하기에 삶의 방법이 다를 뿐이니 누가 누구의 삶의 방식을 탓할 수는 없다. 함께 사는 좋은 방식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