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 이끈다 : 함양 서하초 사례] 집·일자리 제공 '아이토피아'로 소멸 위기 벗어났다
[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 이끈다 : 함양 서하초 사례] 집·일자리 제공 '아이토피아'로 소멸 위기 벗어났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6.17 11:41
  • 호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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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대주택 건립 학생 20여명 늘고, 면 인구도 50여명 늘어

'전학을 오면 집과 일자리를 드립니다'라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마을에 활기를 넣은 함양 서하초등학교 사례는 전국에서도 주목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모델이 되고 있다.
서하초등학교는 2019년 2월 6학년 4명이 졸업하면서 전교생이 3학급 10명으로 감소해 폐교 위기에 놓였던 곳이다.
자체적으로 학생 모심활동을 펼쳐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오면서 살아나기 시작한 서하초등학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주거플랫폼 사업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농촌유토피아 실현 구상이 접목되면서 쇠퇴하는 농촌을 살리고 지속가능하게 농촌으로 꿈틀거릴 수 있게 됐다.
작은학교이지만 지역을 지탱하고 오히려 지역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 서하초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한다.
면 인구 1천400여명, 고령화가 심한 서하면은 보은군 면지역과 비교하면 1천400여명인 장안면과 비슷한 곳이다.
1면 1교를 유지해온 서하초등학교는 작은학교이지만 20명이 넘는 학교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2015년 서하초등학교 공모제 교장을 실시해 2017년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는 막지 못했다 공모제 교장인 신귀자 교장은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했지만 재임기간 단 한명의 전학생이 오지 않고 오히려 학생이 줄었다.
급기야 2019년 △유치원 3명 △1학년 0명 △2학년 3명 △3학년 0명 △4학년 2명 △5학년 4명 △6학년 1명으로 4학년과 6학년은 복식학급으로 운영돼 분교로 전락할 단계에 처했다.
분교로 전락하는 것은 곧 폐교의 수순을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 실제 폐교로 이어지면 1면 1교유지 체제에서 경남도내 첫 폐교 사례이기 때문에 신귀자 교장은 2019년 11월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사회에 노크를 했다.

마침 서하면에 거주하고 있는 대전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교수를 지내고 전국녹색연합 창립자인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은 학교, 동창회, 지역사회, 학부모 등 민관협치의 학생모심위원회(위원장 장원)를 꾸렸다.
생을 모집한다, 주민을 모집한다는 식으로 '모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학생을 모십니다' 라고 모심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당신께서 오셔야 시작입니다'라는 문구로 홍보활동을 벌였다. 보통의 예와 달리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이같은 문구에 상대는 감동했다.
학생모심위원회 장원 위원장은 "세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학부모에게 물었더니 설명회 때 모심위원회 이름을 보고 설명회 들을 필요없이 이름만으로도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는 후일담을 들은 적이 있다"며 "모심은 우리의 진정성을 나타낸 말"이라고 설명했다.

"서하초로 전학오면 집을 줍니다"
장원 위원장은 학교 살리기는 학부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온 공약이 파격적이다. 1호 공약이 서하초등학교 전입학 세대에 집과 일자리를 주는 것. 그리고 2호 공약은 전교생에게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 지급 약속이다. 1호와 2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동문회와 지역사회는 학교 살리기 기금 1억원의 모금운동을 벌였다.
전입학 세대를 위한 주거공간은 함양군에서 빈집 수리비를 지원하고 마련했다. 또 지역기업체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지역출신 기업인들이 모은 기금으로 해외연수 비용과 장학금을 모았다. 당초 1억원 모금을 목표로 했으나 이를 초과한 1억2천만원이 모여졌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내실을 기했다. 영어, 수업을 담당할 원어민 선생과 진로교육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연극과 미술, 창의놀이, 풋살 등 방과후 학교 무료운영, 오후 4시 30분까지 돌봄 등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일 공약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지난 2019년 12월 '아이좋아 아이토피아 서하만들기'를 내건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설명회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1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전국에서 144명이 전학을 오겠다면 신청서를 냈고 비공식까지 합하면 300명이 넘었다.
도시에서 농촌학교로 오겠다는 잠재적 수요가 많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분교를 걱정하던 서하초등학교는 설명회 후 골라서 전학생을 받아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야말로 대반전, 역전 드라마나 다름없다.
밑돌빼서 윗돌 괴는 형식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함양관내와 같은 경남도가 아닌 곳에서 원칙을 세우고 전입학 신청을 받았는데 서울, 거제, 제주, 창원, 군포 등 전국에서 신청자가 몰렸다.
1호 공약으로 준비한 살림집이 다섯 채 뿐이어서 우선 5가정만 선정했다. 다자녀 가정, 1~3학년 학생이 있는 가정, 2020년도 학급 편성 이전에 이사올 수 있는 가정 순으로 선정했다. 2가정은 스스로 집을 구해서 이사를 와서 시골학교로 전학오는 즐거운 반란을 일궈냈다.
2020년 학생모심설명회 후 서하초등학교에 적을 둔 유치원생 및 학생은 △유치원 5명 △1학년 5명 △2학년 5명 △3학년 5명 △4학년 3명 △5학년 6명 △6학년 3명으로 전 학년 학생을 두고 있고 3살 2명, 4살 1명의 유치원 대기자까지 두고 있다.

농촌토피아 주거플랫폼 사업 성과
이같은 민간(학생모심위원회) 차원으로 진행하던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활동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부터 협동연구과제로 진행하던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과 만나면서 탄력을 받았다.
함양군 서하면을 전국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기금으로 75%를 부담하고 함양군이 25%를 부담한 25억9천만원을 투입해 주거플랫폼 사업으로 서하초등학교 인근에 2층짜리 6개 동으로 12가구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었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10가구와 저소득 가정을 위한 2가구로 지어진 임대주택은 제로에너지 특화설계를 적용했다. 또 이주 도시민들의 자연체험을 위해 세대당 미니텃밭도 갖췄다. 또 작은도서관과 다목적실 등 주민커뮤니티 시설도 조성했다.
임대료는 다자녀형은 보증금 875만여원에 한 달 임대료 20만~21만원, 저소득형은 보증금 629만여원에 한달 임대료 9만~10만원으로 책정됐다.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9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어,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농촌토피아 주거플랫폼 지원사업으로 서하초등학교에는 20명이 전입학했고 서하면 인구는 54명이 늘었다.
함양군 서하면의 농촌토피아 주거플랫폼 성공사례는 작은 기초자치단체로 확산됐다. 거창군 2곳, 남원시, 무주군이 LH 임대주택 신축 지역으로 선정돼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함양군도 서하면에 그치지 않고 농촌토피아 주거플랫폼 사업을 확장시켜 도농균형발전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읍면단위에 일자리+주거+생활soc+돌봄+휴양을 패키지사업으로 묶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하초등학교 전입학 세대를 위한 임대주택 바로 옆에는 서하다움 청년 레지던스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층의 농촌체험 및 창업지원 교육을 위한 실습과 거주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대중소시기업농업협력재단기금에서 5억7천만원 전액을 지원받아 추진하고 있다.
또 함양군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초중고등학교가 있고 함양읍 다음으로 큰 안의면에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학교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데 주거 지원 등 농촌재생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골, 농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또 도시에서의 일자리가 줄어 경제가 어려워지고 집값은 비싸고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귀농·귀촌해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집·일자리·문화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시골이 소멸이 진행되는 위기이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원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위원장은 농촌, 시골마을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등 도시에서 서하초등학교로 자녀를 전입학 시킨 학부모들이 학교운동장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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