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골장터의 상징 뻥튀기
(11)시골장터의 상징 뻥튀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6.10 09:25
  • 호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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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최고의 간식 튀밥이 사라져 간다
튀밥기계를 달구고, 쉴 새 없이 돌리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루에 하얀 쌀 뻥튀기, 옥수수 뻥튀기가 나오는 추억이 생각나는 뻥튀기 가게이다.
튀밥기계를 달구고, 쉴 새 없이 돌리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루에 하얀 쌀 뻥튀기, 옥수수 뻥튀기가 나오는 추억이 생각나는 뻥튀기 가게이다.

옛날, 시골장날이면 언제나 튀밥기계가 장터 구석에 자리를 잡고 '펑'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튀밥기계 앞에는 옥수수를 비롯해 쌀, 밀, 보리 자루가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놓여 있었다. 깡통안의 장작불은 활활 타오르며 튀밥기계를 달구고, 뻥튀기 장수는 쉴 사이 없이 튀밥기계를 돌렸다. '귀 막아유' 소리에 개구쟁이들은 손바닥으로 귀를 막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는 시야를 가리고, 자루에는 하얀 뻥튀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 향수어린 정다운 뻥튀기가 이제는 단맛에 빠진 간식의 변화로 차츰 없어져 추억의 뻥튀기가 되었다. 이번 주 '우리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뻥튀기를 테마로 했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을 둥구나무 밑에도 간간이 뻥튀기 장수가 왔었다. 튀밥기계 앞에는 언제나 동네 꼬마들이 모여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신기한 듯 바라보며 튀밥기계를 돌리게 해 달라고 뻥튀기 장수를 졸랐다. 어떤 녀석들은 집으로 달려가 엄마를 조르고, 어느새 둥구나무 밑 튀밥기계 앞에는 긴 곡식자루가 늘어섰었다.  
전병(센베이) 만드는 기계가 일본으로부터 전해지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는 뻥튀기는 한때 한국의 주요간식으로 자리매김할 때도 있었다. 옥수수나 쌀, 보리 등을 튀밥기계에 넣고 약10분 정도 가열하면 용기 속의 압력이 올라가는데, 이때 뚜껑을 갑자기 열면 압력이 급히 떨어져서 곡식알이 수배로 부풀게 된다. 이 때 용기의 뚜껑을 열면 '뻥'하는 큰 소리가 나서' 뻥튀기'라고 하였다. 뻥튀기 기계는 쌀이나 강냉이를 튀기는 튀밥기계와 콩, 율무 우엉, 돼지감자를 볶아주는 볶음기계로 용도가 구분되기도 한다. 옛날에는 간식이 부족하여 아이들의 간식으로 애용하였으나, 요즘은 어르신들이 건강을 생각하여 둥굴레, 우엉, 돼지감자 콩, 무말랭이를 튀겨 차로 드시고, 일부 젊은이들이 뻥튀기를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다이어트에 좋다고 이용하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은에 남아 있는 뻥튀기 집중 보은읍 삼산리 먹자골목 공영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 모퉁이에서 가게를 열고 있는 박노석(72). 이광희 부부는 20년 전 식당일을 접고 현재의 장소에서 튀밥기계 2대를 구입하여 튀밥을 튀어주는 장사를 시작했다 한다. 박노석씨는 "당시는 우리 말고 몇 집 있었으나 장사가 잘 되었어요. 보은이 농촌이라 아직도 뻥튀기를 간식으로 많이 이용하여 하루에 100번 정도 튀길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지요"라며 옛일을 회상한다. 요즘은 스테인리스로 상자를 만들어 기계와 튀밥 받는 망을 집어넣었고, 연료는 장작대신 가스를 사용하고, 튀밥기계 돌리는 일은 모터가 한다고 한다. 옛 모습이 많이 변했다. 
이광희씨는 "이제는 생활이 변해서 튀밥집이 우리만 남았는데도 찾는 이가 드물어 어떤 날은 하루에10방 정도를 튀기면서도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장사를 하고 있어요."라고 한다. 더구나 요즈음은 매년 토지세를 받고 있는 보은군청에서 나가라고 독촉하여 2023년 우리마트 뒤로 이전한다고 써 붙여 놓았지만 갈 길이 막막하다고 부부는 긴 한숨을 내 쉰다. 보은군내에 하나뿐인 튀밥 집이 없어지지 않고, 옛 향수어린 정취를 보존하면서 군민들이 옥수수 한 자루 튀긴다고 옥천이나 영동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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