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 작은학교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 작은학교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5.27 11:40
  • 호수 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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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 지원하는 타 지역 사례 보은군도 본보기 삼아야

군(郡)의 행정구역은 읍과 면으로 구성된다. 읍면은 마을로 구성되는데 농촌인 군(軍)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면은 더욱 빠르고 심하다. 흉가로 변해 쓰러져가는 빈집들도 읍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다. 읍내처럼 상가가 형성된 면소재지라도 공무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 7시만 되면 사람의 발길이 거의 끊어지고 8시면 사람없는 거리를 가로등만이 밝힐 뿐이다. 사람이 적은 면은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최근엔 면에서 농사짓는 젊은 농부들이 면단위 시골마을보다 주거환경이 좋은 읍내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마을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시골에 남아있던 나머지 젊은 농민들도 면내 거주하는 것이 흔들리고 있다. 한 학년에 몇 명에 불과한 학교, 작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는 것을 불안해하면서 이들도 읍으로 나가거나 도시로 나기기 위해 이삿짐을 싼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사정을 잘 알기에 말리거나 붙잡지도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주민이 줄고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결국 학교 없어지니 마을도 황폐화되는 악순환이 오래도록 진행되었다.
이같이 농촌 파괴로 이어지자 경상남도는 광역지자체와 기초 지자체, 그리고 LH가 손잡고 주거공간 지원 방법으로 농촌의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서 함양의 서하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10명이었으나 2020년 37명으로 늘고 서하면에는 총 54명이 전입효과를 거뒀다. 거창 가북초등학교는 20명이 전입학하고 대기자들이 느는 등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쏟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을 놓고 있는 보은군과는 너무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년간 각 학교 학년별 학생수
최근 2년간 각 학교 학년별 학생수

#초등학생수 감소 기하급수적
농촌인구의 급감은 학생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보은군 학생수의 감소현황을 보면 100명 이상이 줄었다.
그마나 읍내 소재한 군내 가장 큰 학교인 동광초등학교도 어김없이 줄고 있다. 19년 474명인데 20년 421명, 그리고 올해는 404명으로 줄었다.
군내 가장 큰 학교가 이럴 정도인데 면단위 작은 학교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사실상 분교전락 폐교를 걱정해야할 정도다. 군내 초등학교는 총 15개 교가 있다.
동광·삼산·종곡초등학교가 있는 보은읍과 관기·세중초등학교가 있는 마로면, 그리고 판동·송죽초등학교가 있는 삼승면을 제외하면 나머지 탄부, 수한, 회남, 회인, 내북, 산외면에는 1개 학교만 있다.
충북도교육청 지침상 학생 수가 3년간 계속해서 20명 이하이면 분교로 격하되는데 20명을 겨우 넘거나 채 20명이 안되는 학교도 있다. 전체 15개 교 중 6개교가 해당된다.
2021년 3월 기준 내북초등학교 23명, 산외초등학교는 16명, 송죽초등학교 11명, 탄부초등학교 17명, 세중초등학교 25명, 회남초등학교는 15명이다. 군내 대표적인 작은학교이다.
이들 학교를 최근 3년간 재학생 수를 보면 △내북초등학교는 2018년 34명에서 19년 29명, 그리고 20년 21명에서 올해 23명이 된 것. △산외초등학교는 18년 24명, 19년 22명, 20년 23명이었고 올해 18명으로 줄었다.
△송죽초등학교는 18년 18명, 19년 17명, 20년 11명, 그리고 올해도 11명이다. 이중 6학년은 2명인데 내년 1학년에 입학할 연령인 7살 유치원생은 1명뿐이다. 재학수가 10명으로 줄 위험을 안고 있다.
△탄부초등학교는 18년 30명이었던 재학생 수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19년 23명으로 줄었고 20년 22명, 그리고 올해 17명으로 감소했다. 더욱 위험한 것은 현재 6학년이 5명인데 내년 1학년으로 입학할 연령대의 유치원생이 한 명도 없다. 이대로 가다간 입학생 없이 재학생 수 12명으로 2022년을 맞을 수도 있다.
과거 면당 3개교에서 많은 곳은 5개교가 있는 곳도 있었다.
보은교육청 누리집에 공개된 폐교된 학교 현황을 보면 2021년 3월 현재 총 22개 학교가 폐교돼 학교의 문패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초등학교 수인 15개교 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학교가 없어졌다.
이는 그만큼 시골 마을에 초등학교를 다닐 어린이가 없고 또 그런 어린 자녀를 둔 젊은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과거 100가구가 넘던 마을이 2, 30가구, 4, 50가구로 쪼그라들고 거주하는 주민도 젊은이 보다는 고령의 노인들만 사는 마을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증거다.
또 학교가 없어지면서 재학생들은 장거리 등하교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또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장거리 학교로 보내다가 읍내로 나가거나 아예 도시로 이주로 이어진 것이다.
학교가 없으니 젊은이들이 다시 시골마을로 들어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젊은이가 없는 마을은 대부분 노인들이 지키는 미래가 불투명한 마을로 전락했다.
이것이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보은군이 지방소멸이험지역이라는 암울한 미래에 놓여있다. 마을에서 초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에 그쳤던 게 아니라 학교는 결국은 마을이 유지되고 면이 유지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추였던 것이다.

군내 연도별 폐교 현황

#학교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조건
지역공동체가 지속가능하게 하는 작은학교.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얘기되는 지역, 특히 면 지역에서 작은 학교의 존재가 남다른 이유다. 
따라서 시골의 작은 학교를 인근의 규모가 큰 학교로 통폐합하게 되면 기존의 마을공동체가 사실상 붕괴되고 젊은 층의 농촌이탈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에서 시골의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거공간을 확보해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이주하게 함으로써, 자녀들이 시골 작은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남, 전북, 강원도 등 자치단체에서 이미 이같은 행정추진으로 도시민들이 이주해 작은학교의 학생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인해 마을주민이 늘고 나아가 면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지역도 활력을 찾는 등 선순환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지자체가 나서서 작은학교를 통해 농촌을 재생시키는 것과 달리 보은은 관의 도움없이 민간에서 나서서 작은학교 살리기를 하고 있다.
마로면 세중리에 있는 대표적인 작은학교인 세중초등학교에서 총동문회와 마을, 그리고 지역주민, 학교까지 4박자가 되어 주거공간을 확보 도시의 전입학생을 모집해 유치원생까지 7명이 세중리로 이사했다.
20명대인 시골벽지학교에 7명이 전입해온 것 자체가 파란이었다. 이사할 집이 있으면 더 많은 학생이 전입학 할 수 있으나 현재 빈 집이 없어서 대기상태일 정도다. 학교는 다시 아이들이 공부하는 소리가 계속되고 동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고령의 노인들이 지켜보는 마을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도시민들이 구석진 시골마을인 세중리까지 들어가서 사는 것은 작은학교인 세중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학교 살리기가 학부모의 몫, 학교의 몫, 교육당국만의 몫이 아닌 지자체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제 면단위 마을이건 학교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번 없어진 학교를 다시 살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치단체, 학교, 주민(지역사회)가 나서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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