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은읍 삼산1리, 채소전거리, 보은의 경제중심지였다
(2)보은읍 삼산1리, 채소전거리, 보은의 경제중심지였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29 10:47
  • 호수 58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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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있었고 생활용품 파는 시전, 포목전, 소전도 있어 장날 사람들로 북새통

보은읍 삼산리는 1912년 이전까지 동변리, 서변리, 하장리, 왕산미 등으로 불렀는데, 1914년 일제시대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삼산리로 개정했다. 왕산미는 지금의 한양병원 주변인데, 동네지형이 왕(王)자처럼 생긴 산 끝자락에 있어 그리 불렀다는 말이 있다. 동변리는 동헌의 동쪽마을 지금의 삼산1리 주변이고 서변리는 동헌의 서쪽, 하장리는 이 3개 마을 아래쪽에 있었기 때문에 하장리로 불렀던 것 같다.

"삼산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어, 아마 3개 마을에 산이 있어 그리 불렀는지 모르지. 하여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삼산1리는 예전엔 채소전이라고 불렀지, 왜냐하면 보은읍은 크게 쌀 전과 채소전 두 개의 시장이 있었어. 쌀 전은 쌀을 비롯해 곡물을 사고파는 장터였고, 채소전은 곡물 외에 다양한 생활용품을 사고팔았던 시전(市廛)이지." 삼산1리 노인 회관입구에서 만난 동네어르신이 삼산1리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예전에는 돈거래보다 쌀이나 콩 등 농산물로 생활용품을 구입했어." 어르신들과 인사를 하고 마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회상하듯 주거니 받거니 말씀하신다. 김영수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던 염영자 어르신께서 한 말씀 보태신다. "저 아래쪽(자원봉사센터 옆 주차장) 포목전에서는 장구치고 노래하며 옷감을 팔기도 하고, 그릇 전, 나무 전, 약장사들이 이곳에 장을 펼쳤지. 포목전은 현재 자원봉사 센터쯤이고 장날만 되면 채소전은 사람으로 인산인해였지. 특히 포목전을 비롯해 장날만 되면 찾아오는 장사꾼들은 장터에서 차력, 마술, 민요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쳤는데 그중 인기를 끌었던 곳이 포목전이었지."라고 하신다.
"예전엔 소전(우시장)도 이곳에 있었어, 그때는 소전에서 큰돈이 오갔어, 옛날엔 시골에서 큰돈 오고 가는 곳은 소전 밖에 없었어, 또 소전 옆 월미도는 도살장이 있었어,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
삼산1리 노인정에서 만난 김영수 어르신, 염영자 어르신, 김사연 어르신, 조항옥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필자 또한 옛 생각이 모락모락 나는 것 같다. 
이번호는 보은읍 중심지에 있는 삼산1리를 소개하기로 하고 류가네추어탕 앞쪽의 마을회관, 노인회관을 찾았다. 담소를 나누던 어르신들 4명이 필자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김영수 어르신의 말씀이 "보은에도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이런 기록들이 진즉 있었어야 해." 하며 안타까워하신다.

"이곳은 예전에 극장이 있었어, 아마 이곳이 극장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공동화장실도 있었고 태권도 체육관도 있었지. 장날만 되면 사람이 구름처럼 밀려다닐 정도로 많았어, 그때가 좋았지. 그때는 인심도 좋아서 시골에서 각종 농산물과 축산물 등 물건 팔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내가 삼산학교 36회야" 하시면서 어르신은 잠시 눈을 감으신다. 아마도 옛 생각에 감회가 깊으신가보다.
옆에 계신 염영자 어르신께서 "옛날 이곳은 나무전, 구들장, 그릇 전, 옹기전이 있었지." 한참을 듣고 계시던 김사연 어르신께서 "그때만 해도 보은은 살만한 곳이었어, 무슨 장사를 해도 장날만 되면 장꾼들이 돈을 자루로 쓸어 담을 만큼 큰돈을 벌었지, 앞으로 그런 시절은 오지 않을 것 같아." 하신다.
필자도 어르신의 말씀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떡이니 김영수 어르신께서 아! 이왕 왔으면 우리 삼산1리 자랑 좀 많이 써, 요즘 사는 것이 신이 안나 그리고 인심도 예전만 못해 예전엔 노인정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없어 외지로 나간 사람  뿐만 아니라 시장에 왔던 사람들이 이것저것 먹을 것도 주고 인사를 하고 가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하시면서 씨 웃으신다. 
회관을 나오니 어느덧 오후4시가 훨씬 넘었다. 이장님이 운영하는 류가네추어탕 식당을 가며 주위를 살펴보니 거리는 깨끗한데 건물이 오래되어 재개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은읍내도 문화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대추를 태마로 재개발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인들이 각박한 생활에서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될 수 있게 대추를 태마로 하여 휴양 문화 도시로 탈바꿈한다면 보은사람들의 삶도 더욱 여유로 와 질 텐데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삼산1리 이장이 운영하는 '류가네추어탕'에 닿았다. 보은의 맛집으로 유명한 류가네추어탕은 유태현 이장이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맛과 친절을 내세우며 보은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필자 또한 이장님을 알기 전부터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한데 이번 마을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삼산1리 이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장님 고향이 어디신가요?" 하고 물으니 "저는 이곳이 고향이고 대학을 다닐 때 잠시 외지를 나간 적이 있을 뿐, 지금까지 보은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한다. 삼산1리의 간단한 내력과 삼산의 매력을 물으니 삼산1는 예전 월미도에서 극장자리(지금의 대구 마트)까지이고, 인구는 약300여명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마을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회관 앞에서 필자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던 어르신의 말씀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인구가 자꾸 줄어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해 보은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군청에다 이야기 좀 하고, 신문에도 제안 좀 해줘. 우리는 이제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젊은이들이 해야지."
어둑해진 싸전 골목을 지나오는 길에 굵은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진다. 비가 올려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다. 너도 나도 보은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거 출마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10명이 넘는다. 과연 이들 중에 어르신들의 바람처럼 보은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보은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지역이니 주민 여론을 잘 수렴해 살기좋은 지역으로 만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삼산1리 취재를 마무리했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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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2021-10-26 13:39:34
내가 삼산학교 36회야~ 1936년 생이네요 ㅎ
삼산학교는 졸업기수와 출생연도가 같아요^^
1945년 생은 45회, 1970년생은 70회, 1990년생은 90회 200년생은 100회
군단위 초등학교치고 오랜 역사의 전통을 이어온 학교죠.
좋은 시리즈 기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