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산외면 아시리 느티나무
(3)산외면 아시리 느티나무
  • 심우리
  • 승인 2021.04.08 10:19
  • 호수 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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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리의 500년 역사를 함께해온 보호수 느티나무

보은읍 학림리 19번국도를 걷다보면 속리산의 밖에 위치했다 하여 산외면이라 불리는 동네가 나온다. 그 중 옛 능성 구씨의 집성촌으로 불리던 아시리에는 600여년 가까이 된 보호수가 있다.
이곳 아시리에 자리 잡은 느티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을 당시의 수령이 530년,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580년이 됐다. 수고 22m, 나무둘레 5.6m에 달하는 이 보호수 느티나무는 주민들의 입을 타고 내려오는 역사적 사건이나 일화는 없지만, 능성 구씨 집안 사람들이 마을을 세워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500여년 전부터 함께 해온 나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다보니 나무도 이 곳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했는지, 보호수의 자목, 그 자목의 자목, 또 그 자목의 자목이 모여 보호수를 포함한 6그루 정도의 나무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사는 듯하다. 현재 아시리에서 가장 오래 사신 어르신들은 이 나무들 중 가장 나중에 태어난 나무가 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탈 수 있도록 해주곤 했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보호수를 포함한 보호수의 자목 느티나무에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바로 나무의 가지에 관한 이야기다. 보호수도 자목도 오래 있다 보니 1년에 가지 1~2개 씩은 떨어진다고 한다. 근데 신기한 것은 크게 뻗은 가지가 떨어지면서 교묘하게 비껴서 떨어진다는 것. 특히 자목의 가지는 2번이나 이러한 사례가 있었는데, 한 번은 집 지붕 밑으로 떨어질 것을 비껴서 떨어져 길 위로 떨어졌고, 다른 한 번은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과 다리 위로 떨어질 가지가 그대로 또랑으로 떨어져,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아시리 주민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지켜주고 있는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웃어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또한 지금의 보호수보다 크고 오래되었지만 보호수가 되지 못한 나무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지금의 이장님이 부임할 당시, 아시리 보호수 느티나무와 비슷한 수령에 크기가 더 큰 나무가 있었지만, 나무의 안쪽부터 전부 썩어버려서 무너질 위험이 있어 이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바로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마을의 주민들은 그 나무가 썩지 않고 잘 보존되었더라면 아시리에서만 2그루의 보호수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아시리가 처음 자리 잡았던 시절부터 쭉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온 보호수 느티나무. 지금은 비록 매년 가지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정도로 힘이 없고 오래되었지만 오랜 세월 남겨둔 자목들은 계속 마을주민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을 주민들이 보호수의 자목이라고 추정하는 나무들
마을 주민들이 보호수의 자손 쯤 되는 나무로 추정하는 느티나무. 현재 아시리 어르신들이 어릴적 이 나무에 그네를 매달아 놀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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