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영농현장 '우리의 부모님이 보인다'
노부부의 영농현장 '우리의 부모님이 보인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3.18 11:29
  • 호수 5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자주 내린다. 보통 이즈음은 건조기로 바람이 불어 산불 우려뿐만 아니라 영농현장도 녹록치는 않았다. 관리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감자심고 고추심기 위해 밭두둑을 만들어 사람이 비닐을 펴고 또 사람이 뒤따라가면서 비닐을 덮어야 하는데 메마른 흙으로 비닐을 덮으면 바람이 불면서 비닐을 덮은 메마른 흙살을 날려버려 애써 씌운 비닐이 춤을 추기 십상이다. 관리기를 써서 고랑 사이의 흙으로 비닐을 푹 덮지 않고 사람이 일일이 작업을 한 경우 봄철 건조기인 이즈음 이런 사례를 곳곳에서 보였었다. 하지만 최근 봄비가 흡족하게 내리면서 흙이 축축하고 아직 봄바람이 세지 않아 다행히 바람에 날리지는 않는다. 지난 3월 14일 보은읍 강신 2리 안양마을 들녘에서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땅콩도 심기 위해 밭 장만을 하는 김홍길(86)·최순화(82)씨 노부부를 만났다. 부인이 긴 막대기에 두루마리 비닐을 넣고 앞에서 당기면서 펴면 남편이 뒤따라가며 비닐 위로 고랑의 흙을 퍼올려 피복을 해나갔다. 대추나무 300주 농사짓다가 농약하고, 대추 따고, 선별하고 일거리가 하도 많아서 캐냈다는 김홍길·최순화씨 부부는 "인삼밭 주면 좋은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며 "농사지은 것은 애들(2녀1남)도 주고 남으면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십 줄의 노부부의 영농현장에서는 여전히 자식사랑이 먼저인 '우리들의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