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인간들
싸가지 없는 인간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3.18 09:26
  • 호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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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그놈 참 싸가지가 없다! 
이 표현은 주로 손아랫사람이 버릇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불쾌감을 담아 하는 말이다. 그런데 '싸가지'의 정확한 뜻과 어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국어사전에서 싸가지를 찾아보면 '싹수'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싹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람이 나중에 잘 될 것 같은 낌새나 조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싸가지'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싸가지'의 어원은 '싹+아지'에서 왔다고 본다. 강아지나 아기라는 표현에서 보이듯이 '아지'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접미사'이다. 그러니까 그 어원적 의미는 '싹의 눈', 즉 '아주 작은 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결국 씨앗이 없거나 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감을 가질 수 없다는 아주 절망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싸가지'의 어원을 다르게 설명하기도 한다. '싸가지'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4가지 기본적인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가 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뜻한다는 것이다. 즉 '싸가지가 없는 놈'은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의 단서가 되는 위의 4가지 마음이 없는 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4가지 마음에서 유래되었다면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니라 '네 가지 없는 놈'이라고 발음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조금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그 뜻에 비추어 보면 어원의 유래로서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싸가지'의 어원이 '싹수'가 되었든 '맹자의 4단'이 되었든 '싸가지'가 없는 놈들은 어쨌든지 간에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TV를 틀면 하루가 멀다 하고 유아원에서 아이를 때리는 보모, 자기가 나은 자식을 폭행하거나 버리거나 심지어는 살해하기까지 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경비원이나 직원을 폭행하고, 친구나 후배들을 괴롭혔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시비지심(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마음)은 둘째 치고 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에 더해 측은지심(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마저도 없는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을 가진 인간들이라 하겠다. 
국민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 좀 해달라고 국회의원이나 장관, 지자체 의원이라는 중책을 맡겨 주었더니 국민을 위한 봉사는커녕 그 지위를 이용해 일가친척들의 일감을 몰아주는 자가 있는가 하면, 주어진 직책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집이 없어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애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건설사에서 주는 광고비를 받기 위해, 또는 부동산 투기꾼들과 담합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과장되고 왜곡된 기사를 쓰는 못된 기자 등등. 한 마디로 시비지심과 수오지심이 없는 '싸가지 없는 자'들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싸가지 없는 짓들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는 공무원이나 다름없는 공사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 회사의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로 한 몫 잡을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싹수가 애초부터 사라진 '싸가지 없는 분'들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싸가지 없는 일들은 정부나 국가 중심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보은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중앙과 다를 바가 없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도의원의 자격이 박탈되어 치른 보궐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해서 다시 중도하차한 도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문화원장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3선에 도전하여 당당히 당선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한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엄연히 법으로 죄를 인정받았으면 부끄러움을 갖고 사양지심이 일어날 만도 한데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수오지심도 사양지심도 없는 싸가지 없는 행동이라 하겠다. 더욱이 벌금형을 받든 말든 또다시 당선시켜주는 보은군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비지심이 참으로 아쉬운 보은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많이 어지럽다. 하지만 제발 우리 모두 어릴 때부터 희망 가득한 파란 싹을 잘 키우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맹자님의 4가지 본성을 마음 속 깊이 잘 담아 '싸가지 없는 인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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