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무례한가?
누가 더 무례한가?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1.07.21 09:37
  • 호수 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보은군 의회 의장실에서
돌아오는 제2회 추경을 통해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는 쌀 예산이 다뤄질 모양이다.
듣기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싫증이 나는 법. 그것도 힘깨나 쓴다는 보은군의회 의원들에 대한 비판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이어 해야 한다는 게 솔직히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허나 이 게 어디 내가 먼저 시작한 일인가? 그리고 이러한 부담은 친환경쌀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함께 느끼는 부담일 것이다.

이런 부담을 안고 보은군 친환경 의무급식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단이 20일 보은군의회 의장실을 방문했다.
최대한 예의도 갖췄다.
“사전에 방문하겠다는 예약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군의회에 전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상 밖으로 순순히 공동대표단을 의장실로 받아들인 이재열 보은군의회 의장.
하지만 공동대표단은 이재열 의장에게 “무례하다"는 비난과 함께 하지 말아야 될 '짓’을 한 집단으로 몰아세워져 “이게 뭐하는 짓이냐"란 소리도 들어야 했다.

주민의 입장에서 편들어 달라고 뽑아 놓은 것이 군의원이다.  그런 군의원들의 대표가 주민들에게 해야 할 소리였을까?

자신을 뽑아 준 주민에게도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 보은군의회인데, 예산안 의결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는 군에는 어떨까?
안 봐도 뻔하다.

 

#2. 스톡홀름 신드롬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말이 있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인질사건에서 비롯된 이 말은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인질이 오래 잡혀 있다 보면 나중엔 인질범들에게 동조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심리상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절박한 상황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감으로부터 나온다.

시야를 우리고장으로 돌려보자. 지난 14일, 제2회 추경 예산안에 반영할 보조금 지원 사업을 심의하는 교육경비심의회가 열렸다.

비록 두 명의 심의위원(군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보류됐지만, 이날 심의회에는 분명 아이들의 학교급식으로 친환경쌀을 제공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며칠 뒤, 친환경쌀을 제공하는 안을 제출했던 군이 은근슬쩍 발을 뺐다.

“군의 입장은 지난해 본예산에서부터 올해 초에 열린 1회 추경, 그리고 이번 2회 추경까지 친환경쌀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의 입장도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냐?"

기획감사실 담당자는 집안일을 예로 들었다.
“집안일에서 시아버지가 '하지 마’라고 하면 하기 힘든 것 아니냐"고.
예산안 의결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는 의회가 군의 입장에서는 시아버지보다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물론, 이번 친환경쌀 예산이 추경 예산안에 편성돼 군의회가 억지로 통과를 시킨다 하더라도 군의회의 눈 밖에 난 군은 다른 현안사업 예산을 삭감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이 단계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절박한 상황과 언제, 어떤 식으로 철퇴를 맞을지 모르는 공포감으로부터 나온 얘기다
상황이 이 정도면 '보은 신드롬’으로 불러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친환경쌀 지원과 관련해 군은 의회에 대해 불안과 공포가 존재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보은 신드롬’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
공포와 불안이 존재하는 분위기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자신 있는 군 행정은 곧 학생복지, 더 나아가 주민복지와 직결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