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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9.10 09:12
  • 호수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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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마을과 학교가 연계된 교육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만남의 횟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1회성 교육부터 1년 이상의 교육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비교적 장기간의 협업에 속하는 사례를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옥천 배바우공동체와 안남초등학교는 <벼가 자란다>라는 1년 농사 프로그램을 함께 합니다. 배바우공동체는 친환경농사와 지역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에 대한 생태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먹을 줄만 아는 아이들에서 과정을 아는 아이들로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지원청이 예산을 지원하는데 특히 예산을 학교가 아닌 마을 기관에 교부하여 프로그램 과정과 업무처리를 마을 기관에서 해주기에 학교 입장에서 협업이 반가울 것이라 여겨집니다. 1년 농사 프로그램의 내용은 손 모내기, 허수아비 만들기, 벼 베기와 탈곡, 볏짚공예, 논 썰매타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나오는 것들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학교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마을에서 제공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영동 추풍령중학교는 <퍼머컬쳐 숲밭학교>를 가꿉니다. 이 학교에는 학교협동조합이 있고, 경쟁적이지 않은 경제활동과 기후위기행동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유례없는 자연재해는 결국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한 것이기에 숲과 밭을 가꾸며 탄소를 가두는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죠. 그에 대한 실천은 박하 재배입니다. 학교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농사를 짓는 학부모가 텃밭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면서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박하를 재배하며 수확, 가공,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합니다. 비판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해외의 사례에서 좀 더 발전된 연계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메트스쿨이 대표적인데요, 이 학교는 공립학교에 좀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차터스쿨 제도를 활용하여 기존학교와 다른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6개의 고등학교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슬로건은 '한 번에 한 학생씩, 흥미를 통한 배움'입니다. 한 번에 한 학생씩은 개별화를 뜻하죠. 이는 작은 규모일 때만 가능합니다. 학생수가 많아지게 되면 학생을 개별적으로 깊게 볼 수 없기에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6개의 학교가 모두 소규모학교를 지향합니다. 우리나라도 풀무학교를 비롯하여 많은 학교들이 작은 학교를 지향하고 있지요.
이 학교에는 교사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 대신 어드바이저가 16명의 학생을 관리하며 4년을 이끌어갑니다. 협업의 중심은 학생입니다. 교과서나 단순 지식이 학습의 중심이 아닙니다. 자신의 학습에 자신을 중심으로 두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어드바이저, 학부모, 지역멘토가 협업을 하고 학부모는 자녀의 배움을 함께 설계하고 평가합니다. 지역멘토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이 학교의 가장 큰 비중은 LTI라 불리는 인턴쉽 활동에 있습니다. 교과서가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배워야 한다는 학교 철학이 반영된 제도로 자신이 선택한 지역멘토를 주 2회 현장에서 만나고 배우면서 멘토의 경험을 전수받고 제시된 과제를 수행합니다. 또, 멘토가 제시한 과제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턴쉽 과정을 프로젝트로 기획하여 완성을 하게 되고, 공개 발표회를 가지며 평가도 받습니다. 즉 현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경험을 가는 것이죠. 이 모든 과정에서 어드바이저는 각종 배움을 지원하고 조력하며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에 가깝죠.
특히 메트스쿨은 지역사회의 방대한 지역멘토가 학교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약 400여개가 넘는 지역멘토 자산을 학생과 연결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부러운 부분입니다. 아이들은 지역의 어른을 보고 자라며 중요한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을에서 자신의 미래 삶을 펼칠지 말지를 말이죠.
마을과 학교가 협업하는 교육의 형태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의미, 지속성, 발전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집니다. 학교가 마을로 나아갈 때 그 공간적, 인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교육자원은 학교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죠. 마을과 협업하는 학교가 좀 더 생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을에는 지자체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교육에 대하여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아직도 교육이 교육청의 영역이라고만 간주하는 낡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교육은 지역의 미래가 달린 영역입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지자체가 교육청보다 훨씬 많은 인적, 물적 투자를 하고 협업의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공간의 문제 또한 그렇습니다. 수업의 핵심은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잘 구성된 조리실에서 요리실습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교실에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학교의 공간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요구들이 많습니다. 학교는 교육에 최적화된 공간, 장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요구에 지자체가 부응할 수 있습니다. 하교 이후의 학교 공간 관리를 지자체가 책임지는 것이죠. 
최근 마을교육과 관련한 원격포럼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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