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장 개장 1년, 옥천사람들은 장보러 로컬푸드 매장 간다
직매장 개장 1년, 옥천사람들은 장보러 로컬푸드 매장 간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8.20 10:12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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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공사를 시작해 1980년 완공된 대청댐 건설로 만들어진 대청호는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댐건설로 보은군과 이웃하고 있는 옥천군은 대청호 수몰면적 72.8㎢ 중 30.4%에 이르는 23.9㎢가 해당된다. 4천74가구 2만6천178명이 이주했다고 한다.
더욱이 옥천군은 대청호 수질보전을 위해 군내 9개 읍면 중 청산면을 제외한 8개 읍면, 옥천군 전체 면적의 83.7%가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각종 개발행위가 이중삼중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또 농경지 등의 상당한 면적이 수몰됐는데, 옥천군의 누리집을 통해 확인한 결과 수몰된 후 현재 농경지 2018년 기준 논 2천52㏊, 밭 5천317㏊이다.
옥천군은 수몰되지 않고 남은 농경지에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은 로컬푸드 사업으로 옥천안에서 소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30일 개장한 직매장을 비롯해 농산 가공시설 등을 갖추고 로컬푸드 판매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 이제 겨우 1년에 불과하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컬푸드 사업은 바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과다한 유통비용 등을 발생시켜가며 먼거리에 있는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을 그날 오전에 매대에 진열, 지역에서 판매 소비하는 것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모든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최고의 해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규모가 안돼 공판장에 출하하지 못하는 농가나 친환경으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지역에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유통의 한 채널로서 존재감이 크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있을 경우 실질적으로 지역 농민들이 받을 수혜는 클 것임이 옥천군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매장에 옥천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매장에 옥천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옥천 1년만에 150종→400여종으로 증가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은 옥천군으로부터 위탁받은 옥천살림협동조합(이하 옥천살림)이 운영한다. 옥천살림에 따르면 지난해 5월말 개장한 옥천 직매장은 1일 평균 350명이 찾아 개장 이후 1년 누적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었다. 또한 1일 평균 800~9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연간 누적 매출이 2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직매장에 출하하는 약정 농가는 직매장 개장 초기 147농가였으나 1년뒤인 현재는 249농가로 늘었고, 진열제품도 150여종에서 현재 400여종으로 늘었다.
쌀, 과일, 과일 주스 등 다양한 농산물과 우리밀 빵, 두부, 된장, 간장 등 가공품에서 우유, 요구르트도 나온다. 소포장 제품, 빵, 떡, 소고기,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과 농산가공품이 진열되고 있다.
또 메기, 올갱이 등 대청호 등에서 잡은 민물고기가 있고 다육 등 화초도 갖추고 있다. 정말 없는 것 빼고 다양한 제품이 진열되고 있다.
사실은 그동안 집에서 밥상에 올리기 위해 재배했거나 자식들에게, 친인척들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던 가공품들이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직매장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는 유제품도 공급되고 있다. 보통 유제품은 지역 낙농가들이 원유를 생산해 기업에 납품하면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으로 가공돼 공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옥천에서도 유제품이 생산돼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을 장식하는 화제를 낳고 있는 것.
현재 옥천에서 생산되고 있는 유제품은 우유, 요구르트 등 일반 원유가 함유된 유제품과 산양우유, 산양우유플레인요구르트, 산양우유블루베리요구르트, 산양바나나우유 등 산양원유가 포함된 유제품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체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콩물도 출시됐다. 매장에 나오는 종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하는 약정농가들의 사진이다. 현재 249농가로 400여종의 제품들이 진열되고 있다.
식자재를 구입하고 로컬푸드로 만드는 음료와 팥빙수를 파는 카페뜰팡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농산물 쇼핑하고, 옥천농산물 식음료 마시고
지난 16일 옥천 로컬푸드직매장을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농산물 쇼핑을 하고 있었다. 옥천군이 보은군보다 인구가 더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매장 안에는 옥천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꾸준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리지역의 주민들이 청주 등 도시의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것처럼 가족들과 함께 와서 식자재를 구입하고 로컬푸드로 만드는 음료와 팥빙수를 파는 카페 뜰팡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옥천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안착했다.
특히 옥천 로컬직매장은 대전과도 접근성이 우수해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찾은 대전시민들도 많았다. 옥천산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옥천을 찾아서 돈을 쓰는 것이다. 보은군민들이 소비생활을 위해 청주로 나들이를 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옥천 로컬푸드직매장 개장 1주년 기념식에서 직매장 1호에 그치지 않고 대전 등 인근 대도시에 2호점을 개장할 수 있도록 많이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역의 농산물을 사고 팔 수 있는 직매장이 없는 보은군으로서 옥천군의 사례는 귀감이 되는 사례다. 속리산을 찾는 입장객이 7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보은군이 늘상 홍보하고 있는 각종 스포츠대회 및 전지훈련차 보은군을 찾는 선수와 관계자, 선수의 가족 등이 연간 20만명이다. 합해서 연간 100만명에 육박하는 외지 유동인구가 보은군을 찾는다. 보은에 옥천군처럼 제대로된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을 경우 이들이 단순한 목적을 넘어 직매장을 순환하는 코스로 자리매김한다면 지역농산물의 지역소비에 상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은군의 적극적인 로컬푸드 정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옥천에서 생산되는 우리밀로 만든 막걸리.
참기름, 들기름, 콩나물 등 다양한 농산 가공품.
옥천에서 생산되고 있는 산양우유, 플레인요구르트 등 유제품.
다육 등 화초.
메기, 올갱이 등 대청호 등에서 잡은 민물고기.
메기, 올갱이 등 대청호 등에서 잡은 민물고기.

#보은농산물이아닌 대전에서 사온 농산물이 식탁차지하는 현실
보은군이 농업군이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농민들이 그날, 그날 조금씩 가지고 나와 거리에서 판매하는 노점에서나 겨우 구경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보은농협하나로마트를 비롯해 민간업체의 마트까지 7개가 운영되고 있고 지역 시장에서도 이곳의 매대를 차지하는 농산물 및 농산가공품은 지역농산물이 아닌 전부 외지 농산물로 채워져 있다.
시장과 마트 상인들은 새벽마다 대전 공판장에 나가서 다른 지역 농산물을 경락받아 지역내 각 식료품 매장에 풀고 또 각자의 단골식당에 푼다. 오늘 식당 식탁에 올라오는 열무김치의 열무는 보은 것이 아니다. 고구마줄기 볶음 반찬도 보은산이 아니다. 이같이 보은에서 소비되는 농산물도 대전 공판장에서 물건을 떼 오니까 농민들도 재배에 적극적이지 않다. 밭에 조금씩 재배하는 작물은 대부분 자가 소비할 것이고 팔 것은 대량으로 재배한다. 고추, 콩, 들깨, 참깨, 파 등 작목이 다양하지 않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갖춘 지역의 들판을 보면 작물별로 3, 4골씩 수십가지의 작물을 재배하는데 그것도 시기를 달리해서 수확할 수 있도록 재배되고 있다. 연중 공급이 가능하도록 이같은 작부체계를 운영하기 때문에 옥천이나 전라북도 완주군 등 로컬푸드 선진지역의 예를 보면 경작지가 적은 텃밭 소농들도 월 매출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령연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벌어간다.
지역에 로컬푸드 매장이 있어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소비자들은 질좋고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들은 비싼 유통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도시 소비지를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로컬푸드가 소비되는 유통구조를 갖출 경우 속리산 국립공원 등 지역을 찾은 관광객과 보은군이 주장하는 것처럼 연간 20만명이 오는 스포츠대회 출전선수들에게 지역의 먹거리가 공급됨으로써 지역농산물의 소비도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생산지인 우리지역에서도 학교급식, 공공급식에 로컬푸드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소비자들도 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은 지역내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농민을 위해 꼭 필요한 보은농업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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