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만병통치약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7.30 08:59
  • 호수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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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모두가 힘든 날들이다. 개인의 일상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가정의 상황도,ㅅ직장에서의 관계도 마음과 다르게 흔들리고 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구성원 사이에서의 역할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마주하는 현실은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들로 넘쳐난다.
자연의 순리도, 더불어 살아가는 뭇 생명들과의 공존도 만만치 않다. 마주하는 모든 관계와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키고 설켜 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과 만남, 관계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힘차게 살아가는 시간들이다.
가정은 늘 안온한 휴식처이며 보금자리다. 직장에서도 맡은바 직분과 책임에 충실하고 동료애를 발휘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넓은 의미의 삶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의무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법과 도덕과 규범을 준수하고 공공의 약속을 선의로 여기며 당연한 민주시민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주어지는 삶의 무게 앞에서 흔들리고 힘겨워 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신뢰와 배려, 공감과 이해, 상생과 협력이 아닌 불신과 이기심이 팽배하고 불안과 경쟁이 만연한 시대 앞에 미래는 더 답답하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누군가는 더 절박한 상황에 직면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울하고 버거운 날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때론 함께 손잡고, 연대하며 힘을 낸다. 희망을 노래하고 용기를 내며 꿋꿋하게 나아간다.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그 힘의 원천, 아프고 무너지는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영국 국민들의 마음에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것은 전시 총리였던 처칠의 뛰어난 유머 감각이었다. 난처한 상황에서도 여유와 웃음으로 위기를 넘기며 상대방을 제압하는 당당함이 결국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상적 국가의 모습을 그린 명저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장에서도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고 말하며 여유 있는 해학을 잃지 않았다. 경우는 다르지만 대한민국과 개인의 처한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소소한 웃음마저 잃고 사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대항하거나, 몸의 통증을 완화 시켜주고, 급박한 위기 상황에 직면 했을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이다. 웃음은 엔돌핀 분비를 증가시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치료와 예방에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 진다는 말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웃음은 쉽게 감염되고 전염성이 강하다. 웃음의 전파력은 무엇보다 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웃음과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들도 곱씹어 볼수록 의미가 깊고 실제적이다. 상대방을 웃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웃지 않으려면 가게 문을 열지 말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라는 말도 웃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인간은 웃음이라는 능력을 가졌기에 다른 동물과 구별 된다 고 하니  웃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웃는 사람이 되자. 가까운 사람을 위해 웃어 주는 사람이 되자. 웃을 수 없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되자. 내가 머물다 간 자리에 잔잔한 웃음의 기억을 남기자.
누구든 어느 곳에서 넉넉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을 보여 준다면 그 주변은 환해지고 활기가 넘치며 생생한 삶의 에너지로 채워 질 것이다. 나의 웃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한다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웃음의 씨앗을 퍼뜨려 피어나는 웃음꽃은 가장 향기롭고 예쁜 꽃이다.
답답한 일상이 길어지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지만 그렇다고 웃는 모습이 감춰지지 않는다. 웃음으로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예방 효과를 높여 보자. 하루하루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좋아지는 명약을 처방받자. 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함께 먹으면 효과는 배가 된다. 유난히 긴 장마와 거리두기로 지치고 멀어진 자신과 만나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힘이 될 웃음이라는 만병통치약을 기꺼이 챙겨주며 실컷 복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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