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 편집부
  • 승인 2011.06.30 11:25
  • 호수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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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청주대성초교장/산외면 탁주)

교육 경력이 43년째이다. 오래 살다보니 별 일도 다 본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난 3월 수업 중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학생과 휴대전화를 다른 반 친구에게서 빼앗은 학생 등 2명을 '학생 인권부 휴게실’로 데려가 4~5초간 엎드려뻗치기 체벌을 했다. 이에 화가 난 학부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해당교사에게 불문경고를 주었다고 한다.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란다.

울산에서는 학생이 4~5차례 주먹으로 교사의 얼굴을 때려 뼈가 부러져 8주 진단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다. 교사의 인권도 학생의 인권처럼 존중되어야 한다면 교사를 구타한 학생은 소년원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미성년자라서 형사적 처벌도 안 되고, 학생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퇴학은 더욱 안 되다고 한단다. 결국은 그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일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교육적인 선택이란다.

배우는 학생에게 4~5초의 벌을 주는 것도 안 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던 얘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인가 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는 해도 몇 초 동안의 벌로 교사가 징계를 받고, 학생에게 두들겨 맞아 뼈가 부러져도 학생을 제제할 방법이 없다니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학생 인권조례 때문에 문제 학생을 딱히 제제할 방법도 찾기도 마땅치 않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학교는 교육을 통해서 학생의 행동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고, 창의와 인성을 갖춘 능력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가르치고, 교육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학생 관리이다. 요즈음은 부모들이 자녀를 하나 아니면 둘 정도만 낳기 때문에 정말로 귀하고 소중하다. 학교 교사들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한 반 학생은 30~40명 정도나 되고, 선생님은 하나이다보니 공부를 시키기 위해 사전에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떠드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 학업성취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물론 교사의 훌륭한 지도 방법이 요구되기도 하겠지만, 각 가정에서 내 아이 하나 둘도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사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법도 한데 내 아이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려 한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물론 때리고 벌을 주어 학생들을 상처 주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사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며, 수업을 방해한다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학생인권보호법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학교에서 교사는 학업성취도를 높이려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잠을 자도 개의치 않고, 정해진 수업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열정적인 교사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려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적당히 하면 중간은 가는데, 열심히 한다는 게 일을 키운다. 그저 하루하루 그럭저럭 데리고나 있다가 집으로 보내면 그만인데, 교사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 교육자적인 양심 때문이다.

학원에 가면 학원 선생님에게는 그러지 않는다고 한다. 학원에서는 숙제를 많이 내주어도 개의치 않는단다. 오늘날의 이런 사태가 생기는 것이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학교와 교사의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또 교육정책이나 세상의 변화 탓으로만 돌려야 할지 43년의 교육 경력자인 나도 잘 모르겠다.

학생에게 인권이 있다면 교사에게도 교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이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권 보호’라는 것도 필요할 것이 아닌가? 오늘날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두에게 묻고 싶다.  '학교에는 왜 가는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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