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사랑 보은의 발전을 위하여
[칼럼] 내 사랑 보은의 발전을 위하여
  • 편집부
  • 승인 2020.02.13 09:45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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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오 황 균
청주충북환경연합 상임대표 /내북면 법주리

1. 프롤로그
2년여의 세월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자신 있게 글 한 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처지에 경솔하게 뛰어 들었다는 후회가 앞선다. 매월 한 번씩 기고를 하자면 며칠이고 주제를 고민해야 했고,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글을 고치기도 했다. 이제 '보은사람들'을 아끼는 분들과 작별을 할 시간이 되니 서운하기도 하지만 홀가분한 기분이 더 크다. 늘 염두에 두고 있던 생각의 바탕은 내가 좋아서 잘 살아보자고 들어온 고장, 보은에 대한 사랑 뿐 이었음을 고백한다.

2. 어디에 내놓아도 반듯한 보은의 문화와 전통
동학 농민혁명의 인내천 사상이 면면히 흐르고 항일 애국정신이 살아 숨 쉬는 보은 땅에는 비록 풍족하지는 못할지라도 자부심만큼은 그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 당당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가는 곳마다 조상들의 질박하면서도 빛나는 문화 유적이 널려 있다. 또한 자연환경은 어떠한가. 구병산과 속리산 천왕봉을 필두로 백두대간 줄기가 보은을 감싸고 있어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보은이다. 이러한 보은의 걸출한 문화와 전통,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 계승하기 위해서 어찌해야 할까. 보은에 살러온 지 열 두해, 내가 깨달은 바, 한 가지 사업을 하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되,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협조를 얻어 시행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3. 발상의 전환만이 보은 발전의 원동력
보은 인구가 매년 줄어든다고 걱정을 한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지역경제가 동력을 상실하여 보은이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은  대한민국 전체가 겪는 어려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분한 견해인지 모르나 무턱대고 뚫어대고 밀어대고 지어대는 개발논리에서 벗어나 투자의 초점을 사람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뚜렷한 전망과 손익 계산도 없이 무조건 지어대고, 이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억지로 고객을 유치하려고 혈세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하는 보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그분들이 편하게 보은살이를 시작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 조성을 하고 경제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고령화로 저출산이 문제라면 보은의 젊은이들만이라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보은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농업후계자를 양성하는 보은생명산업고가 있으니 기본 여건은 이미 잘 갖추어진 터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고 나서 담당 공무원 수를 아무리 늘려도 유지관리가 어려워 적자만 나는 사업을 이제라도 접고, 가성비 높은 인간 중심의 알뜰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을 불러 모은 세조길이다. 뒤늦은 얘기 같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훈민정음 마당 조성과 같은 주먹구구식의 사업 전개가 아니라 세조길에 연결해서 세심정에서 비로산장 쪽을 돌아 신미대사의 부도가 있는 복천암 곁길까지 돌아나가는 '신미길'을 조성했더라면 신미도 살고 세종대왕께서도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여론의 수렴이고 나아가 집중과 선택인 것이다. 자신만의 독단에 갇혀 여기저기 벌여만 놓고 연계성이 없으면 어떤 사업일지라도 잘 될 수가 없다고 본다.

4. 맺으며
불통행정, 일방행정, 친일발언을 한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서명을 받으러 보은군 곳곳을 다녀 보았다. 서명도 서명이지만 무너져 가는 농촌의 모습을 두 눈 똑똑히 바라보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농촌을 살려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농업은 누가 뭐래도 우리 겨레의 생명 줄이라 믿기 때문이다. 농업을 살리는 방안은 균형 잡힌 투자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방적 여론몰이의 구태를 멈추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상대방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라고 본다.
법에 보장된 주민소환의 권리 행사를 마치 보은군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적쯤으로 몰아세우고, 명분이 없다며 궐기대회까지 열어 결사반대 결사저지를 외치는 행태야말로 거꾸로 보은 발전의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아닌지 묻고 싶다.
반대의견을 힘으로 짓밟고 뭉개서 갈등을 해결한 예는 이제까지 없다.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역사의 값진 교훈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선거법 저촉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무슨동네주민일동'이니 '무슨무슨회' 명의로 현수막을 걸고 광고몰이를 하는 위세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국가든, 가정이든, 동네든, 단체든, 지역사회든지 간에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 구성체는 쇠퇴의 길을 걸어 왔음을 역사는 분명히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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