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이 좋다, 보은사람들이 좋다
보은이 좋다, 보은사람들이 좋다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1.06.16 09:14
  • 호수 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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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3년차 장병만 탄부 성지 이장이 풀어놓는 보은사랑

소개로 찾아간 골짜기, 이렇게 깊은 곳에 집이 있을까 싶습니다.
탄부면 성지리. 제법 널찍한 마을회관을 지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다보니 내려오는 차를 피해 길 옆에 차를 몇 번이나 세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올라갔습니다.  축사를 지나자 숲속에 숨겨진 멋진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장병만(65)이장을 만났습니다.

 

#3대가 함께 귀농
올해로 10년째 이장 일을 보고 있는 장병만 이장은 귀농인입니다.
장병만 이장이 50세가 되던 1998년, IMF가 터지자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전자통신연구원을 나오게 됐습니다.
경상북도 구미가 고향이지만, 고향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었다는 장 이장.
그렇게 찾고, 찾던 중 지금의 제2의 삶의 터전을 만나게 됐습니다.
"형제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고향에 내려가도 되지만 고향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정보지를 통해 내가 살아갈 곳을 찾게 됐고, 수소문 끝에 이곳을 찾게 됐죠. 나뿐 아니라 가족 모두 흔쾌히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장 이장이 말하는 가족은 단순히 부인 박경숙(62)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탄부면 적십자봉사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부인 박경숙씨를 비롯해 4년 전 세상을 떠난 장모와 경북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후 50여 두의 소를 키우고 있는 둘째아들 장재홍(35)씨와 며느리까지, 3대가 모두 보은에 정착한 것입니다.
4년 전 돌아가신 장모를 대신해 지금은 3살 된 손녀 서윤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귀농한 이장
탄부면 성지리에 새 터를 잡은 장 이장은 가장 먼저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렇게 심은 감나무가 이제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감나무와 함께 호두나무도 심었습니다. 산을 개간해 인삼밭을 임대했고, 좀 더 부지런해지기 위해 벌도 키웠습니다.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바로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귀농의 목표였어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외지인이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마을사람들의 인심을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거. 쉬운 일이 아니죠."
2000년. 마을 이장일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모든 일을 직접 찾아가서 해결해 나갔습니다.
장 이장의 노력을 인정한 주민들은 그에게 10년 째 이장 일을 맡기고 있습니다.

 

#참 좋은 곳 '보은'
그렇게 13년이 흘렀습니다.
귀농인 장병만씨의 눈에 비친 보은의 모습은 어떨까요?
먼저, 보은이 참 좋다고 합니다. 깨끗한 환경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보은이라고 합니다.
보은사람들도 참 좋다고 합니다.
후덕한 인심도 그렇고, 귀농한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 준 보은사람들이 정말 좋다고 합니다.
물론 아쉬움도 남습니다.
쪼들리면 박해진다고, 점점 지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후덕한 인심도 조금은 줄어든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보은이 좋아서 보은으로 오고 싶어도 살 곳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장 이장은 탄부면 성지리를 귀농인의 성지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곳곳에 빈집으로 남은 공간을 새롭게 꾸며 귀농인을 받아드리고, 텃세가 없는 성지리만의 인심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장병만 이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우리 보은을, 보은사람들을 사랑하고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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